금지된 장난 - 미네르바의 올빼미 05 미네르바의 올빼미 5
프랑수와 부아예 지음, 김경희 그림, 신광순 옮김 / 푸른나무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금지된 장난’은 1952년 르네 끌레망 감독의 흑백영화와 귀에 익은 주제곡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는 영화다. 그 이전에 1947년 프랑스의 프랑수와 부아예가 동명의 소설을 썼다. 이 책과 영화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을 통해 전쟁의 비극성을 비춰 보여, 그 맑은 눈망울에 비친 전쟁의 잔혹함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반전소설이자 반전영화이다.

 

 제목이 말하는 금지된 장난은 표면상으로는 무덤놀이 혹은 십자가 놀이다. 열 살 소년 미셸과 다섯 살 소녀 뽈레뜨가 이런 놀이를 하게 된 배경에는 전쟁이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 6월이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시기이지만 이들이 사는 생페마을은 세상일에 다소 눈이 어두운 시골마을이다. 피난길에 부모를 잃고 우연히 흘러들어오게 된 이 마을에서 뽈레뜨는 아직도 전쟁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뽈레뜨의 눈에 죽음이란 기도문을 외우고 성호를 그어야할 만큼 대단한 일이 아닌 것 같다. 그저 노래를 목청껏 부르면 금방 살아날 것만 같은, 장난 같은 일이다. 뽈레뜨는 마을의 신부를 통해 목숨 있는 것이 죽으면 기도를 하고 성호를 그어 슬픔을 표현하며 명복을 비는 것임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입 큰 늑대’에 의해 부모와 개가 죽는 것을 본 뽈레뜨는 주검에 대한 심한 애착을 보인다. 아이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던 아이가 자신에게 위안을 주려고 안간힘을 썼던 미셸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쏟는 장면에서 누구든 가슴이 시릴 것이다.

 

 십자가는 고난과 구원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생페마을 사람들은 십자가를 소홀히 하고 지내왔다. 역설적이게도, 십자가를 만들고 훔치기까지 한 미셸만이 십자가의 소중한 의미를 알고 있는 듯하다. 위선적인 신부와 성당의 형식적인 십자가는 이들의 잃어버린 신앙심과 허울뿐인 종교관을 말해준다. 싸움을 일삼던 돌레 집안과 가나르 집안의 사람들이 뽈레뜨와 미셸이 만든 공동무덤에서 자신들만의 십자가를 챙길 때에도 성당꼭대기의 거대한 철십자가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들에게 구원은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눈앞의 욕심에만 눈이 어두워 전쟁과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까지도 십자가의 경종은 크다.

 

 십자가를 잊고 있었던 이 마을 사람들에게 그나마 십자가에 눈을 돌리게 해준 사람은 뽈레뜨다. 뽈레뜨는 가장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뽈레뜨는 ‘역사가 그들에게 준 작은 선물’이기도 하다. 이들은 십자가를 나누어 가지며 즐거워하고 양가의 결혼식도 준비한다. 결국 행복과 평화는 아이다운 순수함과 계산되지 않은 사랑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형식적인 종교나 폭력 따위로는 얻을 수 없는 고귀한 가치라고 생각된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비인간성을 뽈레뜨의 순진무구함와 대비하여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전쟁의 참혹함을 뚜렷이 드러낸다.  

 

 돌레와 가느르 집안의 사소한 갈등처럼 전쟁은 자기 쪽 입장만 내세워 양보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일어난다. 전쟁은 많은 피해를 남기지만 특히 어린이들에게 입히는 상처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므로 이들의 영혼에 입힌 상처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전쟁은 한낱 장난이 아니다. 밝은 미래를 위해 전쟁은 금지되어야하는 장난 중에서도 영순위에 해당한다. '금지된 장난'은 이런 메세지를 한 편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로 빚어낸다.

 

 중학 1학년과 함께 읽었다. 영화를 함께 보면 더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디비디가 모두 품절이어서 아쉬웠다. 인터넷에서 몇몇 흑백스틸사진을 보긴 했지만 가슴으로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소설의 곳곳에 숨어있는 상징과 시대배경을 이해하고 다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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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 2006-05-20 0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산되지 않은 가치들이 울긋불긋 피어나야 할 것 같아요. 언젠가 꼭 읽오보고 싶어요. 퍼가도 돼죠?^^;

프레이야 2006-05-20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