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슴에 밀려오는 느낌이 무척 벅차다. 이 책은 입양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 세상 엄마 아빠에게 부모로서의 의미를 묻고 있는 책이다. 구절구절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과 콜라쥬로 꾸민 삽화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딸 둘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두 아이를 모두 어렵게 가졌다. 결혼하면 아이는 그냥 오는 거라 생각했던 나는 아이를 몇 년 미루었다. 그러다 첫아이를 가지려고 하니까 들어서지를 않았다.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하여 첫아이가 왔다. 그 아이는 건강하고 예쁘고 총명하였다. 물론 '고슴도치 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둘째 아이는 그로 부터 3년 후 가지려고 했는데 역시나 또 쉽게 들어서지 않았다. 처음엔 애를 쓰다가 마음을 비우고 여유있게 지내니 그로 부터 2년 후 들어섰다. 그래서 큰아이와 5년 터울의 둘째 딸을 얻었다. 역시 '고슴도치 아이'가 아니라 밝고 건강한 아이다.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 모든 불임부부(지난 날의 나를 포함해서)에게 작가는 묻고 있다. 왜 아이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아이란 골칫덩어리인데.. 돌보고 보살필 대상이 필요해서? 부부만 살면 외로워서? "사랑과 진심과 자유"를 주고 싶어서?  작가는 이렇게 어른의 입장에서 필요하여 아이라는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 입장에서 아이가 함께 살아야할 부모가 필요할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이가 함께 살 부모가 필요하여 찾아온 거라면 부모는 아이를 소유하려들지 않아야 한다.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고 부모 품을 벗어나 하늘로 훨훨 날아갈 때 축복해주어야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새처럼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피오트르는 몸에 있었던 가시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상처가 가시가 되어 남을 찔러댔지만 입양엄마는 자기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꼭 안아주었다. 아이를 사랑하고 믿고 격려하는 말로 아이 몸에 무성했던 가시를 없애고 마음을 열게 했다.

또한 아이가 나를 선택하여 온 것이라면 아이가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지녔든, 남보다 모자라든, 장애가 있든 내 마음대로 내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게 부모 됨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내게 처음 왔던 날의 경이로움을 다시 떠올려본다. 아이는 나를 거쳐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나는 그 사이에서 다리와 같은 역할만 할 뿐이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고 품어줄 때 아이는 밝고 바른 인성을 지닌 한 인간이 되겠다.

3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읽었는데, 좀 성숙한 여자아이의 말이 귀에 울린다. 가시에 찔린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경험이 있는데 자기가 아프다는 생각은 잠깐이고 가시도 아플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한 걸까. <고슴도치 아이>의 피오트르는 상처 입은 아이다. 그 상처로 인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최소의 수단으로 가시가 생겨났고 마음은 점점 더 뾰족해졌다. 타인을 찌르는 가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이 무척이나 싫을 테다. 자신의 가시를 떼내어줄 수 있는 관계가 얼마나 그리울까. 이 책은 그런 과정을 섬세하고 따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혈통주의를 비판하는 대목도 나긋나긋하다. 아이는 내 몸을 통해 내게 찾아올 수 있지만 다른 몸을 통해서 내게 찾아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좀 에둘러 찾아오긴 했지만 얼마나 미쁜가. 그 아이를 찾았을 때 알아볼 수 있는 눈은 "마음의 눈"이다. 보이는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면 그 아이를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가족이란 '핏줄'보다 '사랑'이 우선 조건이라는 표어를 온기 있는 글과 그림으로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이 책을 모든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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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4-28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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