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들 주세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양혜원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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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표지그림을 자세히 보며 볼펜이 가운데 우뚝 서 있고 '린' 자의 세로획이 붉은 펜으로 그어져있다. 뭔가 펜과 관련된 내용일 것 같은데 '프린들'이란 이름은 아주 낯선 이름이다. 그 이름만으로는 무슨 강아지 이름 같기도 하고.. 읽는 이의 호기심을 잔뜩 부풀려두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우선 점수를 딴다.

작가이름을 보니 <랄슨 선생님 구하기>를 쓴 사람이다. 역시 유쾌하게 펼쳐지는 아이들의 학교이야기가 줄기를 이루며 주인공은 개성있고 총명한 아이이고 괜찮은 선생님을 비롯하여 어른들이 등장한다. <랄슨 선생님 구하기>에서 주인공은 여자아이이지만, 여기서는 남자 주인공이다. 초등 5학년에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 중심이 되어 10년 후의 어느 날로 까지 이야기는 이어진다.

<프린들 주세요>는 언어의 생명력과 책임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불어 권위를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아이들이 기존의 권위에 항거하며 변화를 몰고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혜롭고 사명감 있는 어른이 어떻게 한 아이에게 힘을 실어주며 자연스럽게 아이를 성숙하게 만드는지도 감명 깊게 그려진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겁거나 교훈적이지 않다. 초등 3학년일 때의 닉의 활약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하는데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은 어조를 놓지않는다. 글에 걸맞게 흑백의 삽화도 생동감이 느껴진다.  주인공에게 걸림돌이 되는 악역이 있지만 악역의 선생님이 품고 있었던 깊은 뜻이 드러나는 반전의 대목은 그동안 졸였던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닉과의 낱말전쟁을 일부러 더 문제화하여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게 한 선생님의 의도는 닉과 '프린들'을 더욱 유명하게 만드는 공을 세웠다.

'퀴즈'라는 단어도 어떤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사실적인 정보를 들어 작가는 '프린들'이라는 말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펜'과 '프린들'이 경쟁을 하여 어느 한 쪽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말에도 이렇게 지금은 쓰이지 않는 옛말이 많이 있다. '얼짱'이라는 단어가 금성출판사의 국어사전에 올랐다고 한다. 한 때의 유행어로 보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고 신문에도 그대로 쓰이는 낱말이다 보니 국어의 조어방식에는 맞지 않지만 사전에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 새로 생긴 사물이나 관념이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사라진 사물이나 개념들은 사라져가는 단어를 양산한다. 이렇게 말이란 생명이 있어, 나고 변하고 사라지기를 거듭하며 성장한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프린들'이라는 낱말이 사전에 버젓이 올라있다. 닉이 '프린들'을 쓰고 퍼뜨린 이후로 십년의 세월이 흘러서 이루어진 일이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즐겨쓰는 말이라고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후의 승자는 닉이 되었지만 배후에서 지지하고 숨은 도움을 준 그레인저 선생님의 존재는 빛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으며 생각할 수 있는 동화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언어의 창조자가 되어보고싶은 욕구가 마구 솟아날지도 모른다. 언어생활도 자신이 주도할 수 있다면 사고도 적극적이며 긍정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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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미 2007-01-31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감상평이네요. 모셔가도 되지요?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7-01-3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lgmi님, 반갑습니다. 새로운 지기님이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발자국 남겨 주시면
더욱 기쁘지요. 칭찬도 고맙습니다. 근데 어디로 모셔갔는지^^ ... 님 서재로 인사하러 달려갔더니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ㅎㅎ 종종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