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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에 빠진 아이들 - 패러디, 3단계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9
신자은 지음, 이영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우물에 빠진 아이들>은 판타지 요소를 갖춘 동화이자 두 가지의 설화를 패러디한 동화이다. '바리데기' 설화와 충남의 '우물 터 은행나무' 라는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엮어서 만들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린 시절, 동네의 마당에 큰 우물이 있었다. 그 아래에 고개를 내려꽂고 목을 빼면 깊고 검은 우물 바닥의 물이 나를 빨아들일 것 같았다. 우물 속에는 뭔가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만 같은 가슴 섬뜩한 경험이었다. 하루는 내가 무슨 일로 속을 썩여 아버지가 나를 거꾸로 들고 우물 안으로 빠뜨리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 그 때 기억을 되살려보면 오래 전 일이지만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다. 우물은 우리 의식의 깊고깊은 자리, 무의식 혹은 꿈의 세계가 아닐까싶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 4명은 우물에 빠진다. 시대적, 공간적 배경은 애매하다. 대장장이가 사는 산골 정도로 짐작된다. 대장장이가 되고 싶어하는 강옥을 비롯한 아이들은 각각 오행의 상징이다. 나무, 물, 불, 쇠를 상징하는 아이들은 지하세계로 내려가 이무기(흙)와 대적한다. 이무기는 자신이 늘 사람들의 발아래에 짓눌려사는 것에 불만을 품고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이무기와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 자신들의 능력만 내세우며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가진 부족한 점과 남는 점을 서로 채우고 덜어주며 오행의 동그라미를 잘 그려낸다.
중요한 점은, 이무기를 이겨내고 무찌르려고만 하지 않고 끝에 가서는 이무기를 용서하고 흙의 기운을 오행의 하나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어느 한 쪽이 무너져도 세상을 이끄는 원만한 원은 그 형태가 찌그러지기 마련이라는 교훈이다. 이들 다섯이 꼭지점이 되어 그리는 붉은 별은 신비롭다. 원 안에 빛나는 별은 조화로운 세상을 상징하는 듯하다. 오행이 뭐냐고 묻는 형배의 말에 아이들을 우물로 인도한 스님은,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알고 알려 주고 고쳐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는 말만 한다. 강옥이 우물가에서 깜박 자는 동안 일어난 모험이지만 눈을 떠도 생생하다.
5학년 아이들과 이 책을 읽었는데 '오행' 이라는 말은 생소하게 받아들였지만 그 원리를 소재이자 주제로 하여 손에 땀을 쥐는 모험이야기로 빚어낸 이 책을 재미있어 했다. 오행의 상생과 상극의 관계가 아이들과 이무기의 대결 과정에서 잘 드러나며 흥미진진하다. 그들이 펼치는 모험은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환상적이다. 각자의 수호동물로 주작, 현무, 백호 등이 등장하여 현란한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목형, 화형, 토형, 금형, 수형에 따라 아이들 성격의 장단점도 달라 모험의 과정에서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이들의 성격을 파악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단점이 다른 곳에서는 장점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소중함을 알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