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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참외를 찾는 아이들
이동렬 지음, 이서지 그림 / 두산동아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아이들의 최대공유놀이는 인터넷 또는 인터넷게임 같아 보인다. 아이들의 관심사를 이용하여 우선 호감을 얻고 시작하는 이 책은 풍속동화라 명명할 수 있겠다.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가는 시간여행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타임머신이 아니라 인터넷의 한 사이트를 통해 과거 조상들의 세상으로 빨려들어가는 형식이다.
과거의 시간에 도착해보니 계절은 겨울이다. 봄이 아니라 겨울부터 시작하여 사계절 세시풍속을 모두 경험하게 한다. 농경사회에서 겨울은 저장기라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세시풍속도 갖가지이고 먹거리와 놀거리도 제일 풍성하다. 다시 봄이 되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날의 성장기로 이어지는데, 겨울에 잘 먹고 잘 놀고 충분히 몸과 마음을 쉬며 노동력을 저장해두는 의미이다. 얼마전 설날을 지냈고 좀 있으면 정월대보름, 그 앞에 입춘이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을 권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개똥참외'는 사라져가는 세시풍속을 상징한다. 크리스마스가 연말연시와 맞물려 새로운 풍속이 되었고 빼빼로데이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신풍속도 생겨났지만 세시풍속이라고 하면 역사성과 전통성 그리고 주기성이 있어야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풍속이 세시풍속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많은 세월이 흘러 정착되거나 아니면 일시적 유행 같은 것으로 끝날 수도 있겠다. 이런 안건으로 4학년 아이들과 토론을 해보니 다소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바람직한 풍속지킴이가 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반가운 것은, 서양놀이가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역축제나 공연장, 학교행사 같은 시간에 세시풍속으로 즐겼던 놀이들이 자주 등장하는 점이다. 농경주기와 함께 돌아갔던 세시풍속은 산업화된 오늘날의 사회에서 오히려 시공을 초월하여 즐기고 있는 셈이다. 세시놀이는 교육제도 안에서 더욱 자주 경험할 수 있으면 개똥참외 같은 게 되지 않을 것 같다.
<개똥참외를 찾는 아이들>은 풍속화를 보는 맛이 최고다. 김홍도의 풍속화처럼 아이들의 개구쟁이 몸동작과 서민들의 생활이 잘 그려져있다. 이서지 선생의 풍속화 들여다보기를 통해 과거의 시간에 들어가 일년을 지내고 돌아오면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대화체도 많고 그림에 따라 생생한 장면이 그려지는 이야기가 생동감 난다. 글의 옆줄에는 작은 글씨로 생경한 단어들(주로 순우리말/전통적인 물건 등)에 대한 설명을 달아놓았다. 예를 들면 '보득솔'이란 '가지가 많고 작달만한 소나무'라고 적혀있다. '새알심'은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동지팥죽을 먹어본 때가 언제였나 모르겠다.
슬기와 슬비는 일년의 세시풍속 경험을 하고 인터넷사이트에서 나온다. 더 있고 싶어하지만 오랠수록 아쉬움만 더하기 마련이라고 동네 할아버지가 엄하게 타이른다. 현재로 돌아온 두 아이들이 엄마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어떻게 풀어놓을지 난감해하는데 마치 판타지의 세상에 갔다온 것 같아보인다. 뭐든 온동네 사람이 함께 나누고, 일도 오락처럼 즐겁게 도와가며 하고, 수박서리에도 허허 웃으며 혼내는 시늉만 하는 원두막 주인의 얼굴을 생각하며 싱긋 웃는 아이들의 표정이 밝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