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았던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지 못한다. 이 책은 62년생,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한 남자의 가치관과 인생관, 영화감독으로서 세상을 그려내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에세이다. 자기표현이기보다 세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바란다고 말하는 이 감독은 인간들이 사는 세상의 존재 양상을 제시하는 역할이 감독의 맡은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진지하고 사려 깊은 품성과 냉철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그의 잔잔한 글을 읽어가다 보면 세상을 살면서, 또 글을 쓰면서 두루 염두에 두어 볼 점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어머니를 비롯해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 주변인들에 대한 섬세한 감정, 적절한 거리두기에서 나오는 객관적이고 개성적인 시선도 좋다.
흑백사진속의 어릴 적 모습이 귀엽고 훈훈하다.
3.11 대지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좀더 그 파문을 응시하며 주저하고 있다는 감독의 변도 믿음직하다.
˝변화에서 오는 당혹감, 그 변화를 작품이라는 형태로 그리는 것에 대한 주저, 수면에 너무 큰 돌이 던져져 물결이 아직 잦아들지 않은 상황.
연출가로서의 나는 한시라도 빨리 배우들과 공동 작업을 재개하고 싶지만, 감독으로서는 당분간 좀더 파문을 응시하고 싶다. (226쪽)˝
주저하는 마음은 필요하기도, 값지기도 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자기를 표현하려들기보다 세상과의 소통에 더욱 매진하는 글쓰기로의 향방을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