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아이들에게 당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당신의 시간이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 로빈 샤르마의 《내가 죽을 때 누가 울어줄까》중에서-



 



>> 날마다 오는 메일 중에서 습관처럼 열어보고 고개 끄덕이기도 하고 흘려버리기도 하는 것 중에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있다. 오늘은 큰 애 희원이가 학예발표회를 하는 날이다. 하필 내가 공부하고 있는 수필반과 시간이 겹쳤다.  샛노란 초대장을 보여주며 다소 들떠 있던 아이에게 "희원아 엄마 안 가면 안 될까?" 나는 별로 조심스럽지도 않게 말했다. 아이는 "엄마 맞나?" 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안 오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차례를 보니 다행히도 희원이가 하는 합주부 발표와 플룻 연주는 앞쪽으로 몰려있었다.



"네 차례까지만 보고 엄마 바로 나갈거니까 그렇게 알어~"



난 콧소리를 조금 섞어 아이에게 애교^^를 떨었다. 아이는 제법 의젓하게 그러라고 하는 거다.  아침 10시,  강당으로 가보니, 카메라를 이리저리 들이대기도 하고 눈을 반짝이며 제 아이가 언제 나오나 하고 지켜보고 서 있는 엄마들 틈에서 난 별 설렘도 없이 아이 차례만 기다리고 있었다.



앗, 이게 누구야..  아는 아빠가 비디오 촬영을 하러와서는 우리 아이까지 같이 해주겠다고 하시는 거다.



"바쁘실텐데 어째 이런 일까지... " 



"아무리 바빠도 할 건 해야죠. ^^ "



우리집 애들 아빠는 오늘 학예회 하는 거 알지도 못하는데 말이지. 당연히 못 오는 걸로 아니까 내가 말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란 글귀 앞에, 나와 우리집 애들 아빠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나대로 뭘 그리 한다고 아이랑 별로 시간을 같이 하지 못하고 있고 아빠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인지 작은 아이 희령인 좀더 적극적이다. 저번 일요일 새벽 5시, 카메라 배낭을 메고 나가는 아빠를 따라나서는 희령이를 보며 그렇게 해서라도 아빠와의 시간을 함께 하려는 고 작은 마음이 이뻐보였다. 다른 때 같으면 쿨쿨 잘 시간인데, 깨우니까 발딱 일어나 채 떠지지 않는 눈을 하고 알싸한 새벽공기를 마시며 따라나서는 모습이, 환경(^^)에 나름대로 적응해가며 제 살 길을 찾아가려는 것으로 보여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뭐 그랬다. ^^



아무튼 우리는 아이에게도 우리 자신들에게도 가장 큰 선물을 못 주고 살고 있다는 말이 된다.  뭐야.. 할 일은 많고 해야될 일도 많고.. 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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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밥 챙겨주는 것 귀찮을 때가 많은데 오늘 저녁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챙겨 줄 수 있음이 감사하다고. 애들도 엄마 찾을 '때'가 있는데 그 '때'에 있으주려고 요즘 외출을 자제했더니 여엉~ 적성에 안맞습니다 그려..에고에고.^^

水巖 2004-11-24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멋있는 글이군요. 의미심장하기도 하구요.

다솜 2004-11-2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그런데 혼자만 읽기 위해 쓴 글 아닌데 아이들 아빠를 우리 집 아빠라는 호칭은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