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하우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랄랄라 하우스 - 묘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 개정판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가의 수필과 시인의 수필을 각각 몇몇 읽어본 적이 있다. 두 종류의 수필이 딱히 어떻게 다르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어딘지 다른 데가 있다. 물론 개인의 특성이 우선일 테다. 시인은 산문인 수필에서도 시적인 비유와 음률이 느껴지는 문체를 쓰는 경우가 많고 시의 분위기가 산문의 분위기에도 연장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정록, 김선우, 문태준 등이 내겐 그랬다. 소설가의 수필은 이야기가 느껴져 또 좋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김훈의 것이 그렇고 공지영, 윤대녕, 한창훈의 것도. 김영하는 관심에 두었던 작가는 아니지만 그의 소설보다 수필을 먼저 읽게 된 셈이다. 얼마전 문학상도 수상하여 이름값에 박차를 가하려는 듯 <랄랄라 하우스>를 2005년 초판에 이어 원고를 추가하고 편집과 디자인을 개선하여 나왔다. 우선 제목이 '랄랄라'스럽고 마음산책의 사랑스러운 책표지가 마음에 든다. 원고를 밟고 앉아있는 고양이의 복슬복슬 요염한 발에 마음이 대책없이 노골노골해진다.

 

 

모두 6개의 장으로 구분하여 짧은 글을 모아두었다. 딱히 독특한 구성이랄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건 첫 장이 길냥이 방울이와 깐돌이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진 것이다. 한 식구가 되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친 냥이들과 주인 부부의 이야기가 재치 있고 기발하다. 동물과 평화를 유지하며 잘 지내는 사람은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냥이들의 이야기가 나머지 글들과 관련이 꼭 있는 게 아니듯, 여기 실린 글들은 모두 낱낱의 단상으로 읽혀도 무방하여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끌리는 제목부터 읽어도 작가의 위트와 진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유년의 기억부터 35세(7년 전 초판 당시)와 그 이후의 삶에서도 소소하거나 조금은 덜 소소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학습되거나 주입된 구도와 방향을 벗어난 참신한 생각의 집을 짓는다. 가벼워야 할 곳은 가볍게 터치하고 좀더 무거워도 좋을 곳은 냉철하고 무게감있는 생각의 기둥을 쌓아 견실해 보인다. 자신의 소설 '검은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글을 비롯해 대한민국 작가로서 지니는 자부심과 미래지향적인 긍정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에서는 '청춘'이 느껴진다. 바람직한 출판기념회에 대한 제안도 마음에 와닿는다. 작가도 말했듯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게 새들만의 특권이 아니듯 자신의 소설을 직접 낭독하는 출판기념회는 생경할 수 있지만 자신의 이름을 부르듯 자신의 문장을 직접 읽으며 독자와 가까이 소통하는 시간, 훌륭한 출판 행사가 되지 않을까.

 

 

수필은 글쓴이의 생각과 성향과 기질이 잘 드러나는 글이다. 이 책에 실린 김영하의 글은 그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가 유연하며 상상력도 풍부한, 꽤 튼실하고 유쾌한 생각의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진지한 생각의 집을 짓다가도 랄랄라~ 노래하며 웃고 사랑하며 어느 막다른 순간에서도 돌아서 갈 수 있는 유연한 집을 그려본다. 지금 당장은 쓰지 않을 잡동사니 모아두는 지하실도 있고, 외롭고 지칠 때 혼자 우는 다락방도 있고, 뒷마당 어디엔가 비밀정원도 있어 시간여행도 할 수 있는 집, 부엌 한 켠 좁은 문을 열면 끝없는 미로 속으로 빠질 수도 있는, 그러다 달이 뜨면 돌아와 언제나처럼 내 자리에서 글을 쓰고 거울 앞에서 나의 앞과 뒤를 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집. 내가 건축한 나만의 집. 나의 향기가 은은히 배어나는 집. 우리는 다 비슷비슷 고만고만하게 지어진 아파트에서 살고있지는 않은지, 그런 아파트라도 내면은 다르게 가꿀 수 있지 않을지, 그래야하는 것 아닌지 생각해 본다.

 

 

김영하는 남과 똑같은 것, 일원론적인 태도를 무의식적으로 혐오하는 사람 같다. 그게 기질인지 강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의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태극기 단상'에서 이런 대목, 그의 집, 랄랄라 하우스가 호감 가고 믿음 가는 이유다.

 

혁명은 사랑과 비슷하다. '우리는 하나'라는 비정상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수행된다.

차이는 무시되거나 간과된다. 혁명이 깃발의 그늘에서 진행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깃발은 모두의 차이를 사상한다. "우리는 하나다!" 그러나 열정이 식으면 깃발은 거리를 뒹굴고

차이들이 부각되고  '혁명의 적'(혹은 연인)들이 숙청되기 시작한다. 그러니 깃발의 잔치를 조심하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국가로 모든 것을 환원하는 일원론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태극기를 휘두르며 거리를 헤매는 갖가지 이념과 이익의 수호자들, 고단한 태극기팔이들이여,

이제 그만 깃발을 내려라. 우리는 하나가 아니다.      

 (p191)

 

 

 

덧) 부록, 추억의 사진첩에 담긴 도도한 냥이 방울이와 식탐 많은 깐돌이 사진들, 이거 보면 그냥 또 노골노골 씨익~

     고양이 키우는 건 무서운데 사진으로 보면 마냥 사랑스럽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댈러웨이 2012-07-2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 김영하는요, 소설집 [오빠가-] 하나만 읽고 작가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는데, 팟캐스트 들으면서 참 좋아하게 된 작가에요.
[검은 꽃] 포함해서 장편도 좀 봐야겠고 하는데, 아무래도 수필집으로 먼저 가버릴 것 같은데요.
이 페이퍼 감사해요.
[원더보이]랑 [너의 목소리가 들려]랑 [은교]랑 요이땅하자고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과연 뭘부터 손을 댈까요~?
(그러고보니 김연수 [지지않는다는 말]보다 먼저 나온거네요? 생각보다 조용했네요. 개정판이라서 그런건가요?)

프레이야 2012-07-24 08:44   좋아요 0 | URL
김영하의 팻캐스트는 소문만 들었네요. 좋다고 하더군요.^^
저도 김영하의 소설은 '퀴즈쇼'만 읽었어요. 2007년 작인가 그렇죠.
TED강연도 있고 책읽어주는소설가도 있고 활동이 많더군요. 찾아볼 생각이랍니다^^(할 것도 많아 ㅋㅋ)

댈러웨이님, 요이땅~ 한 것 중 어떤 것부터 시작하셨어요? 왠지 은교??? ㅎㅎ
일요일에 교보에서 '지지않는다는 말'을 잠시 훑어봤어요. 김연수도 몇 권의 책에서 좀 덜 끌리는
바람에 접어뒀던 작가인데 슬며시 다시 펴볼까싶네요. 앗, 방금 봤는데 이 책이 다음달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됐네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