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차 편집 시작, 1/3 정도 했다.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라는 부제가 있는데 생생한 실화들이라 다시 읽으며 감동이 망울망울 맺혔다.

꾸밈없이, 어떤 미문도 과장도 없이 깨끗하고 담담하고 진솔하게 써내려간 글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할머니의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자식과 동반자살을 하는 어른을 이해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한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닌데, 그 아이의 삶이 어떤 희망과 축복을 가져올지 알 수 없는 것인데

부모라는 이름으로 차단할 수 없는 것이다.

이혼 후, 어린 딸을 안고 철로에 뛰어든 여교수가 있었다. 자신은 즉사, 두 살 난 딸은

죽은 어미 옆에서 목숨이 붙었지만 두 다리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그 아이는 의족이 평생 필요하게 되었고 당시 국내에서는 성장에 맞춰 매년 두 번 정도 의족을 갈아줘야할 만큼의

경제력이 될 입양부모가 나서기 어려웠다. 그 아이는 미국의 좋은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현재 서른 살쯤이 되었단다.

미국은 장애아에 대한 국가적 보조가 뛰어났고 그 당시에만 해도 18세가 될 때까지 지원금이 나왔고 성인이 되면

갚아나갈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그 정도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의 지원금이 나온다고 한다.

그렇지만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하니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복지정책이 안타깝다.

 

사람은 스스로 어떤 이유로도 목숨을 버리거나 그래서도 안 되지만

이렇게나 불우한 삶의 굴레를 타고난 듯 보이는 아이들이 또 다른 인생을 맞아 

사랑을 나누고 기쁨으로 살고 있는 사례들을 보며, 세상 누구의 삶도 쉽게 갈라서 생각하거나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구나, 다시 느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 보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는 게 다일 수도 없다.

작디 작은 먼지에 불과할지도 모를, 너도 나도 우물 안 개구리, 수족관 안의 물고기에 불과할지도 모를 존재다. 

가엾다 너나 나나. 소중하다 너나 나나. 그리고 인생이 나에게 또 너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인생을 너무 집요하게 들여다보면 비관적인 사람,

관조하면 냉소적인 사람이 된다.

인생을 보는 적당한 거리를 아는 것,

그게 바로 현명함이 아닐까.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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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12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보는 적당한 거리를 아는 것!
그래서 인생이 나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도 모를 일!
내식대로 해석해서 읽게 되지만..가슴에 와 닿아요
선물 받고 싶네요.^^
님의 목소리도 한 번 듣고 싶구요.ㅋ

프레이야 2012-06-12 08:47   좋아요 0 | URL
책읽는나무님,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은 도서관 안 가시나요?
제 목소리는 그저 그렇지만 님의 목소리는 듣고 싶네요.
인생을 보는 적당한 거리는, 사람을 보는 적당한 거리와도 통하는 게 아닐까 해요.
마음의 완급이랄까. 아무튼 멀리서 보면 희극, 자잘한 '비극'은 패스하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 같아요^^

댈러웨이 2012-06-12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보이는 게 다일 수가 없는데'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아, 갑자기 우울해지려고 한다. ㅠ.ㅠ

프레이야 2012-06-12 19:09   좋아요 0 | URL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만, 어떨 땐 보이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잘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보이는 건 간과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 안달할 필요까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간혹 들어요.^^
댈러웨이님 우울해지지 마시라구요.^^

2012-06-12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2-06-13 00:23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 읽으며 몇 번이나 뭉클뭉클 목울대에서 뭔가 치고 올라왔어요.
세상엔 험한 일도 험한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선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그래서 세상이 굴러간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좋은 책이에요.
사람의 생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지도에 의한 것이란 생각도 들고..
탈없이 낳아서 길러준 부모님께 그나마 감사한 마음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2012-06-13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4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14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