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사람들의 입에서는 대뜸 '몽상가'란 말이 나왔다. (우리는 사랑일까,의 첫 문장)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자신은 인정할 수 없을지 몰라도 타인의 시선으로 보이는 자신의 정체성이 더 맞는 경우가 많다.
앨리스는 자기초월의 갈망(신학적으로는 사랑이라는 관념과 같은 것)과
현실에서의 상실감으로 우수 깃든 연초록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라고 묘사된다.
앨리스는 '관계'라는, 의사 불소통의 우스운 연속을 익히 잘 알면서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열정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살아온 여자다.
한마디로, 앨리스는 사랑을 실용적인 의미로 생각하기 싫어하는 부류다.
알랭 드 보통은 몽상가를 '낭만적 혁명가'로 통하게 하는데, 역사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모든 걸 보존하려는 욕구의 반대 쪽,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려는 욕구'에 사로잡힌 앨리스를 보여준다.
'거울에 비친 사랑'을 말하는 대목은 앨리스를 더 잘 말해주는데, 우리가 대개 사랑에 빠졌다는 감정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닌가 가끔 돌아다보일 때 유효하다.
앨리스가 지금 에릭을 (신중하게 말해서) 사랑하는 것일 리가 없다면,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이 동어반복적인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이것은 거울에 비친 사랑이다.
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 감정적인 열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74p)
사랑과 관계와 삶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지닌다는 건 그만큼 더 간절히 바라고 기다린다는 반증이다.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삶과 관계를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희망을 옅게 열어보이는 소설!
나도 가끔 몽상가라는 말을 친구에게 듣지만 누구나 자기 안에 '몽상가' 하나쯤 두고 살지 않나싶다.
몽상가는 안주하는 법이 없다. 현실과 타협하는 데도 서툴다. 꿈을 꾸고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고 열정을 사랑한다.
시를 푸른노트에 필사한 혁명가 체 게바라도 생각나는 아침, 영화 '쿠바의연인' 도 생각나는 아침이다.
쿠바, 가보고 싶다.
![](http://cfile76.uf.daum.net/C155x225/20422B4B4D26234C1F8450)
연애는 혁명이다! 다큐, 정호현의 <쿠바의 연인> 나의 리뷰 http://blog.aladin.co.kr/sense/4454523
![](http://cfile189.uf.daum.net/C155x225/204F77234A113514281087)
베르톨루치 감독의 <The Dreamers> 나의 리뷰 http://blog.aladin.co.kr/sense/1085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