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중앙공원에 서서 둥그런 물줄기를 뱉어내고 있는 분수대를 바라보고 있다. 여름날은 그렇게저렇게 갔다. 가을도 언제 한번 따숩게 반겨맞아들이지도 못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멀어져가고 있다.

볕 좋은 일요일 아빠가 아이들의 뒷모습을 담았다. 난 언제나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목구멍이 치밀어오른다. 아침이면 무거운 가방을 등에 메고 학교를 향해 총총 걸어가는 뒷모습에 평소에 잘 하지 못하는 살가운 말들을 혼잣말로 실어보낸다. 그 가방 속에 한가득 지혜와 희망을 업고 가라고.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고.

아이들이 성큼 자라있다. 저희들끼리 잘 자란다. 두그루의 나무처럼 저희들끼리 부대끼며 사랑도 느끼고 내어줌의 미덕도 배운다. 곧게만 자라는 해송보다는 이리저리 굽어가며 자라는 육송에 작은 애착이 가는 건 왜일까. 엄마로서의 바람이 부질없고 연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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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7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깍두기 2004-10-2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우리 딸 이름이 해송인데...해송도 좋아해 줘요~

프레이야 2005-08-01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송,,, 이름 참 이쁘네요, 깍두기님. 오늘 경주 흥덕왕릉에 갔다왔는데요 들어가는길에 육송이 빽빽하게 서있더군요. 이야기가 스물스물 기어나올 것만 같았어요.

책읽는나무 2004-10-2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구도가 멋지네요...
전 남자나 여자들의 뒷모습만 멋진줄 알았더니..아이들의 뒷모습도 참 멋지다라는걸 오늘 느꼈네요..^^

프레이야 2004-10-27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구도가 멋지단 말 아이아빠에게 해주면 좋아라할거에요. 뒷모습에 표정이 담겨있죠?
두딸의 뒷모습이 믿음직해보인다는 말, 힘이 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