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기다려온 호그와트의 아이들이 올 여름 다시 돌아왔다. 지난 5월 31일 영국에서 가장 먼저 뚜껑을 연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하루만에 503만 파운드(106억)를 넘는 입장수익을 기록하며 영국 박스오피스의 역사를 다시 작성했다. 영국 영화사상 개봉 첫날 입장수입이 500만 파운드를 초과한 것은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처음이다.
1억 3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3학년이 된 해리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해리의 부모님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마법사 시리우스 블랙(게리 올드만)과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캐릭터는 다양해지고, 전 연령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까지 일취월장한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판타지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작품들이 결코 도달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오는 7월 16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새로운 감독이 만든 ‘해리포터’가 선사하는 마법의 색깔은?
국내에서도 전국 4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해리포터> 1, 2편. <해리포터> 성공신화의 주역인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는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3편의 연출을 포기했다. 크리스 콜럼버스의 뒤를 이어 3편의 메가폰을 잡게 된 감독은 멕시코계 출신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 (처음에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메가폰을 잡는다는 루머가 떠돌았지만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그는 남미 특유의 이국적 풍취를 할리우드에 접목하여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할리우드 입성작 <소공녀>는 ‘해리포터’의 원작자인 조앤 K.롤링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다. ‘사랑의 기억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감성적 수채화 <위대한 유산>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춘들이 섹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랑을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투마마>는 피보다 진한 데킬라의 향취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런 감독이 만든 ‘해리포터’는 어떤 색깔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감독의 교체가 불러온 ‘해리포터’의 변화는 낯설지 않고, 오히려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메가폰을 잡아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은 것은 영화 <이투마마>의 촬영을 막 끝낸 직후였다. 다른 감독 같으면, 바로 연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겠지만 그는 달랐다. 이 작품에 연출 제의를 받아보기 전까지,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그는 이 작품에 대해서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해리포터’ 팬들은 그런 그에게 연출을 맡게 한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행동에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를 보기 전의 일이다. 극장 문을 나설 때면, 관객들은 ‘해리포터’가 가진 매력을 스크린 가득 담아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연출에 매료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스티브 클로브스의 시나리오와 원작소설을 읽은 후에야 이 작품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얼핏 보면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마법과 신비한 괴물에 대한 이야기처럼 비쳐질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전개되는 주제는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현 시대와도 상당한 연관성이 있어보였다.” 지난 27일 런던 방케드홀에서 열린 기자 회견장에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군더더기 없는 직설화법으로 당시를 회고했다. 그리고 나서 “‘해리포터’ 시리즈엔 성장, 자아 정체성, 친구들과의 관계, 부모 없이 성장해야 하는 아이의 외로움, 사회적 계급, 인종주의 등과 같은 다양하고 보편적인 문제들이 녹아있다”고 덧붙였다.
'해리포터' 1,2편의 메가폰을 잡았었고, 3편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선 제작자로 참여한 크리스 콜럼버스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해 흡족해했다. “그는 젊은 배우들과 호흡이 매우 잘 맞는다. 이 영화에선 그 점이 특히 중요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현존 감독 중 비주얼에 가장 강점을 가진 감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스토리 텔링에도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다.”
세트와 배우 기용 등이 이미 대부분 결정돼있다는 사실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에겐 하나의 혜택이었다. 그만큼 극의 줄거리와 스타급 출연진의 연기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졌기 때문. 이번 작품은 이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에게 두 가지의 도전을 안겨주었다. 하나는 아역 캐릭터에서 청소년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그들의 연기 스승이라 할 크리스 콜럼버스가 빠진 촬영장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전엔 내 미숙한 연기력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수 없었겠지만,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밑에서 연기지도를 받은 지금은 그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고 말한 ‘해리포터’ 역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인 헤르미온느 역을 연기한 엠마 왓슨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통해 ‘캐릭터에 감정을 불어넣는 법’을 배워 나갔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원작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모두 수긍하겠지만, 전편에 비해 이번 편은 분위기가 휠씬 어두워지고 화려한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의 우울한 분위기는 폭우 속에서 진행되는 퀴디치 시합 장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어둡고 괴기스런 하늘을 배경으로 해리를 위협하는 디멘터들의 위압적 모습은 관객들에게 섬뜩한 공포를 자아낸다.
알폰소 쿠아론은 스토리 속에서 호그와트를 좀 더 두드러지게 표현하고 캐릭터들의 성장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와이드 앵글 렌즈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스토리 텔링의 도구로 클로즈 업을 사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와이드 앵글을 활용하여 먼 거리에서 그들의 몸짓의 의미까지 화면에 담아냈다.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
조앤 K. 롤링의 다른 ‘해리포터’ 시리즈가 그렇듯,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는 수많은 상상속 동물들과 마법 변신술이 등장한다. 이 영화에 새로이 등장하는 상상속 동물들을 나열해 보면, 반은 말이고 반은 독수리인 ‘벅빅’ (일명 히포그리프), 루핀 교수의 또 다른 얼굴인 늑대인간, 그리고 유령처럼 나타나 영혼을 빨아들이는 아즈카반의 간수 ‘디멘터’등이 있다.
그 외에도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의 또 다른 볼거리로는 야간 구조 버스라 불리는 마법의 자동차와 해리의 분노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마지 아줌마, 그리고 론의 생쥐 스캐버스와 헤르미온느의 고양이 크룩생크 등을 꼽을 수 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전편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신기술을 보여준다. 진짜 새처럼 움직일 때마다 섬세하게 흩날리는 벅빅의 깃털은 예전 영화들 속의 CGI 작업에선 볼 수 없었던 첨단 컴퓨터 그래픽의 산물이다. 벅빅 못지 않게 제작자들의 고심을 안게 한 것은 루핀 교수를 사나운 늑대인간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이었다. 무수한 공포영화에서 수없이 등장한 캐릭터 늑대인간과는 차별화된 늑대인간을 만들고 싶었던 제작진은 종래의 털 달린 늑대인간에서 벗어나 털 없는 늑대인간을 만들어 냈다.
롤링의 원작소설에서 생생히 묘사된, 이 영화에서 어쩌면 가장 두려운 존재일지도 모를 디멘터를 창조하는 작업도 물론 만만치 않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디멘터가 극중 다른 생물체들과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특수효과팀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요구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6개월을 매달렸다. ILM의 특수효과팀, 의상 디자이너 재니 테마임(디멘터의 모습과 동작을 가장 자연스럽게 연출해줄 의상 소재 개발)까지 총동원되어 창조한 디멘터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감독에게 대단한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사진제공:워너 브라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