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마음의 뒷쪽에선 비가 내리고 그 앞에는 반짝반짝 웃는 나의 얼굴 에나멜처럼 반짝이는
저 단단한 슬픔의 이빨.
어머니 북이나 쳤으면요.
내 마음의 얇은 함석 지붕을 두드리는
산란한 빗줄기보다 더 세게 더 크게,
내가 밥빌어 먹고 사는 사무실의
낮은 회색 지붕이 뚫어져라 뚫어져라,
그래서 햇살이 칼날처럼
이 회색의 급소를 찌르도록
어머니 북이나 실컷 쳐 봤으면요.
- 최승자 시집 <이 시대의 사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