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뒷쪽에선 비가 내리고

그 앞에는 반짝반짝 웃는 나의 얼굴

에나멜처럼 반짝이는

저 단단한 슬픔의 이빨.

 

어머니 북이나 쳤으면요.

내 마음의 얇은 함석 지붕을 두드리는

산란한 빗줄기보다 더 세게 더 크게,

내가 밥빌어 먹고 사는 사무실의

낮은 회색 지붕이 뚫어져라 뚫어져라,

그래서 햇살이 칼날처럼

이 회색의 급소를 찌르도록

어머니 북이나 실컷 쳐 봤으면요.

 

 

 

- 최승자 시집 <이 시대의 사랑>에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1-04-29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이 두드려 울리는 북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두드려 울리게 하는 북이면 좋겠어요. 실컷 칠 수 있는 북이요.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와 북소리란 어휘때문에 더 절실해 보이고 시에서 소리가 나는 듯 하네요.

프레이야 2011-04-29 20:37   좋아요 0 | URL
그죠, 최승자님의 시는 뜨겁고 강렬하네요.
신산한 삶이라해도 신명나는 북소리로 훌훌 우리 날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