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돼지꼬리 - 동화가 좋아요 산하작은아이들 39
서석영 지음, 강주영 그림 / 산하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날아라, 돼지꼬리'는 4개의 단편동화 중 첫번째 이야기이다. 초등 저학년(3학년까지) 정도에서 읽으면 될 동화집이다. 돼지꼬리는 원고지 교정부호에서 필요없는 말을 뺄 때 쓰이는데,  작가는 그것에 재미있는 상상을 부여했다. 돼지꼬리 모양의 표시가 왜 그런 용도로 쓰이게 되었는지 이야기는 짧고 명료하게 펼쳐진다. 좀 개연성이 없어보이는 점도 있지만 상상력에 점수를 주고싶다.

하지만 삽화에서는 정확한 모양의  교정부호로 그려져있지 않기 때문에(꼬리를 두번 말아서 위로~), 아이들한테는 정확한 교정부호로 짚어줄 필요가 있겠다.

두번째 이야기는 동물의 뇌를 이리저리 바꾸는 실험을 하는 생명공학박사가 등장한다. 좀 음산한 분위기의 얼굴로 삽화를 그려놓아서, 이런 일이 생명을 함부로 다룬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 놓았다. 그런 결과로 세상이 어지럽거나 말거나 침팬지의 뇌와 사람의 뇌를 바꾸어볼 것을 계획하고 있는 박사가 무시무시하다.

세번째 이야기는 큰이모가 사온 꿀같은 복숭아를 먹고 그 씨를 앵두나무 밑에 묻은 남매의 이야기이다. 그 씨가 자라 복숭아가 열릴 것을 고대하는 남동생을 위한 어린 누나의 따스한 마음씨가 어여쁘다.

네번째 이야기는 남들과 똑같이 살기를 거부하는 올챙이의 이야기다. 남들처럼 겨울이면 겨울잠을 자고, 뒷다리가 나오고 앞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들어가 개구리가 되기를 거부하는 올챙이는, 그래서 이름도 삐딱이이다. 삐딱이를 걱정하는 엄마의 염려는 아랑곳 없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삐딱이는 자기 멋대로 산다. 결국 엄마도 죽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삐딱이는 호박이를 찾아가고 편안한 친구의 소중함을 안다.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세상에 어느정도 적응하며 어울려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뒤의 세가지 이야기는 그리 특이한 소재도 아니고 풀어나가는 방식에도 남다른 주제가 보이는 건 아니지만, 첫번째 이야기는 재미있는 상상이다. 다른 교정부호를 가지고도 기발한 상상을 불어넣어 이야기글을 써보는 활동으로 상상력 기르기를 해보면 좋겠다. 3학년 아이들과 앞뒤 글자 바꾸기 교정부호를 가지고 써 보았는데, 그 표시를 다람쥐꼬리에서 건져내어 '다람쥐'와 '도토리' 같은 단어를 먼저 제시해주고 이야기방향을 끌어준 다음 써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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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4-2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번째 삐딱이는 꼭 제 이야기 인것만 같은데요^^그리하여 세번째 이야기처럼 비로소 따스한 마음씨를 지니게 되었다는..참으로 따듯한 동화입니다.^^

프레이야 2004-04-2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음, 저도 좀 삐딱이 경향이 있어요. 남들 다 하면 별로 안 하고 싶고. 여럿이 어울리는 건 좀 귀찮고 혼자 노는 게 편하지만 때로는 외로움을 느끼는 건지 어떤 사람이 좋으면 정신 못 차리겠고요(근데 겉으론 별로 표가 나지 않죠). 푸근한 호박이가 되어야할텐데... 나이만 들었지 덜 큰 거 같아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