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동이 말동이 문원아이 17
홍종의 지음, 하영민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우리창작동화를 읽었다. 창작동화는 과학도서나 지식위주의 책보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문학적인 상상력이나 상징적인 의미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은 글 이면의 의미와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좀더 의미있는 생각을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여 나를 답답하게 한다.  

줄다리기가 원래부터 우리 고유의 전통놀이는 아니라고 하지만 대체로 알려진 바에 따라 우리 전통문화에서 글알을 찾아내었다는 점에서 이 동화가 반갑다. 충남 당진의 틀못시에서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줄다리기를 소재로 우리 생활에서 흔히 있는 갈등을 엮고, 또 해소하게 한다. 줄다리기는 화합의 의미 이외에도 '다린다'라는 말에 있는 '누르다'라는 의미를 더해야 한다. 나쁜 생각이나 집착, 습관 따위가 내 안에서 활개치지 못하도록 눌러 없앤다, 라는 뜻을 품고 있다.

갈등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진세와 승기의 아이다운 경쟁심과 질투심이 부르는 갈등이 그 한 가지이고, 다른 하나는 젊은 며느리(진세의 엄마)와 나이드신 시골의 할머니(진세의 할머니)간에 있는 세대간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아이를 못 가지는 며느리에게 비녀장을 한 암줄과 숫줄의 줄을 고아 달인 물을 먹으라고 권한 할머니를 며느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긴 어려울지 모른다. 그 물은 버려졌고 진세는 시험관시술로 태어난 아이다.

늘 어르렁거리던 진세와 승기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의 고향 틀못시로 가서 줄다리기에 참여한다. 그 전에 갔던 스키장 장면과 대조된다. 여기서, 우리 전통놀이는 서양놀이에 비해 좀더 집단공동체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작게는 지역(마을)공동체적이어서 마을 사람들끼리의 단합된 감정을 고양한다. 이 점에서 비판적인 눈을 드러낸 아이에게 난, 좋은 감정을 지역감정으로 부추긴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함께 어울려 화합하고 오랜 기간을 공들여 준비하고(4만 킬로그램의 무게, 지름 1미터의 줄을 지푸라기에서부터 만들어내려면), 이기고 지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처음부터 어느 편이 이기든 '다 좋은 것'이다. 아랫줄이 이기면 풍년이 들고 윗줄이 이기면 병이 없다고 하니 말이다.

승기가 들어간 편이 승리했지만, 이기고도 아무도 으쓰대지 않는다는 걸 안 승기는, 이긴다는 게 반드시 승리는 아니란 걸 깨닫는다. 수학시험에서 자기만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허위로 예상문제를 만들어 친구들을 현혹시켰던 행동도 반성했을 것이다. 누그러진 승기에게 말동이가 되어달라며 줄동이 진세는 자신만만하게 화해의 말을 내밀고, 둘은 형제처럼 '줄동이말동이'가 된다.

좀 거슬리는 점은, 갈등이 해결되는 계기가 비약적이란 점이다. 그렇게 경쟁심이 많고 승부욕도 많은 승기가 너무 쉽게 마음이 풀어진다. 진세의 엄마가 '줄동이'를 인정하는 대목도 뜬금없이 나온다. 골이 깊었을 미신에 대한 나쁜 감정이 아무런 납득할 만한 대목도 없이 풀려있다. 줄다리기를 하는 장면은 좀더 박진감 넘치게 빠져들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교훈을 너무 드러내려 한 점도 그렇다. 주인공은 항상 멋지고 착하고 잘 되는 것으로 나오는 게 싫다고 한 아이의 말에 좋은 대답을 못해주었다. 우리 동화의 특징이자 한계인가. 이 아이가 다른 외국창작동화도 다음 기회에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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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랑 2004-04-1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감사합니다.
'줄동이 말동이'를 쓴 동화작가입니다.
예리한 평 감사드리며 좋은 동화를 창작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프레이야 2004-04-1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종의님, 반갑습니다. 뭐라 해야할지... ^^
저의 졸평을 너그러이 좋게 받아주시니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책임있는 생각으로 동화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동화 또 기대하겠습니다. 나오면 알려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