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느미’란 말은 강릉지방의 토속어다.
그 말은 언제나 내게 고향과 어머니를 생각하게 한다.
어렸을 적 밥상머리에 앉을 때까지는 밖에서 놀이에 빠져 있는 내 이름을 서둘러 부르셨지만, 밥숟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하면 으레 ‘시느미 먹어라. 급히 먹다 체할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머니는 아무리 급한 길도 빨리 오라 하지 않고 ‘시느미 오너라’고 하셨다.
‘시느미’란 말이 아름답게 들리는 것은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따뜻한 염려와 정성스러움, 그리고 진솔함 때문일 것이다. 그 말에는 어떤 일을 하든지 꼼꼼히 정확하게 챙기라는 충고의 뜻도 들어 있다.
그러나 ‘시느미’란 말이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져도 좋다는 뜻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는 놀랍게 빠른 속도로 눈부신 성장을 해왔으며 옛날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풍요도 이루어 냈다. 아마도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요즘은 '초고속'이나 '광속'이라는 말쯤은 해야 빠르다고 실감할 정도에 이르렀다. 혹시 현대사회의 치열한 경쟁이 무한정의 속도를 증가시켜, 느린 것은 약삭빠르지 못한 것, 둔하고 미련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쯤에서 한 번 돌아다봐야 할 것 같다. 빠른 속도에 떠밀려 사색을 잃어버리고 신중함을 잃어버리고 묵상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온전한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은 ‘시느미’ 속도를 조절해야 할 때, 시간의 균형과 조화를 찾아야 할 때다. 시느미 걷고 시느미 행동하는 모습에 부드럽고 우아하며 겸손한 삶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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