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어머니는 설날이면 꼭 만두를 빚습니다. 신김치를 다지고 두부를 꼭 짜서 으깨고 숙주나물에 돼지고기. 이것들은 만두소를 만드는데 필요한 주재료들이지요. 여기에 어머니의 손맛으로 양념을 하지요. 만두피는 밀가루를 치대어 하룻동안 두면 더 맛이 좋지요. 준비가 끝나면 저와 여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둥그렇게 자리를 잡고 앉아 만두를 빚습니다. 손발이 척척 맞아 그 많던 만두소가 금새 바닥이 났었지요. 이제는 딸 둘 모두 결혼하고 설날이 다가오면 어머니 혼자 그 많은 일을 하십니다. 설날에 가서 얻어먹는 만두국은 여전히 별미지만, 어느새 주름잡힌 얼굴과 손을 바라보면 가슴 한구석이 아립니다.<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를 보면 아리는 가슴은 잠시 재쳐두게 됩니다. 넉넉한 할머니의 지시를 따라 숲 속의 모든 동물들이 너나 없이 힘을 합하여 만두를 만드는 광경이 그렇게 만듭니다. 대개가 혐오하는 뱀까지 이 일에 넣고 있지요. 할머니는 시종일관 인자하게 웃고 계시고, 동물들은 모두 너무 즐거운 표정이지요. 밀가루 반죽을 보자기처럼 펼쳐 놓고 남아있는 만두소를 모조리 쏟아부은 다음 양쪽에서 만두피를 붙잡고 함성을 내지르며 가운데로 달려드는 장면은 마치 운동회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야아! 야아!'엄청나게 큰 가마솥에 세상에서 제일 큰 만두를 넣고 만두가 빨리 익기를 기다리는 동물들 좀 보세요. 드디어 만두가 다 익자, 맛있는 냄새가 온 사방에 퍼지고 배고픈 동물들이 한꺼번에 만두로 달려듭니다. 아기토끼를 포대기에 업고 기다리고 서있던 엄마토끼도 아기를 내려서 앉혀 만두를 먹이고 있네요. 세상의 엄마들은 다 이렇지요. 배고픈 동물이라면 누구든 와서 함께 먹는, 참 넉넉해서 푸근한 장면입니다. 예로부터 우리에게 있는 원래의 마음이지요. 엄청나게 큰 가마솥과 둥근 언덕같은 만두소가 담긴 큰 함지박에는 사다리가 놓여있네요. 얼마나 큰지 마음으로 가늠이 되죠. 그림책의 양면에 걸쳐, 온통 눈세상을 뒤로 하고 놓여있는 이 물건들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가마솥 뚜껑 틈으로 솔솔 새어나오는 연기까지도요.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누어 먹는 일은 정을 나누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쉽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할머니의 모습과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물들을 순한 얼굴로 그려, 먹는 즐거움과 함께 나도 그 속에 들어가 같이 만들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동물들이 서로 힘을 합하는 모습이 보기도 좋습니다. 춥다고 움츠리고 있지말고 활기차게 일을 한 뒤 먹는 음식맛은 최고지요. 웃음이 묻어나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