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친절
1
차가운 바람 가득한 이 세상에
너희들은 발가벗은 아이로 태어났다.
한 여자가 너희들에게 기저귀를 채워줄 때
너희들은 가진 것 하나도 없이 떨면서 누워 있었다.
2
아무도 너희들에게 환호를 보내지 않았고, 너희들을 바라지 않았으며,
너희들을 차에 태워 데리고 가지 않았다.
한 남자가 언젠가 너희들의 손을 잡았을 때
이 세상에서 너희들은 알려져 있지 않았었다.
3
차가운 바람 가득한 이 세상을
너희들은 온통 딱지와 흠집으로 뒤덮여서 떠나간다.
두 줌의 흙이 던져질 때는
거의 누구나 이 세상을 사랑했었다.
(1922년)
- <살아남은 자의 슬픔> 중 / 베르톨트 브레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