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친절




1

차가운 바람 가득한 이 세상에
너희들은 발가벗은 아이로 태어났다.
한 여자가 너희들에게 기저귀를 채워줄 때
너희들은 가진 것 하나도 없이 떨면서 누워 있었다.

2

아무도 너희들에게 환호를 보내지 않았고, 너희들을 바라지 않았으며,

너희들을 차에 태워 데리고 가지 않았다.
한 남자가 언젠가 너희들의 손을 잡았을 때
이 세상에서 너희들은 알려져 있지 않았었다.

3

차가운 바람 가득한 이 세상을
너희들은 온통 딱지와 흠집으로 뒤덮여서 떠나간다.
두 줌의 흙이 던져질 때는
거의 누구나 이 세상을 사랑했었다.


(1922년)




- <살아남은 자의 슬픔> 중 / 베르톨트 브레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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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0-2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레히트를 읽으면 전 늘 시인 김남주가 떠올라요. 워낙에 시를 잘 모르니 그 연상이 맞는건지 틀린건지는 모르지만 그저 그들의 그 치열함과 시가 풍기는 분위기가 항상 둘을 같이 떠오르게 만드네요. 저 시속의 아이들도 딱 시인들의 모습인것 같아 마음아픈 시예요.

프레이야 2007-10-21 00:22   좋아요 0 | URL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가지(사랑하지)못하고 비겁하게 살다가는
대부분의 우리를 한 방 때리는 것 같지요. 종종 이렇게 맞아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려나요... 밤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