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나는 들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당신들이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고 나는 들었다.
추측컨대, 당신들은 백만장자인 모양이다.
당신들의 미래는 보장되어 있다. - 미래가
당신들 앞에 환히 보인다. 당신들의 부모는
당신들의 발이 돌멩이에 부딪히지 않도록
미리 준비해 놓았다. 그러니 당신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
계속해서 살 수가 있을 것이다.

비록 시대가 불안하여, 내가 들은 대로,
어려운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당신에게는 만사가 잘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정확하게 말해 줄 당신의 안내자들이 있다.
어떤 시대나 타당한 진리와
언제나 도움이 되는 처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은 모든 요령을 수집해 놓았을 것이다.

당신을 위하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당신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만일에 사정이 달라진다면
물론 당신도 배워야만 할 것이다.

(1932년)




- <살아남은 자의 슬픔> 브레히트 시집 (김광규 옮김) /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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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10-20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레히트의 시를 읽으며,
제 생의 지점을 가늠했던 때가 있었어요.
어쩌면,
지금 저의 모습은 그 가늠과 존재의 기로에서
좌충우돌하며 그저 우울의 울 안에 갇혀 있는 듯 싶기도 합니다. 만,

그러나 여전히 저에겐 배울 것이 많다는 그 진실 속에서
존재의 기로를 곧추 세우곤 합니다.

이 역설적인 시를 통해 브레히트가 느꼈을 존재의 괴로움을
조금이나마 느껴봅니다. 살아남아서,
배울 수 밖에는 없는 인생의 잔혹함을요...

프레이야 2007-10-20 09:54   좋아요 0 | URL
그의 시들은 깨어서 직시하고 일어나라고 부끄러운 얼굴을 찌르는 것
같습니다. 바람결님, 또 한주의 끝자락이네요. 날이 아주 화창합니다.
좋은 날, 맞이하시고 내일 준비 또 어떻게 하실지 기대됩니다.^^

소나무집 2007-10-2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책꽂이에 브레이트의 시집이 있는 걸 보면 읽었을 법도 한데 전혀 기억은 나지 않고...
백만장자가 아닌 나는 배워야 할 것이 많은데도 배우려 들지 않고 있네요.

프레이야 2007-10-20 11:38   좋아요 0 | URL
다 기억하긴 어렵지요.^^
님, 나쁘지 않은 주말 보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