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지구의 크기를 재다 - 초등학생이 처음 만나는 구석구석 세계 지리 이야기 초등학생이 처음 만나는 세상이야기 8
장수하늘소 지음, 이현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은 처음 지구의 둘레를 잰 에라토스테네스에 대한 이야기에서 따온 제목이다. 다섯 번째 장에 그 과정과 오늘날의 것과 오차가 생긴 이유까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소제목 ‘초등학생이 처음 만나는 구석구석 세계 지리 이야기’는 아이세움 시리즈로 나온 ‘초등학생이 처음 만나는’의 연장이다. 이 시리즈는 모두 6학년 정도의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권할 만하다.

 서문에서도 밝혀두었듯이, 지리 이야기라고 하면 지리학만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은 천문학, 인류학, 지질학, 역사학, 기상학, 동식물학, 풍수지리 그리고 지리상의 발견 등을 포함해 인간의 생활과 직접 간접으로 관련되는 모든 것들을 기원전의 역사적 사건에서부터 오늘날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소 두서가 없어 보이지만 모두 30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 장마다 먼저 쉽게 읽히는 옛이야기 하나를 두고 상세한 정보와 알아야할 용어 같은 것들은 다시 두 꼭지로 덧붙여 정리하여 보여준다. 각 장의 끝에는 다시 한 꼭지를 두어 알쏭달쏭한 점이나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을 풀어준다. 각 장의 제목이나 순서에는 유기성이 부족하고 각 장마다 반복되는 구절이 가끔 나오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알차고 흥미롭다. 어려운 용어는 배제하고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고, 무엇보다 다른 지리이야기 관련책이나 지리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자극을 준다. 6학년 아이들과 읽었는데 사회와 과학 과목에 좀 약한 아이들은 읽기 어려웠는지 재미없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곁들여 설명해주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더 흥미로워하였다.

 지리학이라고 하면 지도나 지형, 탐험이나 탐사 하물며 풍수지리 같은 영역에 한정하여 오해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하나의 소분야이거나 지리학의 방법적 차원에 불과하다. 지구는 비밀의 공 같다. 46억 살의 지구가 생성된 이래 지구의 비밀은 상당한 부분 밝혀졌고 지금도 연구되고 있지만 앞으로 밝혀질 비밀이 더 많이 숨어있을 것이란 가정이지리학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이고 미래에 혹시 지리학을 탐구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책을 읽다보면 땅의 이치를 말하는 지리(地理)는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의미에서 지리(地利)가 되어야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1400년 경 포루투갈의 엔리케 왕자 이후로 200년간 열린 ‘지리상의 발견 시대’와 관련하여서는 생각해 볼 거리를 짚고 짧은 토론시간을 갖고 넘어가면 좋겠다. 서구 강대국들의 '탐험과 발견'이 원주민들에게는 '침략과 말살'의 잔혹한 역사였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명나라의 정화가 이끈 대탐험의 이야기도 아이들은 꽤 흥미로워했다. 거대한 선단을 이끌고 중국의 종속국을 만들고 무역을 하던 정화의 탐험이 중단을 한 이유는 나와 있지 않은데,콜롬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인도땅으로 알고 발견한 시점은 그로부터도 한참 후의 일이다.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근처에서 발생한 쓰나미도 설명한다. 쓰나미의 원인을 알면 쓰나미는 대비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지각판의 충돌로 생긴 단층 위로 바닷물이 출렁이며 바다 밑에서 해일이 일었고 그것이 해변에 도착하면 속도는 느려지지만 파고는 수십 미터로 엄청나게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진파가 전달되는 속도는 쓰나미가 전달되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서 지진파를 감지하고 쓰나미 경보제를 이용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일본, 칠레 같은 나라는 쓰나미 경보 센터를 두었다고 한다. 쓰나미는 ‘해안’을 뜻하는 ‘쓰’와 ‘파도’를 뜻하는 ‘나미’가 합쳐진 말로, 일본에서 자주 일어나다 보니 일본어로 생긴 말이다. 그리고 지구환경과 관련하여 엘니뇨와 라니냐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두었다. 이렇게 지리를 알면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자연환경도 이롭게 다스릴 수 있는 길이 보인다.

 지리학이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보니 책의 내용도 광범위하긴 한데, 따로따로 꼭지마다 읽어도 무리없다. 몰랐던 재미있는 내용 한 가지가 있다. ‘태풍의 이름은 누가 지을까?’ 라는 꼭지다. 태풍의 이름은 여러 과정을 거쳐 2000년부터는 태풍의 영향을 받는 14개 나라에서 제출한 10개씩의 이름을 모아서 번갈아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북한도 그런 나라들 중 하나인데 각각 제출한 이름이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른 게, 재미있다.

 우리나라 - 개미, 제비, 나리, 너구리, 장미, 고니, 수달, 메기, 노루, 나비
 북한 - 기러기, 소나무, 도라지, 버들, 갈매기, 봉선화, 매미, 민들레, 메아리, 날개


 '옴파로스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옴파로스 증후군은 내가 있는 곳이 곧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고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게 사람이고 이런 사고가 권장되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지리(地利)의 우선 과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별과 편견, 침략과 강탈, 거짓과 왜곡은 이런 증후군에서 나온 게 아닐까.

 

 

 

* 오자로 보이는 것 : 바다 밑에서 발행한 해일은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는데,...(p165)
                                                ----> 발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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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09-30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파로스 증후군이라구요?
음...또 배우고 갑니다, 혜경님.
꾸뻑.

프레이야 2007-10-01 10:08   좋아요 0 | URL
옴파로스는 예전에 중저가 브랜드 옷 이름으로 들었는데, 그게 배꼽, 중심 그런뜻의 라틴어더군요. 옴파로스 증후군은 이 책에 한 페이지로 설명되어 나오는 용어에요. 저도 그런 증후군이 있는 줄 처음 알았네요.
꼭 중심이 되어야할까요? 주변인도 괜찮지 않나 싶어요^^ 바람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