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딧물을 길들이는 붉은개미 - 길들이기 공생 공생과 기생 2
아만다 하먼 지음, 박시룡 옮김 / 다섯수레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길들이기’라면 ‘어린왕자’가 길들인 장미와 ‘장미’가 길들인 어린왕자가 떠오른다. 생떽쥐베리의 문학적 상상력은 '관계맺기'이자 '진심으로 사랑하기'로서의 길들이기를 이야기한다. <진딧물을 길들이는 붉은개미>에서는 생물학적 길들이기가 나오는데 이 책은 ‘공생과 기생’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그 관계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리공생과 한쪽만 이익을 얻고 다른쪽은 아무런 득도 실도 없는 편리공생이 있다. 물론 한쪽만 이득을 얻는 기생도 여기에 포함된다.

 

 

 시리즈의 첫 번째 편, ‘딱새를 속여 번식하는 뻐꾸기’는 번식공생을 보여주는데 그것에 이어 이 책은 '길들이기 공생'을 보여준다. 주요 등장 동물은 제목에서 보이듯 진딧물을 길들이는 붉은개미이지만 목차를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차근차근 공생의 원리를 설명한다.


 공생은 생태계에서 서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길들이기’로 해석된다. 동물과 식물 간에, 그리고 동식물과 인간 간에 길들이기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제1장은 공생이란 어떤 관계인가부터 시작하여 길들이기의 역사를 설명한다. 사람은 동물에게서 노동력과 고기, 가죽, 털을 얻고 식물에게서는 곡식과 원료들을 얻는다. 동식물을 길들이면서부터 사람들은 차츰 정착생활을 시작했고 한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게 되었다. 이 부분은 어른이 함께 읽으며 원시역사와 관련하여 부가 설명을 해주어도 좋겠다. 초등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글자의 크기가 좀 작고 글자수도 많은 듯해서 처음엔 보기에 좀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생생한 사진과 요모조모 재미있는 설명들이 나뉘어 배치되어있는 글들에 흥미를 느꼈다.

 제2장은 ‘서로를 길들이는 곤충과 곰팡이’라는 소제목으로 사람이 동식물을 길들이기 시작한 1만5000년 전의 시기보다 훨씬 오래된, 개미의 길들이기 역사와 그 능력을 보여준다. 흰개미의 일개미들이 곰팡이농장에서 곰팡이를 기르고 그 하얀 덩어리를 먹이로 먹는 모습은 놀라운 지경이다. 곰팡이를 먹이기 위해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는 커다란 나뭇잎을 들고 나르는 개미들의 행렬은 더욱 놀랍다. 그 외에도 푸른나비 애벌레를 기르는 개미와 정원을 가꾸는 우림개미 등, 보금자리를 꾸며 생계를 유지하며 살려고 애쓰는 다양한 종류의 개미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화학전은 인간의 전쟁을 방불하게 한다. 자세한 개미사진이 잘 나와 있어 보는 재미가 생생하다.

 제3장은 ‘노예를 부리는 개미’ 편이다. 아마존개미가 등장하는데 붉은 몸통의 아마존개미들에 근접카메라를 대어 아이들은 징그럽다고 야단이었지만 “왜? 귀엽지 않니?”라며 안 놀라는 척 해주었다. 아마존개미의 여왕개미가 활약하는 일과 그들의 노예 길들이기 방법을 보면 개미들의 사회가 무서워진다. 베르베르의 ‘개미’에서처럼 그들은 인간사회의 축소판이거나 그보다 더한 잔혹한 세계를 사는데 그게 또 생태계의 원리이니 오싹하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다른 생물이 없이는 살 수 없고 서로 길들여가며 주고받고 사는 것인데 환경파괴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생물들이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회색늑대의 후손인 개와 멸종동물인 오록스의 후손인 소는 우리생활과도 밀접한 관계로 지낸 동물이지 않은가.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낚시 중 낮잠을 즐기는 낚시꾼의 모습은 한가로워 보인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공생하는 동물들의 세계 속에 우리도 있다. 환경조건에 따라 생물의 습성은 물론 성격도 좌우되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비슷한 것 같아 흥미롭다. 예를 들어, 열대지방에 사는 개미들이 추운 지방에 사는 개미들보다 자신을 노예로 부리는 개미에 맞서 저항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은 ‘신기한 생물 이야기’ 상자에 들어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꿀단지개미들의 노예 길들이기 방법이었다. 사람들의 세계와 어찌 비슷하던지 소름이 돋았다. 꿀단지개미들이 노예를 길들이는 방법은 아마존개미와 확연히 다르다. 갖가지 속임수로 원주민개미를 노예로 만들고 저항하는 노예개미들은 폭력과 마취로 진압하는 아마존개미들과는 달리 꿀단지개미들은 '단물'을 먹여 노예를 길들인다. 그들의 빵빵한 엉덩이는 단물로 가득한데 그것을 더듬이로 톡톡 두드리는 개미들에게 단물을 떨구어주고 노예로 만든다는 것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부드러운 폭력, 달콤한 억압, 그 안에 숨은 음흉한 미소를 모른채 탐닉하고 안주하고 길들여지는 목숨. 이보다 끔찍한 실상은 없는 것이다. 길들여진다는 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뒤에 나오는 ‘고양이의 야생성 관찰’은 본문과 좀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직접해봐요’라는 꼭지이니, 생물을 가까이서 관찰해 보라는 권유로 읽으면 재미나다. 낱말풀이에서는 본문의 알아두어야 할 낱말을 정의해두었다. 여기 낱말풀이에서 ‘뚱보'의 정의가 재미있는데 본문과 관련하여 보면 ‘몸에 먹이를 저장해서 다른 꿀단지개미를 먹이는 꿀단지개미의 하나’로 나와있다. 이런 뚱보라면 우리사회에도 좀 많이 있으면 좋겠다. 길들이기 목적으로 단물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면.. 이 책의 원제는 ‘parasites & partners, Farmers and Slavers' 이고 번역은 이해하기 쉽게 해 놓은 것 같다. 이것저것 사진과 정보가 다양하여 3,4학년 어린이가 읽기에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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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7-09-1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곤충에 관한 책이라면 아주 끔찍해하는 우리 딸에게도 한 번 권해봐야 할 책인 것 같네요.
생생한 사진 때문에 기겁을 할지도 모르지만요.

프레이야 2007-09-12 07:52   좋아요 0 | URL
네, 여자아이들은 처음에 보더니 기겁을 하더군요 ㅎㅎ
그런데 제가 자꾸 귀엽잖아, 이러며 세뇌(!) 시켰어요.
그런데 자꾸 보니 정말 귀엽다고 그러더군요^^
내용은 공생의 의미와 생리에 초점을 맞춰 충실한 편입니다.

다가섬 2007-09-1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아이,벌레라면 ~답지 않게 과잉반응을 보이곤 하는데
아무래도 친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한가지라도 알고 바라보면 ...달라지겠지요?
3~4용이라니...읽혀볼 만 하겠어요.

프레이야 2007-09-12 10:38   좋아요 0 | URL
다가섬님, 우리집 애들도 날파리만 봐도 호들갑이죠. 걔들도 다 먹고 살아야
하는 거라고 웃겨주면 잠시뿐이에요.^^ 아는 것이 사랑하는 것의
첫걸음이겠지요^^

비로그인 2007-09-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리뷰를 보다가 선물해주고픈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담아요 ^^
그 분은 이런 자연과 동물,곤충의 세계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지요~

프레이야 2007-09-12 17:04   좋아요 0 | URL
엘신님, 어른이신가요? 제가 보기에도 재미난 책이었으니
곤충을 좋아하시면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비로그인 2007-09-13 11:32   좋아요 0 | URL
네,어른입니다. 늘~ 내셔널 지오그래픽같은 다큐 프로를 즐겨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