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아저씨의 딱새 육아일기 산하어린이 145
박남정 지음, 이루다 그림 / 산하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 내가 기르는 아기딱새를 잡아먹고 천연덕스럽게 퍼져서 낮잠을 자고 있는 뱀이 있다면 어떻게 할래? 아이들은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선 낯을 찌푸린다.

 정말 권하고 싶은 이 책은 4학년 아이들과 수업한 했는데 의외로 별로 안 알려져 있나 보다. 어린이 책이 갖추었으면 좋겠다 싶은 점들이 모두 들어가 있는 맛있는 책이다. 따뜻하고 유쾌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정보와 지식의 측면도 소홀히 하지 않고 쉬운 말로 넣어둔 솜씨도 만족스럽다. 글자크기나 행간의 배열도 눈이 피로하지 않게 잘 편집되었다. 삽화는 물론 실제 찍은 사진과 콜라주를 이용한 곁들이 삽화까지 초등 4학년 정도가 읽기에 지루하지 않는 독서시간이 될 것이다.

 곰이 딱새를 키웠다고? 신기하지?

우직한 곰아저씨는 실제로 이흥기라는 총각아저씨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 아저씨가 지난 봄 실제로 겪은 일이다. 단양에서도 더 들어가는 산골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일을 많이 하여 힘도 센 이 아저씨의 직업은 철근 기술자. 하지만 곰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블로그도 운영하며 실제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부분은 자연지킴이 역할이다. 미련곰탱이처럼 한 길만 밟고 온 이분은 동강에 댐을 건설하려고 했을 때 해남에서 서울까지 걸어가며 ‘동강은 흘러야 한다!’ 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금도 초등학생 자연체험단을 이끌며 아이들에게 '함께 사는 자연에 대한 사랑'을 몸소 느끼게 해 주는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책의 글은 이분이 직접 적은 건 아니고 박남정님의 글로 신나게 풀린다. 몇년 전 4월, 곰아저씨가 지인을 만나러 단양 적성초등학교로 갔을 때에서부터 곰아저씨와 딱새의 소중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때 아저씨는 폐교를 빌려 새한서점이라는 헌책방의 서고로 쓰고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간 것이다. 운동장에 세워둔 트럭에 딱새 부부가 둥지를 틀기 시작하는 모습을 목격한 아저씨는 그로부터 한 달간 트럭을 꼼짝도 하지 않고 그들이 새끼를 낳아서 기르도록 배려한다. 딱새부부의 지혜로운 집짓기 과정과 알을 품고 있을 때 수컷이 암컷에게 베푸는 헌신적인 모습, 그리고 알을 낳고 나서의 애틋하고 조심스러운 심정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아저씨의 외모처럼 어찌나 소박하고 흥미로운지 책을 읽는 사람이 딱새육아에 공동 참여하는 느낌마저 든다. 찍어둔 사진들을 실어놓아 볼거리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곰아저씨의 블로그로 찾아가면 여기 실린 사진들을 고스란히 다 볼 수 있는데 새한서점을 하는 그 지인이 찍고 올려준 사진이라고 한다. 아기딱새들이 고 작은 입을 크게 벌리고 먹이를 받아먹으려고 바둥거리는 모습은 귀엽기보다 감동이다. 재미난 육아일기와 정보부분은 블로그에 모두 실려 있지 않으니 책에서만 볼 수 있다. 육아일기는 모두 13꼭지로 나누어 시간 순으로 이어지는데 각 꼭지의 끝에 새와 관련된 지식을 실어놓아 알차다.

 딱새는 4월 초순쯤부터 알을 낳고 5월 말경에 부화되어 날아가는 대표적인 새로 몸길이는 약 15cm, 몸무게는 17~18g이다. 번식기에는 깊은 산속에서만 볼 수 있지만 겨울에는 인가 근처나 시가지 공원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겨울도 아닌데 곰아저씨의 트럭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걸 보면 트럭이 무척 안전해 보였던가 보다. 아니면 절대 내치치 않을 사람의 트럭인줄 알았던지..

안타깝게도 그리 조심했는데도 뱀이 어느 날 조금만 있어면 날아갈 아기딱새들을 잡아 먹어버렸을 때 곰아저씨는 과연 그 뱀을 어떻게 했을까? 호기심을 유도하는 질문을 먼저 던지고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책을 읽게 하면 더욱 재미있는 책읽기가 될 것이다. 곰아저씨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도 충분히 공감하며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곰아저씨가 육아에 참여한 방식도, 딱새부모의 자리를 넘보거나 넘치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여겨보인다. 어디까지나 그들이 원하는 식으로 지켜보고 기다려준 것 뿐이다. 우리 어른들의 육아도 그래야할텐데 너무 많이 끼어들고 보호하려드는 경우가 많다.

“새는 새대로 뱀은 뱀대로.. 그렇게 사는 것이 자연의 이치야.”

그나저나 트럭을 못 움직여 그해 어버이날에는 어머니를 찾아뵙지도 못했다는 이 곰탱이 아저씨는 마흔셋인데 아직 총각이다. 인연이 어디 숨어계실까. 지금은 혹시 찾으셨을까. 딱새가 트럭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새끼들을 키웠던 한 달 남짓한 시간을 생애 최고로 행복한 순간들이라고 말하는 곰아저씨! 


(딱새는 암컷과 수컷이 다른 색인데 다른 새들처럼 이녀석도 수컷이 더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한다. 아래 사진은 암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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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2007-08-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는 새대로 뱀은 뱀대로 사는 것이...자연의 이치야"라는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누구든지 '-답게'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그러함'(自然)이라는 '자연'의 말뜻도 바로 그런 의미겠지요.
그나저나 곰아저씨가 궁금하네요.ㅎㅎ

프레이야 2007-08-21 12:59   좋아요 0 | URL
네, 스스로 그러함이요.^^
곰아저씨는 실물사진을 보니 참 소박하고 우직하게 보이더군요.
텁수룩한 구레나룻에 듬직한 체구에.. 노총각이라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이런 사람도 있구나, 유쾌하게, 그랬어요^^

대한민국곰 2008-01-3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곰아저씨 딱새 육아일기 실제 주인공인 이흥기입니다 책에대해서 좋은설명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프레이야 2008-02-15 00:00   좋아요 0 | URL
이흥기 님 찾아주셔서 반갑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고 즐거운 독서시간이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시고, 실천하며 살고 계시겠지요?
블로그에도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보고 그랬어요.
또 다른 책도 기대할게요^^

대한민국곰 2008-02-14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은 딱새를 키우던 학교에 와 있 읍니다 이곳은 인터네 헌책방이구요 약15만권을 책을 부유 하고 잇답니다

프레이야 2008-02-15 00:01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인터넷 헌책방 그곳 인터넷주소 가르쳐주시겠어요?

대한민국곰 2008-04-26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각 포털검색창에서 새한서점을치시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