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세희 선생이 타계하시고,
집에 있던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난장이 연작을 실은 이 책의 첫 작품 <뫼비우스의 띠> 문장처럼, 알량한 독서와 지식이랍시고 자신의 이익에 맞춰 쓰이진 않도록 하자. 그저 바람직한 생각들이 바람직한 실천으로 이어지길…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이제 대학에 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것이다.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볼 기회가 온 것 같다. 다른 인사말은 서로 생략하기로 하자. - P29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 · 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 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 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 P80

지도자가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면 인간의 고통을 잊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그들의 희생이라는 말은 전혀 위선으로 변한다. 나는 과거의 착취와 야만이 오히려 정직하였다고 생각한다. / 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은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것은 아닐까?/ 세대와 세기가 우리에게는 쓸모도 없이 지나갔다. 세계로부터 고립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 하나 주지 못했고 가르치지도 못했다. 우리는 인류의 사상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못했고 남의 사상으로부터는 오직 기만적인 겉껍질과 쓸모 없는 가장자리 장식만을 취했을 뿐이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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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2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02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23-01-1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쓰실 때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