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제 문장(판결)으로 병들고 감염되었지만 ‘감금’의 온갖 상황에서도 예술가로서 정면으로 맞서 장르와 젠더의 화해할 수 없는 대립을 자아낸 여성 작가들. 훌륭한 성과를 낸 19세기 여성 시인과 소설가들의 특징은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여성의 겸손함이나 남성 흉내내기를 뛰어넘어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중요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는 점. 둘째, 가부장적 시학이라 부르는 기준에 따라 남성적인 문학사와 관련해서 볼 때 이들 여성 작품은 종종 ‘이상해’ 보이는데 그것은 익숙한 범주 중 어떤 것에도 들어 맞지 않는 듯 보인다. 여성 문인들을 고립된 기인처럼 보았다. 이 ‘기이함’은 숨겨진 내용과 관련해 볼 때 여성 작가들은 남성의 장르를 수정하거나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꿈이나 이야기를 변장시켜 기록함으로써 작가됨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려 했다. 이런 감추기 전략은 동등한 힘을 지닌 남성들간의 전투적 전략이 아니라 공포와 질병에서 비롯된, 여성 작가들의 필요한 도피이자 문학적 일탈이다. 여성 작가 자신의 자아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여성의 탐색이다.

- 2장 감염된 문장

이들 예술가는 누구나 ‘형식 문제‘란 대체로 ‘작품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도록 내용을 숨기기 위한 장치‘였다는 20세기 미국 화가 주디 시카고의 말에 공감했을 것이다. 또한 주디 시카고처럼 여성 작가들은 누구나 ‘이 이중성 때문에, 지배적인 미학에 의하면 나의 작품에는 항상 무언가 ‘옳지 않은‘ 것이 있는 듯 보인다‘고 고백했을 것이다." - P184

여성 작가의 불가피한 젠더의식을 강조한 페미니즘 비평은 ‘전에는 빈 공간이었던 곳에서 의미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공인된 줄거리는 물러나고 지금까지 배경의 익명성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줄거리가 엄지손가락 지문처럼 또렷하게드러난다. - P186

‘어떤 남자도 추측할 수 없는‘ 이 이야기는 자신의 감염과 질병을 치유해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고자 애쓰는 여성의 이야기다.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여성 작가는 우선 자신을 감염시켰던 문장(판결)을 쫓아내야 한다. 그녀는 공공연하게 또는 암암리에 ‘주름진 창조자‘에게서 들이마신 절망을 벗어내어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여성 작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창조자의 텍스트를 수정하는 것이다. 다른 은유로 표현해보자면, ‘유리 표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여성 문인은 모든 여성이 지켜야 했던 사회적 규범을 그토록 오랫동안 반영해온 거울을 박살내야 한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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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읽기 만만치 않겠다는 느낌이 인용문과 프레이야님 글에서도 확 느껴지네요. 이렇게 다른 분들이 올려주는 글들 계속 읽으면서 이 책읽기 훈련을 미리 미리 해야겟어요. ^^

프레이야 2022-11-07 21:47   좋아요 0 | URL
알고 있거나 생소한 상당한 여성 작가들, 환기되는 의미심장한 내용과 상상력을 부추기는 문장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최후의 인간, 한 권은 품절이네요. 구매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으세요?

바람돌이 2022-11-07 21:44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