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의료 기구들로 환자를 감아놓은 의사는 환자의 병세보다는 자신의 출세에 급급할 따름이다. 오로지 자신의 직업 경력에 그럴듯한 훈장 하나 남기기 위해서. 짐승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 사냥꾼과 다를 게 무엇일까. 사회든 의사든 구성원에게 죽음을 막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죽거린다. 이들에게 당사자의 자존심이나 인간다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최고의 기록에만 목매는 운동선수 같다고나 할까.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내 말은, 한편으로는 사회가 냉혹한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자발적으로 인생의 고리를 끊고 나가겠다고 해서 필요 이상의 과열된 관심과 근심으로 소동을 떠는 이중성으로는, 인간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이 사회의 소유물인가? 개인으로서의 나는 이러저러한 때에 사회가 내세우는 요구를 거절할 뜻을 암시적으로나마 보여주지 않았던가. 개인적인 결단으로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사회의 당위성만 요구한다는 것이 될 법이나 한 소리인가? 그래서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물음의 답은 꼭 찾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에게 속하는 존재인가? - P172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2-09-1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절판되어 구하고
싶었던 책인데, 새로 나왔는
데 사볼 생각을 안하네요...

프레이야 2022-09-16 13:16   좋아요 1 | URL
오래전 읽으셨군요 매냐님.^^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