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김 광 섭

                

                성북동 산에 번지(番地)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廣場)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祝福)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採石場) 포성(砲聲)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九孔炭)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平和)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글샘님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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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04-1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성북동 하면 법정 스님이랑 길상사가 생각납니다. 간송 미술관 갈 때마다 들렀었는데...지금도 성북동 그 동네는 개발 제한 구역인지 옛(?) 모습 그대로랍니다.

향기로운 2007-04-1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어렸을때 라디오을 통해 들었던 시에요. 성북동 비둘기..하면 저는 지지직거리는 주파수가 잘 맞아지지 않은 라디오가 생각나요.

푸른신기루 2007-04-18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나네요ㅎㅎ 지금 읽어도 좋긴 하지만 그 땐 감수성도 더 풍부했고 현실적 걱정 등에 대한 외적인 압박도 적었고 무엇보다도 더 순수(순진?)했어서 그런지 참 많이 와닿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음.. "아~ 지나간 사춘기 시절이여~"로군요;;

프레이야 2007-04-18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작년 5월 간송미술관에 갔어요. 혜곡 최순우 옛집도 가봤구요.
성북동,하면 느껴지는 그 느낌이 참 좋더군요.

향기로운님/ 주파수 잘 맞지 않는 라디오, 향수를 불러주네요.^^

푸른신기루님/ 그래요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순수한 시절의 시들이 오래 기억
되지요. ^^

프레이야 2007-04-18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이곳은 시내 한복판에 있는 모 유명한 공원에 가면 비둘기들이 많아요.
모여있을 그것들을 후~ 날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요샌
어떤지 모르겠어요. 비대해진 도시의 비둘기들이 그나마 설땅을 잃어가니
누구의 땅인지 모르겠지요.

짱꿀라 2007-04-1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학교땐가 어느 땐가는 생각이 잘 나지 않지만, 성북동 비둘기를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곳 혜경님의 서재에서 오랜만에 시를 읽으니 반가운 마음이 앞서네요. 잘 읽고 갑니다.

푸른신기루 2007-04-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갈게요~ㅎㅎ 이 페이퍼 담아가려고 카테고리도 새로 만들었어요~ㅋㅋ

프레이야 2007-04-1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옛친구를 만난 느낌 비슷하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푸른신기루님, 넵,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