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아래에서 산하세계어린이 26
마리타 콘론 맥케너 지음, 이명연 옮김 / 산하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가위나무라고도 불리는 산사나무의 열매를 유럽에서는 크라테리스라고 하며 강심제로 쓰인다고 한다. 5월에 꽃을 피우므로 May Flower 라고도 하는 산사나무의 열매는 빨갛고 야문 인상을 주어 희망적인 인상이다. 작가가 산사나무를 상징으로 둔 이유도 그런 것에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에서 ‘산사나무’는 가슴 아픈 가족의 기억을 묻어야하는 곳이다. 굶주림으로 죽은 막내를 묻고 암담한 여정에 올라야하는 출발지이다. 그리고 혹독한 여정에서 잠시 위험을 피해 머무르며 쉬어갈 수 있는 곳도 산사나무 아래다. <산사나무 아래에서 Under the Hawthorn Tree>는 1990년 발표된 멕케너의 첫작품으로 1845년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을 역사적 배경으로 한다. 에일리와 마이클 그리고 일곱 살 페기가 겪는 참담한 여정을 함께 밟아가면서 독자는 점점 더 혼란에 빠지고 울분하고 두려움에 몸을 떨게 된다. 오로지 살기 위해 어린 그들이 겪어내는 온갖 위험과, 고비마다 놀라울 정도의 기지와 용기로 그것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발걸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굶주림에 허덕이는 살벌한 광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간다. 영국의 식민지로 소작농이 대부분인 마을에 감자역병이 돌고 먹을 것은 동이 났지만 영국인 지주들은 ‘게으른 아일랜드 가난뱅이들 때문에 우리의 지갑을 열 수 없다’며 이들을 도울 방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급기야 어린 생명이 죽자 엄마는 약간의 먹을 거리를 마련해두고 일거리를 위해 집을 떠난 남편을 찾아 나선다. 에일리는 꼬마엄마다.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살 길이 막막해진 에일리는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쌍둥이 이모할머니를 찾아 멀고도 험한 길을 동생들과 함께 떠난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참혹하고도 전율적인 감동이 이 책의 이야기다.


작가가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멕케너는 리얼하고 절제된 대사와 상황으로 긴박하게 그것을 전한다. 그녀는 이 책에 이어 <들꽃소녀>와 <고향의 들녘>을 펴내 ‘어린이 기근 3부작’을 완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160년 전의 지구 끝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지금 우리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아사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먹을 것이 없어 단지 굶어죽지 않으려고, 지금의 아이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온갖 것을 먹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유니세프에 대한 소개와 그 자료사진들을 보여주며 우리가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산사나무 아래에서>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보인다. 일단 혈육을 찾았다는 점만으로도 세 남매의 처지가 조금은 나아 보인다. 기근으로 인해 가슴까지 말라버린 인정 없는 사람들 틈에서 이들 쌍둥이 이모할머니의 따뜻함은 이 책의 잊을 수 없는 미덕이다. 또한 불쌍한 세남매에게 통증을 이기는 약초와 상처를 낫게 하는 연고를 쥐어 보낸 메리 케이트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가슴 조이는 험난한 에피소드들 가운데에서도 웃음 한 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잃지 않게 하는 작가의 위트 또한 뛰어난 감각으로 보여 조금은 위안이 된다.

 

예를 들자면 처녀 이모할머니들의 웃지 못할 사연에 대한 것인데, 엄마에게 듣기만 했던 이들 할머니의 재미난 옛이야기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함께 살며 빵가게를 하는 할머니들을 찾아가는 동기와 세 남매에게 지금 필요한 절실한 것을 이들 할머니 두 분이 갖추고 있다. 책을 읽는 어린이들을 생각하여 가족의 사랑과 인내심 그리고 좌절하지 않는 용기의 미덕을 말없이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들의 여정은 고달프기만 했다고 말하기엔 부족한, 위대함과 아름다움이 있다. 장하다. 어린 페기가 어느 정원에 뛰어들어가 한 자루 가득 따온 라스베리, 구스베리 열매들이 이들의 미래일 거라 여긴다. 그런 미래는 또한 역경을 이겨낸 자들만의 영광스러운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출발지, 고향은 돌아가야할 그리운 곳이다. 그곳에 있는 산사나무를 떠올려주면서 이야기는 맺는다. "작은 오두막집, 문밖에는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돌들, 아름다운 풀꽃들이 가득한 작은 뜰이 있는 집. 고향의 들판에는 지금도 산사나무 사이로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고 있을 것이다. (176쪽)"  작가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쓰면서도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 같은 문체로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이 작가의 최근작으로 <블루라는 이름의 소녀>가 있다고 하는데 읽고 싶어진다.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책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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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02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 오늘 하루도 괜찮게 보냈나요? 또 하루가 저물어요^^
추천 고마워요.

해적오리 2007-01-0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제가 읽기엔 조금 무거운 이야기 같지만 보관함에 두었다 읽을 용기가 생기면 읽을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프레이야 2007-01-0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좀 무겁지만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슬픈역사의 중심에 아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몸으로 겪는 고통속에서도 희망을 전해주려는 작가의 시선이 괜찮아보여요.

씩씩하니 2007-01-03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아픈 이야기를 쓰면서도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 같은 문체로 가슴을 어루만진다.........
책도 책이지만,,전 님의 리뷰에 감동을 받으니..어쩐대요..

프레이야 2007-01-03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 아이들 책, 그래야된다고 생각해요. 현실을 봐로 볼 수 있는 눈을 주어야겠죠. 아이들의 심성이란 것도 좋게만 그리는 건 왜곡이라고 생각돼요. 하지만 중요한 건 사실대로 그리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심성 같아요.

씩씩하니님/ ^^ 문체가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워요.

2007-01-09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