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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
김살로메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5월
평점 :
소설가 김살로메는 블랙베리처럼 유난히 새까만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조곤조곤 말한다. 지금의 일과 관계에 성심성의를 다하는 그녀는 자그마한 몸피에 소박한 경상북도의 억양이 야무지면서도 친근감을 자아낸다.
단편소설 <폭설>로 2004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가의 지난한 밥벌이길로 들어선 김살로메는 2016년 첫 소설집 <라요하네의 우산>이 세종도서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되었다. 포항 포은중앙도서관의 상주작가로 근무하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글쓰기와 독서동아리, 수필 및 소설반 등 여러 모임과 신문칼럼 등의 매체를 통해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표지부터 깔끔한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은 성실하고 견고한 소설가 김살로메의 첫 에세이집이다. 소설로 다 하지 못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일천(一千) 글자로 쓰며 오랫동안 하루를 열어온 그녀의 사유는 지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따스한 품성이 배어 있다. 예리하면서도 독특한 감성을 그녀만의 맛깔난 언어로 조리해낸다. 냉철하고 간결한 문장을 고수하지만 때로는 봄비처럼 뼛속까지 한없이 스며드는 촉촉한 감성의 소유자다.
< 2018년 7월 5일 포항 포은중앙도서관 >
아침 일찍 포항으로 달려가는 내내 시원한 빗줄기가 차창을 두드렸다. 아직 장마철이었던 그날, 혹여나 손님이 덜 오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역시 기우였다. 포항 포은중앙도서관에서 마련해준 북토크 자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오프닝 뮤직으로 시작된 작가 김살로메의 이야기는 특유의 솔직한 언사와 유머에 밴 온기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작가의 말은 저자가, 책 중 몇몇 글은 또 서로 다른 낭독자가 낭독하며 작가의 문장을 맛보았다.
일상과 사람, 책과 글쓰기에 대한 그녀만의 가치관과 취향을 읽을 수 있는 <미스 마플이 울던 새벽>은 저자의 의도대로 하드커버로 만들어졌고, 책에 삽입된 사진들은 모두 저자의 심상이 포착한 프레임으로 손수 담은 것들이다. 사람과 풍경을 대하는 그녀의 진심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노구(老軀)의 어머니, 그 주름진 손을 담은 사진은 들여다볼수록 뭉클한 감동을 준다.
미스 마플이 누구일까? 궁금할 것이다. 책의 서두에 있는 작가의 말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책과 일상과 사람, 가족과 사물에서 느낀 저자의 사유는 일천 글자 미니에세이로 묶였지만 각 장마다 그 사유와 감성의 깊이와 넓이가 독자의 손을 오래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사유의 확장, 외연의 확대가 읽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에서 무한바람을 일으켜 책장을 넘기기가 오히려 어려울 것이다. 좋은 책을 만날 때면 행복한 부작용은 감수하시길.
<책 속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사진. 저자의 어머니를 손수 담았다>
엄마집 마루 창가에는 재봉틀이 놓여 있다. 익숙하게 순서대로 실을 꿴 엄마는 손으로 바퀴를 돌리는 동시에 발로는 장방형의 페달을 밟는다. 마법 같은 엄마의 솜씨에 금세 자투리 천은 화사한 베갯잇으로 재탄생된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발판 위의 엄마 발과 바퀴를 돌리는 엄마 손 그리고 꽃무늬 천을 내려다보는 늙은 엄마의 순한 눈빛. - 엄마의 재봉틀, 중
모든 완성은 불완전에서 출발한다. 완벽하게 준비한 사람이 끝낸 일보다 불완전한 상태에서 시도한 사람이 끝낸 일이 더 많다. 완벽한 사람은 시작이 그만큼 늦으니 성공할 확률도 낮다. 완벽주의는 완벽에 이르는 가장 나쁜 포장술이다. - 완벽주의는 완벽하지 않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