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동 "아버지, 달이 밝습니다. 손잡고 싶습니다"



추석
아!  아버지

한가위라 대보름, 달 휘영청 밝습니다.
아들 딸 손목 잡고 고향 집에 갑니다.
어릴 적 내 작은 손, 아버지는 어떠셨던가요.
늘 앞서 걷던 어른 무섭기도 했는데.

몸 크고 머리 컸다, 집 떠난 지 벌써 몇 년.    
아버지 두텁던 손 물기 없이 바싹 말라,
고함에도 힘이 없고 가끔은 잔눈물 바람.    

아버지, 어머니 없는 고향은
고향이라도 고향이 아니라던데….
역전에 자전거 받쳐놓고
온종일 기다리셨으련만
“왔냐” 한마디 던지시곤
애꿎은 손자 머리통만 쓰윽.

아버지, 달이 밝습니다.
손잡고 싶습니다.

출처 : 도깨비뉴스 입니다.

만화 내사랑... 지난 시절에 만난 그 정(情)을 잊지 못하여.. 옮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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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09-2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이 코 앞이라 찡하네요.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열린사회의적 2004-09-2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행복가득한 추석 되세요....
원피스는 잠시 놀러갔나봐요?
 

찻잔

              노고지리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너무 진 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노랫말이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하여...
이렇게 올려봅니다.

시인 아니, 노랫말을 적은 이는 어떤 분위기에서
이런 말을 그렸을까요?

지금은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잔이 찻잔을 대시합니다. 종이잔에
느껴지는 온기와 노고지리가 전하는 노래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놓여져 있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가끔씩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인데, 너무 좋아서...
인터넷을 뒤져 이렇게 올려봅니다. 잠시 눈을 감고,
5분간 듣어 보세요~~

좋은 시 한편을 대신하며...
 
 
당신에게 드리는 차 한잔
         일년 전의 글입니다. 시간이 나시면 읽어 보셔도 됩니다.^^;
 
1. 어제 친구를 만나 차 한잔을 했습니다.
친구는 항상 전통찻집을 좋아합니다.
그 아늑한 혹은 자기만이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전통찻집은 풍부한 배경을 담아내기 위하여 인가가 드문 곳에
정자처럼 홀로 외 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도로가에서 15분 떨어진, 주남저수지를 마당으로 펼쳐 놓은 듯한 찻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니 보고 일 배우라고 하는 것은, 너도 그 밑에서 1, 2년 일하면서 전통차를 배우라는 거야.`
`차를 배우라고? 그래서...`
`내가 반을 투자할려고...`
친구는 전통찻집을 좋아하니, 가게를 내고 싶은 가 봅니다.
저도 이런 아늑한 분위기가 무지 좋습니다. 그렇게 마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서너 시간 나누었습니다.
문뜩 떠오르는 불협화음은...
편안한 분위기이지만 바늘 방석에 앉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곤 했습니다. 그것은,
자연속에 운치 있는 차를 마셔도 마음이
편하지 않음은...
가진 자만이 누린다는 편협한 사고가 저를 억누르기 때문입니다.
이빨 빠진 막사달에 총각김치하나
혹은, 종이컵에 담긴 150원짜리 대학내의 자판기 거피로는
이제 낭만을 즐길 수 없는 사회적인 신분인지, 혹은 이런 곳에 와서야 느낄 수 있는 제 자신이 부끄웠습니다.
이런 전원적인 분위기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초조함이 나를 분위기에 젖게 하지 못하네요..
.
친구랑 전통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나니,
따스한 물로 자스민을 또 우려냅니다. 제가
이 한잔이 아까워 먹지 않고 간직하고만
있었다면 더 먹지는 못 했을 것입니다.
사랑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요?
가슴속에 꼭 담고만 있다면, 비우지 않는다면...
작은 사랑에 만족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사랑을 남에게 베푼다면, 제 친구가 저에게 다시
차를 따라주듯이 다른 누군가가 사랑을 채워줄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에서
사.랑.이.넘.쳐.나.
모든 사람이 행복에 빠지겠죠.
어제 친구가 제게 따라준 자스민 차입니다.
향이 무지 좋더군요. 향이 좋아서 혼자 먹기에는
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 차를 오늘은 당신에게 드립니다. 단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릇이 좋아서, 배가 고파서, 혹은 향이 아름다워서
드시지 않고 간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당신은 제가 드리는 다른 아름다움을 맛 보시지
못할 것입니다. 더 많은 아름다움을 맛보고 싶다면
얼른 잔을 비우시고, 다른 이에게 따라 주세요.
그러면 당신은 저와 다른 이의 아름다움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 행복이 아닐런지요.
내일은 당신에게 뭘 드릴까 전 오늘부터...잠 못 이루고 가슴 설레일 것입니다.
여담: 자스민을 비우고 비우니, 친구가 계속 따라 주어 뱃속에는
      자스민이 울렁도 트위스트인냥... 울렁울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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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08-2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감사합니다.
- 노래들으며 떠오른 생각.. 열린사회의 적..은 애늙은이가 아닐까? ^^;;
좋은 분위기 깬건가요? 허~ 저는 울 직원이 저를 우롱하며 갖고 온 우롱차를 마시는 중이었는데요... ^^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아영엄마 2004-08-2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 간만에 듣네요.. 저는 집에 티백 설록차 밖에 없어서.. 그거나 마시면서 이 노래 다시 들어 볼랍니다..^^*

미네르바 2004-08-2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쟈스민차 잘 마시고 갑니다. 이 노래... 참 오랜만에 듣는데 오늘 같은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리네요. 이 차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 줄게요. 님이 주시는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내일은 어떤 것을 주실까 기대해 볼게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 저는 아영엄마님의 페이퍼에서 님의 서재를 소개하는 글을 보고 그 날로 즐겨찾기하고 몰래 몰래 와서 구경하고 갔던 미네르바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요절한 작가 김소진님의 책 제목이지요. 거기서 닉네임을 따오신 건가요?

열린사회의적 2004-08-2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때에는 "홀로 가득히"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서재는 겨울보다 시린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고운 님들이 들어와 흔적을 남겨주시는 글귀 하나 하나가 고맙고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내 서재에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한탄하면서 고운 님들이 들러주신 서재는 찾아가지 않으니, 게으름인지 무관심인지...
지금 너무 바빠서라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신하며... 모두들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chika님의 우롱차.. 나도 한번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아영엄마님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으며... 향기롭지 않은 차를 향기롭게 마신 미네르바님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들어오는 모든 분들에게(__) 행복하세요~~

열린사회의적, 그리고 열린 사회와 글 적들에 대한 답변은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사탕봉다리 2004-08-2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남 저수지 근처믄 어디 찻집일까...소리마당? 예원마루? 수빙.....웅 어디지???
님이 아마도 창원분일거라는 강력한 예감이 ^ _____ ^ 다시 한번 반가원 지내요 ㅋㅋ
울 칭구들 제 홈보구 전통찻집 홈이라 부르는데 ....

열린사회의적 2004-08-2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친구놈이랑 그 찻집에서 다시 차를 마셔볼까 했는데... 약속이 어긋나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창원은 아니고 미리벌에 있습니다. 하하~~ 우리 잘 지내요. 저도 전통찻집에 대해서는 관심이 아주 많답니다. 전통찻집에 책 수 천 권을 꼿아 두고 여자친구, 그리고 손님들이랑... 아~ 간혹 이런 꿈을 꾼답니다. 결론적으로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찻집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네요^^;
 

                  즐거운 편지
                                                   황동규
        - 1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 2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예전에 우연찮게 접한 시입니다. 아마 이 시가 저와 같은 해(年)에 태어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황동규씨는 황순원의 아들이며, 서울대교수라는 후광보다는
영화 "편지" 때문에 더 유명해지지 않았나 생각을 해 봅니다.
20여년 전의 시가 다시 부활하였지만 그 울림은 오래지속되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할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시 한편 흘러들어가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기에...

가을이 옵니다. 이 고운 빛을 편지지에 담아 그리운 사람에게,
말없음의 편지를 한통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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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오규원

선언 또는 광고 문안
단조로운 것은 生의 노래를 잠들게 한다.
머무르는 것은 生의 언어를 침묵하게 한다.
人生이란 그저 살아가는 짧은 무엇이 아닌 것.
문득-스쳐 지나가는 눈길에도 기쁨이 넘치나니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CHEVALIER

 개인 또는 초상화
벽과 벽 사이 한 女人이 있다. 살아 있는 몸이 절반쯤만
세상에 노출되고, 눌러쓴 모자 깊숙이 감춘 눈빛을 허리를
받쳐들고 있는 한 손이 끄을고 가고.

빛 또는 물질
짝짝이 여자 구두 한 컬레가 놓여 있다.
짝짝이 코 끝에 영롱한 스포트 라이트의
구두 발자국. 

언제나 그랬다. 학교를 다니면, 아마 선생은 두 분류의 학생에게만 눈길을 준다. 첫째는 공부를 잘 하여 반 평균을 높이는 아이 두번째는 공부도 지지리 못하면서 반평균을 까 먹는 아이. 난 그 사이에 낀 아이. 반평균을 올리지도 못하지만 사고도 지치 않는다. 조용히 출석만 체크를 하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집으로 간다. 이런 내 일상은... 사횡에서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사회는 어떻게든 자기를 각인시키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오죽하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장소에 명함 꽃이를 놔두고, 그곳에 자기의 명함을 채운다. 하지만 난, 학교 생활가 다름이 없는 내 일상에 놓여져 있다. 하지만 내 서투른 글쓰기는 전혀 낯선 이미지를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진다. 길게 쓰여진, 그러면서도 따스한 배려는 없고 있는 것이라고는 틀린 문법들... 어쩌면 이것이 나를 사회에 각인시키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낯설음이 싫어서 나를 두번다시 찾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 어렵다. 나도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걍,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해버려!!!!!! (밀양에서 기차타고 서울가야 되고, 거기서 다시 신도림역에 가야되고, 무엇보다 난 총각인데... 누가 날 주목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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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11-2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렇게 심오한 말씀을 여기다 푸시다니^^

열린사회의적 2004-11-3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오하다니... 감계무량입니다. 하하^^
 

생명의 서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虛寂에
오직 아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ㅎ게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沙丘에 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요즘들어 느끼는 삶의 무게가 시적 화자와 내가 동일인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하지만 그와 내가 다른 점은 난, 잠을 깨고 나면 항상 내 방이지만 그는 사막 한가운데 있다는 점입니다. 휴가철이라 모두들, 바다로 뫼로 떠날 궁리를 합니다. 내 친구들도 나에게 전화를 해서 놀러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난 아직도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는데... 바다로 가야 하는가? 차라리 사막을 횡단하자고 하였으면 얼릉 개나리 봇짐을 싸지 않았을까?라는 합리화를 합니다. 어제 뉴스에서 속초와 밀양이 올들어 가장 더웠다고 합니다. 난 더위와 맞써 싸울려고 하지 않고, 문명의 이기 밑에서 더위를 조소합니다. 어제와 다름이 없는 오늘.. 피곤에 지쳐 깨어나는 내 삶. 밀양을 벗어나 아라비아 사막으로 갈까? 혹은 문명의 이기를 벗어나 알몸으로 더위와 맞써 싸울까? 난 아직도 어쭙잖은 회의에서 빠져나올 궁리만 찾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의 깊이가 다름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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