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황동규
        - 1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 2 -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예전에 우연찮게 접한 시입니다. 아마 이 시가 저와 같은 해(年)에 태어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황동규씨는 황순원의 아들이며, 서울대교수라는 후광보다는
영화 "편지" 때문에 더 유명해지지 않았나 생각을 해 봅니다.
20여년 전의 시가 다시 부활하였지만 그 울림은 오래지속되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할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시 한편 흘러들어가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기에...

가을이 옵니다. 이 고운 빛을 편지지에 담아 그리운 사람에게,
말없음의 편지를 한통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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