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노고지리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너무 진 하지 않은 향기를 담고

진한 갈색 탁자에 다소곳이

말을 건네기도 어색하게 너는 너무도

조용히 지키고 있구나

너를 만지면 손끝이 따뜻해

온몸에 너의 열기가 퍼져

소리 없는 정이 내게로 흐른다.






노랫말이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하여...
이렇게 올려봅니다.

시인 아니, 노랫말을 적은 이는 어떤 분위기에서
이런 말을 그렸을까요?

지금은 한번 쓰고 버리는 종이잔이 찻잔을 대시합니다. 종이잔에
느껴지는 온기와 노고지리가 전하는 노래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놓여져 있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가끔씩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인데, 너무 좋아서...
인터넷을 뒤져 이렇게 올려봅니다. 잠시 눈을 감고,
5분간 듣어 보세요~~

좋은 시 한편을 대신하며...
 
 
당신에게 드리는 차 한잔
         일년 전의 글입니다. 시간이 나시면 읽어 보셔도 됩니다.^^;
 
1. 어제 친구를 만나 차 한잔을 했습니다.
친구는 항상 전통찻집을 좋아합니다.
그 아늑한 혹은 자기만이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이런 전통찻집은 풍부한 배경을 담아내기 위하여 인가가 드문 곳에
정자처럼 홀로 외 떨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도로가에서 15분 떨어진, 주남저수지를 마당으로 펼쳐 놓은 듯한 찻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니 보고 일 배우라고 하는 것은, 너도 그 밑에서 1, 2년 일하면서 전통차를 배우라는 거야.`
`차를 배우라고? 그래서...`
`내가 반을 투자할려고...`
친구는 전통찻집을 좋아하니, 가게를 내고 싶은 가 봅니다.
저도 이런 아늑한 분위기가 무지 좋습니다. 그렇게 마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서너 시간 나누었습니다.
문뜩 떠오르는 불협화음은...
편안한 분위기이지만 바늘 방석에 앉은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곤 했습니다. 그것은,
자연속에 운치 있는 차를 마셔도 마음이
편하지 않음은...
가진 자만이 누린다는 편협한 사고가 저를 억누르기 때문입니다.
이빨 빠진 막사달에 총각김치하나
혹은, 종이컵에 담긴 150원짜리 대학내의 자판기 거피로는
이제 낭만을 즐길 수 없는 사회적인 신분인지, 혹은 이런 곳에 와서야 느낄 수 있는 제 자신이 부끄웠습니다.
이런 전원적인 분위기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무엇을 잃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초조함이 나를 분위기에 젖게 하지 못하네요..
.
친구랑 전통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나니,
따스한 물로 자스민을 또 우려냅니다. 제가
이 한잔이 아까워 먹지 않고 간직하고만
있었다면 더 먹지는 못 했을 것입니다.
사랑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요?
가슴속에 꼭 담고만 있다면, 비우지 않는다면...
작은 사랑에 만족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사랑을 남에게 베푼다면, 제 친구가 저에게 다시
차를 따라주듯이 다른 누군가가 사랑을 채워줄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에서
사.랑.이.넘.쳐.나.
모든 사람이 행복에 빠지겠죠.
어제 친구가 제게 따라준 자스민 차입니다.
향이 무지 좋더군요. 향이 좋아서 혼자 먹기에는
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이 차를 오늘은 당신에게 드립니다. 단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릇이 좋아서, 배가 고파서, 혹은 향이 아름다워서
드시지 않고 간직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당신은 제가 드리는 다른 아름다움을 맛 보시지
못할 것입니다. 더 많은 아름다움을 맛보고 싶다면
얼른 잔을 비우시고, 다른 이에게 따라 주세요.
그러면 당신은 저와 다른 이의 아름다움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 행복이 아닐런지요.
내일은 당신에게 뭘 드릴까 전 오늘부터...잠 못 이루고 가슴 설레일 것입니다.
여담: 자스민을 비우고 비우니, 친구가 계속 따라 주어 뱃속에는
      자스민이 울렁도 트위스트인냥... 울렁울렁~~~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hika 2004-08-23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감사합니다.
- 노래들으며 떠오른 생각.. 열린사회의 적..은 애늙은이가 아닐까? ^^;;
좋은 분위기 깬건가요? 허~ 저는 울 직원이 저를 우롱하며 갖고 온 우롱차를 마시는 중이었는데요... ^^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아영엄마 2004-08-23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노래.. 간만에 듣네요.. 저는 집에 티백 설록차 밖에 없어서.. 그거나 마시면서 이 노래 다시 들어 볼랍니다..^^*

미네르바 2004-08-2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쟈스민차 잘 마시고 갑니다. 이 노래... 참 오랜만에 듣는데 오늘 같은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리네요. 이 차 마시고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 줄게요. 님이 주시는 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내일은 어떤 것을 주실까 기대해 볼게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 저는 아영엄마님의 페이퍼에서 님의 서재를 소개하는 글을 보고 그 날로 즐겨찾기하고 몰래 몰래 와서 구경하고 갔던 미네르바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요절한 작가 김소진님의 책 제목이지요. 거기서 닉네임을 따오신 건가요?

열린사회의적 2004-08-2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서재를 만들때에는 "홀로 가득히"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서재는 겨울보다 시린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고운 님들이 들어와 흔적을 남겨주시는 글귀 하나 하나가 고맙고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내 서재에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을 한탄하면서 고운 님들이 들러주신 서재는 찾아가지 않으니, 게으름인지 무관심인지...
지금 너무 바빠서라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신하며... 모두들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chika님의 우롱차.. 나도 한번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아영엄마님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으며... 향기롭지 않은 차를 향기롭게 마신 미네르바님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들어오는 모든 분들에게(__) 행복하세요~~

열린사회의적, 그리고 열린 사회와 글 적들에 대한 답변은 잠시만 더 기다려 주세요^^;

사탕봉다리 2004-08-2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남 저수지 근처믄 어디 찻집일까...소리마당? 예원마루? 수빙.....웅 어디지???
님이 아마도 창원분일거라는 강력한 예감이 ^ _____ ^ 다시 한번 반가원 지내요 ㅋㅋ
울 칭구들 제 홈보구 전통찻집 홈이라 부르는데 ....

열린사회의적 2004-08-2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친구놈이랑 그 찻집에서 다시 차를 마셔볼까 했는데... 약속이 어긋나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창원은 아니고 미리벌에 있습니다. 하하~~ 우리 잘 지내요. 저도 전통찻집에 대해서는 관심이 아주 많답니다. 전통찻집에 책 수 천 권을 꼿아 두고 여자친구, 그리고 손님들이랑... 아~ 간혹 이런 꿈을 꾼답니다. 결론적으로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찻집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