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기억

민족주의는 일국사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다.
-> 공감

민족주의를 구성하고 재현하는 ‘기억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동아시아의 ‘기억 체제‘에 대한 담론적 문제 제기 -> 기억 체제의 교체 필요

[민족주의의 지구사]
영어의 용례로는 ‘인터내셔널‘이라는 용어 확산 후 ‘민족주의‘ 등장
-> 민족주의는 트랜스내셔널.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후속 세대들이 앞 세대가 겪은 희생자의 경험과 지위를 잇고 세습된 희생자 의식을 통해 현재 자신들의 민족주의에 정당성과 알리바이를 부여하는 기억 서사 -> 가해자 민족에 대한 경험에 앞서 선천적으로 가능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희생자의식 민족주의의 지구사는 가해자와 희생자가 끝없는 사슬처럼 이어지는 부정적 공생 관계로 구성된다. 제국주의와 민족주의, 식민주의와 식민지, 가해자와 희생자, 서양과 동양은 트랜스내셔널한 담론 공간에 같이 배치될 때 인식론적 공모 관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
여기에서 등치 관계의 개념이 서로 맞지 않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식민주의와 식민지는 서로 대등한 관계가 아니다. 가해자와 희생자, 서양과 동양은 대등한 관계다.
그리고 가해자와 희생자에서 희생자라는 개념도 서로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들어가야 한다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희생자는 자연 재해나 사고로 발생해 희생된 이를 말하고 피해자는 참사 등으로 어떠한 권리를 뺏기거나 침해 받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본다. 피해자는 가해에 의해 엄밀히 자신의 권리를 뺏긴 사람이라는 것이다.
-> 이후 부분을 읽으니 저자가 희생자라는 용어를 쓴 점이 이해는 되었으나 좀 더 뒤를 더 읽어봐야 정리할 수 있을 듯 하다.

[지구적 기억구성체의 형성]
21세기 지구화의 특징은 지구화 담론의 축이 상상력에서 기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억의 지구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
이 때의 상상력이란 머릿 속에서 생각하는 이미지를 의미하는 것인가. 기억은 실제로 이어진 것이고? 상상력이란 개념이 이 문장만 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억의 지구화는 서구 중심의 기억 연구에서 벗어나는 계기이기도 했다. 식민주의적 폭력과 제노사이드, 전시 성폭력 등에 대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의 집단 기억이 서구중심적 기억 문화를 넘어서는 기억으 ㅣ‘반둥 체제‘가 결성된 것이다.
->
기억의 지구화가 어째서 서구 중심의 기억 연구로 진행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구 중심의 역사가들이 중심이 되어 세계사가 정리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인지

‘반둥 체제‘ - ‘반둥 회의‘(https://ko.wikipedia.org/wiki/%EB%B0%98%EB%91%A5_%ED%9A%8C%EC%9D%98):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로 인도, 인도네시아, 중화인민공화국, 이집트 중심이 되어 1955년 1차 회의가 열렸으나 이후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음. 아시아 아프리카 간의 협력/민족 문제, 식민주의 등 문제 검토

21세기 기억의 지구화 -> ‘지구적 기억구성체(global memory formation)‘ 출현
기억구성체는 집단 기억을 구성하고 규율하는 실재적이고 서사적 관계의 총합, 정치·사회·경제·문화·언어·종교 등이 결합하는 양상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실재와 인식/사실과기억/과거와 현재 사이의 모순을 반영하는 복합적 인식의 그물망

기억은 사람의 마음과 감성을 움직이는 정동적(affective) 차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이론이나 담론보다 실천적 효과가 더 크고 그만큼 파괴력도 더 크다.

기억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과거를 포착하는 인식의 과정이다. 기억은 과거의 사실을 단순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재구성하는 능동적 인식 작용이다.

기억의 지구화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일어난 점진적 과정이었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국가의 공식 기억, 시민사회의 다양한 집단 주체가 만들어내는 민간 기억, 개개인의 내밀한 기억이 서로 조응해야 역동성을 갖는다.

냉전 체제가 집단 기억의 국민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개별 국민국가들이 공식 기억의 국민화를 위해 냉전 체제를 이용한 측면도 있었다.
-> 동감

[내면적 지구화와 기억의 헤게모니]
일국적 기억 문화에서 지구적 기억 문화로의 이동에 ‘내면적 지구화(internal globalization)‘가 핵심
기억의 지구화는 인간 내면의 집단 지성을 지구화하는 기제이자 타자의 고통에 대한 도덕적 감수성을 개발하는 계기였으나 집단 기억의 민족주의적 경쟁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하고 심화하는 부작용도 낳았음

희생자 중심적 기억은 인권에 기반한 기억의 핵심 중 하나지만, 그것이 ‘기억의 전제(memorial tyranny)‘로 흐르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기억 전쟁을 자기 민족의 명분을 정당화하는 기회로 삼아 가해자와 희생자의 범주를 자의적으로 나누고 희생자의 위계질서를 만들어 경쟁을 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희생자들의 증언은 공식문서에 기록되지 않은 과거를 되살리고 기억하는 중요한 기제이자 희생자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첫걸음. 인권침해를 지구적 기억 공간에 알리고 추상으로만 존재하던 고통에 인간의 얼굴을 되돌려주어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와 폭력에 대한 2차적 증인이 될 수 있었다.
-> 공감

[역사 서사와 기억 문화]
기억의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론 네 가지
- ‘탈학제적(transdisciplinary)‘ 기억 연구의 관점을 취함
- 가해자와 희생자 사이의 ‘얽혀 있는 기억‘에 주목
- ‘얽혀 있는 기억‘에 대한 ‘지구사‘ 서술 시도
- 다양한 자료의 선택

시간적으로 이 책은 1945년 종전 이후부터 2021년까지 중 특히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의 탈냉전기로 초점을 맞추었다
공간적으로 이 책은 식민주의, 홀로코스트, 스탈린주의 테러에 대한 기억이 지구적 기억 공간에서 합류하고 얽히는 양상을 유럽과 동아시아에 초점을 맞추었다.

‘기억 체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사회를 규율하는 구조화된 힘으로서의 집단적 기억과 작동 메커니즘

동아시아의 한 모퉁이에 뿌리박고 사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정치 체제(political regime)‘ 이상으로 ‘기억 체제‘의 교체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그 밑바닥에는 정권이나 정치 체제가 바뀔 때마다 역내 화해와 협력, 공동의 발전을 선언했는데도 역사적 단위로서의 동아시아의 미래는 왜 계속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 결론은 공감하나 교체를 하려면 일단 내부적인 기억의 화해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위안부 문제 같은 경우 정권이 바뀔 때 미온적으로 대응(일본의 입장에 우선)하거나 또는 시도 자체를 거부하거나 하는 식의 대응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의 대응 이전에 일본의 대응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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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의 말 - 자유로운 삶을 꿈꾼 자주적인 여성의 목소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시몬 드 보부아르.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이정순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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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보부아르의 말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작가와 보부아르가 공동으로 기획한 6차례의 대담이 실려 있다. 대담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고 1972년부터 1982년까지 나누어 진행되었기 때문에 보부아르의 생각과 입장의 변화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터뷰라 부담스럽지 않고 책이 얇아서 나처럼 보부아르의 활동과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가 입문서로 선택하기 적절하다고 여겨진다.
아무래도 대표 저작인 『제2의 성』이 책에 수시로 등장하는 점은 감안해야겠다.

제2의 성을 출간할 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회주의적 진보가 이루어져야 여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그녀가 말하는 '페미니스트'는 계급 투쟁과 무관하게 여성의 요구조건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후 68 여성해방운동 후 그녀의 입장은 변화하여 사회주의도 남녀 불평등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고 이후 젊은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제 경향은 여성해방을 계급투쟁에 연결하고자 하는 것이에요. - P31

저는 가부장적 억압을 자본주의적 억압과 등가로 만드는 분석들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정주부의 노동은 잉여가치를 생산해내지 않아요. 자본가가 노동자에게서 노동의 잉여가치를 훔쳐가는 노동자의 조건과는 다른 조건이죠. 저는 그 둘 사이에 정확히 어떤 관계가 존재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따라야 하는 모든 전략이 거기에 달려 있어요. - P38

여러 가지 그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그 중 나는 여성이 직업을 갖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했다. 다만 전쟁 뒤 복직할 수 있었는데 글을 쓰고 싶어서 사르트르에게 돈을 빌리고 복직하지 않았다는 에피소드가 그녀의 주장과는 상충되는 이야기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이는 내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관계를 탐탁치 않게 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여전히 둘의 관계는 선뜻 납득은 가지 않는다.

진정으로 독립적이고자 한다면 직업을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P44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 보부아르가 생각하는 노년과 여성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저는요, 남자들이 억압자인 이 세계에 사는 데 다소 익숙해요. 저 자신은 그로 인해 별로 고통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예성의 예속 대부분, 즉 모성과 살림의 예속에서 벗어났죠. (...) 그 결과 남자들에게 인정받게 됐죠. 저는 예외적인 여자였고 그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 P78~79

어쨌든 제 생각에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은 서른과 쉰 사이에요. 인생의 도면이 그려진 동시에 젊은이들이 안고 있는 직업이나 가정 문제로 복잡하지 않을 때죠. 집에서 해방되고 자기 앞에 할 일이 수없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한에서 유한으로의 이행이에요. 더 이상 미래가 없고 어쩌면 최악일지도 모르죠. - P102

슈바르처: 여성이 그처럼 자기의 지성, 단호한 성격을 과시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면 사람들이 불이익을 주는 경우를 많이 알고 있어요. 주위 사람은 "네가 남자만 해? 그럼 너는 여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아!"라는 반응도 보이죠. 그런 체험을 해보셨나요?
이 질문에 보부아르는 '아니오'라고 답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경우가 살면서 너무 많았기에 보부아르에게 질투가 났다.

자신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오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점에 있어서 분명 배울 점이 있는 학자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류를 답습한다면 나아지는 것은 없다.

영원한 여성은 허구에 지나지 않아요. 왜냐하면 한 인간의 발전에서 본성은 아주 작은 역할만 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사회적 존재입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자연적으로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여자가 남자보다 천성적으로 우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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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8 0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은 서른과 쉰 사이 ]

이 나이대가 전 생애 중에 가장 힘들고 고달픈 시기 라고들 하지만 (인생의 가장 눈부신 순간은 초등 입학전 유치원 시절인 것 같습니다 )

코로나 시대에 우리 모두 하루 하루 건강이 가장 소중한 !^^

이 책 보부아르의 철학 입문 하기 딱 좋죠 ^^

거리의화가 2022-11-08 09:03   좋아요 3 | URL
스콧님은 그러셨군요^^ 저는 보부아르하고 비슷하게 지금이 이 시기라 그런가 공감이 갔어요. 30대 이전에는 제가 많이 고달팠거든요ㅠㅠ
이 책 얇고 가벼워서 입문으로 좋았어요.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의 변화를 훓기에 적당했습니다.

희선 2022-11-08 02: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가 쓴 책을 보기 전에 이걸 보면 좀 더 편하게 보겠습니다 평전 같은 것도 괜찮죠 보부아르 잘 모르지만, 사람은 다 알기 어렵기도 하고 좋은 점뿐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습니다 보부아르도 그렇게 보이네요 그때 여성으로 힘든 점도 있었겠지만, 자기 뜻대로 살려고 한 것도 같군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8 09:07   좋아요 2 | URL
네. 희선님^^ 작년에 <제2의 성>을 읽기는 했는데 그때는 보부아르가 누군지도 모르고 전혀 전무한 상태에서 읽어서 사실 읽는것에 만족했었어요. 이 책이 있었다면 좀 더 이해하기 편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ㅎㅎㅎ

새파랑 2022-11-08 0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미묘하게 바뀌는 보부아르의 생각을 보는 것도 흥미로울거 같아요~! 이런 말들의 시리즈 읽다보면 재미있긴 하더라구요~!!

거리의화가 2022-11-08 09:0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새파랑님. 이 책 읽으면 보부아르의 생각의 변화를 간략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라 쉬워요. 책이 얇아서 주중에 읽기에도 좋았네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08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여성해방을 계급투쟁과 연결하고자 한 보부아르였군요?
보부아르는 아주 진보적인 여성이었던 듯 합니다. 사회가 바뀌어야 여성의 위치도 바뀔 수 있다고 보았나 봅니다. 지금 사회가 몇 번이나 바뀌었어도 과연??
선견지명!! 보부아르는 그래도 일찍 그 틀을 깨었네요. 보부아르는 앞서 나간 똑똑한 위인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8 12:49   좋아요 3 | URL
네. 처음에는 계급투쟁에 목적을 두었다가 이것이 사회주의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바뀌었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분명 진보적인 여성이죠. 저는 보부아르의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었어요. 대담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일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인정할 건 인정한다고 해야 할까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독서괭 2022-11-09 15: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의 변화해가는 생각들을 살펴볼 수 있겠군요! 보부아르 목록만 길어지고 있는데, ㅎㅎ 이책도 찜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9 15:15   좋아요 1 | URL
이 책부터 시작하시고 저작들 본격적으로 들어가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장 동굴의 비유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의 동굴의 비유에 대한 해석은 아무리 봐도 과도하게 깊이 들어간 듯하다.
어딜 봐서 여성이 동굴인데 동굴을 알고 의미를 분석하는 이는 남자?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아니면 일부 인용만 있어서 내가 그렇게 느낀건가?

그는 자신이 속해 있고 분리될 수도 없는 거대한 세계의 심장부, 그 피난처에서 몇 시간을 보낼 것이다. 쭈글쭈글한 늙은 여자에게나 빠르게 시들어갈 운명의 젊은부인들에게는 연기 자욱한 동굴 이외에 어떤 세계도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밤에만 말없이 베일을 쓰고 나타날 뿐이었다. - P215

일종의 동굴인 모든 여자에게는 말살이라는 동굴의 은유적인 힘,
(보부아르가 다른 곳에서 말했던) ‘대지 내부에 있는 밤‘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수많은 전설에서 우리는 영웅이 어머니의 그림자(동굴, 심연, 지옥) 속으로 떨어진 뒤 영원히 길을 잃어버리는 장면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 P216

자세히 살펴보니 잎, 나무껍질, 다른 것들에도 하나같이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글들이 여러 언어로 쓰여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은 내 친구도 모르는 언어였고[…]어떤 것은 […] 요즘 쓰는 방언이었다. […] 우리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겨우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예언과 최근에 일어났던 사건들의 자세한 관계에 관한 것 같았다. 이름들, […]가끔은 환희와 비탄의 외침도 그 얇은 잎에 새겨져 있었다. 우 - P217

리는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글자가 적힌 잎들이있으면 급히 긁어모았다. 그러고는 어두운, 하늘 쪽으로 구멍이나 있는 동굴에 작별을 고했다. […] 그 후 […] 이 신성한 유물을 해독하는 데 몰두했다. […] 나는 부서질 듯한 예언자의 잎들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한 것들을 대중에게 발표했다. 그것은흩어져 있고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일관성 있는 형식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핵심적인 부분은 쿠마에의 무녀가 성스러운직관력을 발휘해 하늘에서 받은 그녀만의 것으로 남겨두었다. ‘ - P218

그러나 동굴은 여성의 공간이며, 여성 사제, 사라진 예언자,
자신의 ‘성스러운 직관‘을 부드러운 잎과 연약한 나무껍질 조각에 새겼던 여성 선지자에게 속해 있다. 따라서 메리 셸리에게동굴은 자신의 예술적 권위는 물론 자아 창조의 힘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글자 그대로 불명예를 안고 돌아가신 어머니 (강력한 페미니스트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딸인 메리 셸리는 이 비유담에서자신을 은유적으로 사라진 예언자, 모든 여성 예술가들을 잉태했던 신화 속 최초의 예언가의 딸로 그린다. - P219

이 모든 것이 암시하는 의미를 감안해보면 셸리의 동굴 비유담에 숨어 있는 메시지는 그 자체가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해온일련의 동굴의 비유 중 네 번째 비유라 할 수 있다. 이 마지막비유는 정신의 동굴로 들어가 그곳에서 자신의 힘과 더불어 힘을 생성해온 전통의 흩어진 잎들을 발견한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다. - P221

여성 예술가는 이 지평선 위의 모든 이상한 모습들(역사가들이 ‘이상한 변종‘이라고 불렀던 소설가들, 비평가들이 ‘여류 시인‘이라고 부른 시인들, 가부장적 시인들이 ‘무성‘의 괴물 같고기이하다고 한 혁명적 예술가들)을 아우르고 설명했다. 그들이속해왔던 공동체가 그 모습을 기억한 덕택에 인물들은 완전한권위를 다시 획득하고, 그들의 비전은 쿠마에의 무녀에 버금가는 강력한 구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 P223

역사의 모든 단계에 걸쳐 이 신화적인 여성 예술가는 무녀 같은 여성 조상들처럼 상상의 미래, 즉 자신이 온전하고 활동적일수 있는 유토피아적인 땅을 꿈꾸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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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7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후의 인간에서 동굴 이야기 아주 앞쪽에 저자 서문에 나오는데 뭔가 좀 이상하긴 해요. 이런 서문이 왜 필요하지? 무슨 의미일까 일단 궁금해하면서 책을 다 읽으면 알 수 있을까하면서 보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2-11-07 21:28   좋아요 1 | URL
저는 1부 3장인데도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작품을 읽어봐야 이해가 되려나 싶습니다ㅜㅜ

바람돌이 2022-11-07 21:40   좋아요 1 | URL
저는 작품을 읽어도 이해가 안될거같은 불길한 예감이.... ㅠㅠ

건수하 2022-11-08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장이 좀 암시적으로 쓰여지기도 했고 어렵더라고요. <최후의 인간>은 제가 안 읽어서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거리의화가 2022-11-08 10:43   좋아요 1 | URL
짧은데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최후의 인간>까지 읽을 시간은 없을 것 같아서 일단 패스하려고요.
근데 인용문만 봐서는 남성이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해결했다는게 맞아보이거든요. 흠... 다른 분들이 어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ㅜㅜ

건수하 2022-11-08 10:46   좋아요 1 | URL
3장이 이미 가물가물하긴 한데, 제가 전에 3장을 읽고 쓴 글을 비공개로 해놨다가 공개로 돌려놨습니다.
https://blog.aladin.co.kr/suha/14012804

나중에 인용문을 다시 한 번 읽고 댓글 남길게요 ^^;

건수하 2022-11-10 09:21   좋아요 1 | URL
(한참 걸렸습니다 ^^)

시빌의 동굴임을 ‘나의 친구‘ 가 알아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여러가지 언어로 표현되어 있을 때 남성인 퍼시 셸리가 아는 것이 더 많았기 때문에 ‘동굴을 알고 의미를 분석하는 이는 남자‘ 라고 해석한 것 같아요.

그래도 ‘핵심적인 부분은 쿠마엔 처녀가 하늘로부터 받은 신적인 직관에 의거하고 있다‘ 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7장에 가면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된 이유와 배경이 나오는데 3장과 연관이 되는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11-10 09:30   좋아요 1 | URL
수하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의 친구‘가 알아보았다... 역시 저 문장으로 남자라고 해석한것이겠군요. 저는 좀더 구체적인 문장을 생각했나봅니다^^;
7장에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니 읽을 때 참고해볼게요.

건수하 2022-11-10 09:32   좋아요 1 | URL
그 ‘나의 친구’가 퍼시 셸리를 지시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원문을 안 읽어봤으니 할 말은 없지만요… ^^

7장에서 메리 셸리가 고전을 탐독하며 자신의 여성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했는데 그걸 퍼시 셸리와 함께 했다고 나오더라고요. 저도 7장을 읽고 좀더 이해가 되었습니다.

프레이야 2022-11-08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장에서 보부아르가 쓴 동굴비유는 여자들의 감금 상태를 보여주더군요. 남자들은 바깥세상을 돌다가 동굴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또 나가지만 여자들은 그곳에서 하루종일 살아가고요. 4장으로 가면 ‘좁은 곳’에서 빛을 내는 제인오스틴부터 슬슬 나오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동굴이 등장한 것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11-08 12:51   좋아요 2 | URL
네 동굴, 자궁 등이 여성과 연관되는 것은 몇 권의 책을 읽은지라 이제 얼추 이해가 되는데요. 다만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속 인용문과 설명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여겨졌습니다.
뒤의 이야기와 연결지으려고 그 비유를 끌고 온 상황이 있었던 점이 있겠네요.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
 
현충원 역사산책 -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만나는 한국 근현대사
김학규 지음 / 섬앤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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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국립서울현충원의 길을 탐방하며 관련 인물과 그와 얽힌 한국 근현대사가 담겨 있다. 집 주변 공원을 산책하듯 서울현충원을 총 7개의 탐방로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국립 서울현충원을 한 번에 다 둘러보는 방식으로 하려 했으나 구역이 넓은 만큼 이야기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제별 길로 만들어 저자와 함께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만든 것이다. 또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국립서울현충원을 좀 더 가까이 느끼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담겼다. 나부터도 국립서울현충원을 부끄럽지만 가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순국 선열들이 모셔져 있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로 다가와서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편집 방향을 영리하게 잘 잡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 책을 낸 데는 2005년 평양의 북한 '애국열사릉'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직접 방문한 곳은 '애국열사릉'이지만 영상물을 통해서 '혁명열사릉'을 보게 되었는데 둘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국립현충원은 어떤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각 탐방로의 도입에 지도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어느 유적지를 가던지 볼 수 있는 그런 탐방로 형식의 그림이다. 방문할 장소만 있지 않고 순서대로 루트를 그려놓아 책을 다 읽고 방문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참으로 독자를 배려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내용도 대중서라 쉽게 쓰여져 있고 번호 주석과 관련한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한 참고 자료까지 바로 아래  확인할 수 있어 뒤를 뒤적거릴 필요 없이 바로 확인 가능하다.

현 국립서울현충원은 국군묘지로 출발했다. 해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 분단과 전쟁을 겪은 탓이다. 6.25 전쟁으로 많은 국군이 전사하자 이들을 수용할 묘지 조성이 시급했다. 1952년부터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하여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9월 30일 이승만이 현 자리를 묘지 부지로 선정하고 1954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조성하면서 탄생됐다.
1965년에는 국군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한다. 이때 독립유공자, 경찰관, 전직 대통령, 향토예비군도 안장 대상에 포함되었다. 1985년 대전에 국립묘지가 또 하나 준공되었고 1966년에 국립현충원으로 명칭을 바꾸어 부르던 국립묘지는 2005년 7월 29일 「국립묘지법」이 제정되면서 2006년부터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완전히 분리된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1965년 애국지사 묘역이 조성되고 1975년 무후선열재단, 1993년 임시정부요인 묘역, 2002년 대한독립군 무명용사 위령탑이 조성되거나 건립되었고, 이를 아울러 독립유공자 묘역으로 부르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나라'라고 엄밀히 적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충시설을 마련할 때 순국선열을 모시는 일을 미루고 남과 북 사이의 충돌 과정에서 전사한 군인을 모시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상황이 있었겠지만 반공을 위시하며 몰고 간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독립운동가 길'에 안장되어 있는 독립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남북의 대결 구도와 반공의 강화로 독립운동가들이 안장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다.
두 번째, '친일파 길'에서는 일제에 협력한 각종 인사들을 만날 수 있다. 국립묘지에 친일파가 묻혀 있음은 언론을 통해서 이미 많이 보도된 바가 있다.
세 번째, '여성 길'에서는 그동안 애국 여성들의 역할이 조명되지 못한 것을 성찰하며 그들을 만난다. 또 2021년 성평등 관점이 반영되어 독립운동자 묘역의 묘비가 개선되었는데 과거와 비교하여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 '4.3길'에서는 제주 4.3 사건과 연관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제주를 가지 못하더라도 이 곳을 둘러본다면 당시의 역사를 다시 되새길 수 있다.
다섯 번째, '5월 길'에서는 5.18 계엄군의 묘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12월 '전사'에서 '순직'으로 묘비가 바뀌게 된 변화도 있었는데 시민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여섯 번째, '대통령 길'에서는 4명의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일곱 번째, '평화 ·통일 길'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미래를 고민해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을 읽으며 국립서울현충원에 어떤 인물이 있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아마도 이 책을 들고 나들이를 가보고 싶을 것이다. 7코스 모두 둘러보기는 어렵다면 1코스씩이라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국립서울현충원은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국립서울현충원은 여전히 6.25 한국전쟁 전후의 전쟁 영웅을 강조하는 공간이다. (...)

이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전쟁 영웅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평화 영웅을 발굴하고 그 평화 영웅을 주요하게 배치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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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6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중고등학생 역사 현장 답사에 참고 도서였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로 이런 현장 답사는 힘들어져서
현충원 찾는 이들도 줄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초딩때 현충원 가본게 처음이자 마지막 ^^

거리의화가 2022-11-07 09:00   좋아요 2 | URL
저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했어요. 현장답사 전 이 책을 읽고(지도 선생님께서) 가져가서 탐방할 때 이야기로 들려준다면 역사적 지식도 쌓으면서 체험학습도 할 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좋은 기획의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콧님은 가보신 적이 있군요ㅎㅎㅎ

바람돌이 2022-11-07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을 그렇게 다녀도 현충원은 한번도 못가봤어요.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이 폼내듯 찾아가는 곳이라서 그런가?
저기 친일파들은 좀 걷어내고, 현충원을 무조건 엄숙한 장소로보다는 유럽의 무덤 지역처럼 공원화해서 좀더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싶어요. 부산의 경우 유엔묘지가 있는데 그런식으로의 접근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듯해서 보기 좋거든요.

거리의화가 2022-11-07 17:36   좋아요 2 | URL
현충원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곳이어서 그동안 좀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일파들은 하루 빨리 다른 곳으로 이장했으면 좋겠고요. 말씀하신대로 동네 공원 산책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거리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신성시(!)하는 느낌도 있고요^^;

mini74 2022-11-07 15: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현충원 한 번 가본적이 있어요. 남편이 현충원 의장대 ? 출신이라 군복무한 곳 보여준다고 ㅠㅠ 여성 길이 새로 생겼군요. 진짜 화가님 리뷰 읽고 가보면 또 다를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11-07 17:40   좋아요 2 | URL
헉 의장대라니 남편분 멋지신데요!ㅎㅎㅎ 저 루트는 묘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그려놓은 거에요. 7개의 루트를 제목을 붙이고 저자분께서 그에 맞는 묘지 중 방문장소를 설정해놓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직접 이런 거 만들려고 하면 번거롭고 어렵잖아요. 여성 길은 저도 돋보이는 테마였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저도 방문하게 된다면 이 책 들고 가려구요~ㅎㅎㅎ

독서괭 2022-11-07 15: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잘못 봐서 ‘현중원‘인 줄 알고 현중원이 뭐지 했네요 ㅋㅋㅋ 현충원 가본지 넘 오래됐어요. 애들 학교 들어가면 이런 책 읽어서 예습하고 데리고 가야겠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07 17:4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괭님 덕분에 퇴근 전 한번 웃어제꼈습니다!ㅎㅎㅎ 현충원 가보신 적 있으시군요^^ 나중에 이 책 읽고 같이 가시면 좋은 추억되실 것 같습니다^^*

희선 2022-11-08 0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국립서울현충원에 친일파도 묻혔군요 친일파도 기억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를 배우면 좀 낫겠습니다 무덤이라 해도 사람들이 편하게 갈 수 있다면 훨씬 좋겠네요 그곳에 가면 역사를 생각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8 09:01   좋아요 2 | URL
네. 여러 방송에서 다뤘죠. 이 곳에 친일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것도ㅠㅠ 하긴 대한민국 군과 경찰 조직의 뿌리가 친일과 무관하지 않으니 그런 것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되었다는 것이 강조되어 관련자들 외에는 국민이 이곳에 들르는 모습은 낯설죠. 여전히 이념이 강조되고 있다보니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2장 감염된 문장 : 여성 작가와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

문학사에 대한 블룸의 모델과 프로이트의 심리 분석의 가설이 주는 가부장적 구조

여성 작가의 이중의 속박 -> 여자임을 인정하거나 남자만큼 훌륭하다고 하거나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작품이라서 더 저항하기 힘든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생각. 여성들이 이중으로 말해야 하는 조건 생산

거울 부수기 -> 감염된 문장의 수정이나 재창조

집 = 여성의 자아

밀러도 말했듯 최초이자 최고의 문학 심리사 연구가는 해럴드 블룸이었다. 블룸은 프로이트의 구조를 문학 계보학에 적용하면서 작가의 ‘영향에 대한 불안‘, 즉 자신이 자신의 창조자가 아니고 선배들의 작품이 이미 자신을 넘어서서 존재하며 자신의 작품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할 것이라는 불안에서 문학사의 역동성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문학 부권 은유를 논의할 때 지적했듯이, 문인들의 순차적인 역사적 관계라는 블룸의 패러다임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특히 프로이트의 정의에 따른 관계다. - P141

페미니즘 이론가 줄리엣 미첼은 프로이트에 대해 말하면서 ‘심리분석이란 가부장적 사회에 던지는 충고가 아니라 그 사회에 대한 분석‘이라고 말했다. 블룸의 문학사 모델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문학사란 우리 문화의 주요 문예 운동에 깔려 있는 가부장적 시학(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불안)에 건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학을 분석하는 것이다. - P143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말과 사회생활을 배울 때 똑같이 아버지(블룸의 용어로 말하자면 선배)의 자리를 차지하기 원하지만, 남자아이만이 언젠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허용받을 것이다. 더 나아가 두 성 모두 어머니를 욕망하도록 태어나는데, 문화적 유산을 물려받은 어머니가 욕망하는 것은 아이 모습의 남근이기 때문에 남녀 아이는 모두 어머니를 위해 ‘팔루스‘가 되고자 욕망한다. 여기에서도 남자아이만 자기 자신을 어머니가 욕망하는 것으로 완전히 인식할 수 있다. 그리하여 두 성 모두 여성성이 암시하는 것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여자아이는 ‘아버지의 법에 종속됨으로써 자신이 ‘자연‘과
‘섹슈얼리티‘, 즉 창조성의 무의식적이고 직관적인 혼돈을 의미한다는 것을 배운다. 따라서 남성 예술가와 달리 여성 예술가는 먼저 사회화의 영향과 싸워야 한다. - P145

여성 예술가는 (남성) 선배의 세계를 읽는 시각이 아니라 자신을 읽는 시각과 싸운다. 자신을 작가로 정의하기 위해 여성 예술가는 자신의 사회화 조건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 P146

여성 예술가의 고독, 여성 선배와 후배에 대한 갈증과 남성 선배로부터의 소외감, 남성 독자의 반감을 사는 일에 대한 두려움, 여성 독자에 대한 절박한 갈구, 문화적 조건 안의 자아를 극화시킬 때 튀어나오는 소심함, 예술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두려움, 여성창조의 부적절함에 대한 불안 등등이 모든 ‘열등화‘ 현상은 여성 작가가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정립하려는 분투의 표식이며, 자아 창조를 위한 그녀의 노력을 남성 작가와 구분해주는 현상이다. - P147

강한 아버지와 아들의 싸움이라는 ‘남성적‘ 전통과 대조적으로, 작가 되기에 따른 여성의 불안은 여성을 심각하게 무력화한다. 이 불안은 한 여성에게서 다른 여성에게로 전해진 것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엄격한 문학적 ‘아버지들‘에게서 모든 ‘열등화된‘ 여성 후손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것은 불편함, 적어도 불만, 방해, 불신 등 여러 가지 세균이다. 세균은 많은 여성문학의 구조와 문체, 특히 (이 책에서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20세기 이전 여성문학 전반에 얼룩처럼 퍼져 있다. - P148

어떤 독자에게나, 특히 작가이기도 한 독자에게는 모든 텍스트가 은유적인 세균전에서 ‘판결(문장)‘이나 무기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감염된 문장은 새끼를 친다‘는 말은 문학작품이 강제적이고 감금시키며 열병을 일으킨다는 것, 그리고 문학은 독자의 내면을 강탈하기 때문에 사적 영역에 대한 침해라는 디킨슨의 인식을 나타낸다.
(…)
‘우리‘는 한편으로 여성의 자율성과 권위를 부인하고자 하는 모든 가부장적 텍스트로부터 ‘절망을 들이마실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선배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로부터 (여 - P149

자 선배들은 혼란스러워하는 여성 후계자들에게 작가가 된다는 행위에 담긴 전통적인 불안을 공공연하고도 암암리에 전달하므로) ‘절망을 들이마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대대로 내려오는 은유적으로 모계적인 불안 때문에, 여성일 때는 텍스트의 창조자조차 텍스트 안에 (접힌 채, 그리고 ‘주름 잡힌 채‘) 감금되어 있다는 것, 그리하여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계속해서 말해주는 ‘영원한 솔기‘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것이다. - P150

프로이트가 정신과 몸의 역동적 관계를 밝힌 유명한 연구의 출발이 된 질병인 ‘히스테리‘는 원래 정의상 ‘여성의 질병‘이다. 히스테리의 명칭이 자궁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스테르hyster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실제로 19세기에는 자궁이 정서적 장애를 ‘야기한다고 생각했다) 히스테리라는 질환이 주로 19세기 말의 빈 여성들에게서 발병했기 때문이다. 19세기 내내 다른 신경증과 마찬가지로 이 정신병도 여성의 생식기관 때문에 발병한다고 여겨졌다. 이런 발상은 여성성 자체가 결함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같다. - P152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고통받았던 ‘여성의 질병‘은 꼭 여성성 훈련이 낳은 부산물만은 아니었다. 그 질병이 바로 훈련 목표였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디어러 잉글리시가 보여주었듯, 19세기 내내 ‘상류층과 중상층 여성들은 ‘병든‘(허약한, 건강이 나쁜) 존재로 여겨졌으며, 노동자 계급 여성들은 ‘병들게 하는‘ (감염시키는, 병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그들은 ‘숙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계속 ‘숙녀란 약하고 병약한 존재라는 사회적 동의 - P153

가 있음’을, 그 결과 ‘여성의 병약함에 대한 숭배‘가 영국과 미국에서 발달했음을 지적한다. - P154

다시 말해 수동적인 천사들 능동적인 괴물이든 여성 작가는 문화가 제공하는, 여성을 쇠약하게 만드는 대안들 때문에 있는그대로의 의미에서든 비유적인 의미에서든 자신이 무능하다고느낀다. 여성이 처한 조건의 치명적인 효과는 여성 선배 문인들에게 이어받은 피 묻은 구두 속 죽음의 선고처럼 ‘퍼져나간다.‘ - P158

포프는 ‘변덕스러운‘ 우울의 ‘여왕‘이 ‘15세부터 50세까지의 여성‘
을 지배하기에 (여성 섹슈얼리티의 ‘전성기‘에 걸쳐 여자를 지배하며) 히스테리와 (여성) 시의 ‘부모‘가 된다고 말했다. 이 말에 핀치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그대는 오만한 아내로서 허풍 떨며 예술을 말한다‘라고 쓰기도 했기 때문이다. 포프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굴복하지 않은 여자는 그저 신경증적인 여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군주다운 남자는 제국을 통치하도록 태어난다‘고도 핀치는 말한다. 그러나 시에서 남자는 우울증을 앓는 여자에게 패배한다. 그는 ‘평화를 위해 타협한다. […] 여자는, 우울로 무장한 채, 노예처럼 복종한다.‘ 그러나 동시에 핀치는 자기 내부에서, 특히 예술가로서의 자기 자신안에서, 우울의 가장 유해한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 P163

여성 혐오는 브래드스트리트의 ‘삶에 대한 옹호’를 특징 짓는 요소였다.
(…)
캐번디시가 드러내는 젠더에 대한 태도와 자기 직업에 대한 의식이 보여준 모순은 그녀를 어떤 의미에서 ‘미치게’ 만든 것처럼 보인다. - P166

애프라 벤(사실상 영국 최초의 ‘전문‘ 여성 작가)처럼 아주 뻔뻔하고 사죄할 줄 모르는 반항아는 항상 의심할 바 없이 문란하고 방종하며 ‘음란한‘) ‘수상한 여자‘로 간주되었다. ‘판단력과 신성한 시를 금지당한 이 가련한 여자는 무엇을 했는가?‘ 벤은 솔직하게 질문했고, 또 솔직히 말하자면 왕정복고 시대 방탕자의 삶을 살았던 것처럼 보인다. 그 결과 마치 현실판 두에사처럼, 그녀는 진지한 문학의 정전에서뿐만 아니라 점잖은 사람들의응접실이나 도서관에서도 점차 가차 없이 추방(나아가 삭제)당했다. - P167

이 모든 선택, 즉 확실히 주류적인 것이 아니라 외관상 소품 같은것, 극적인 것이 아니라 가정적인 것, 공적인 것이 아니라 사적인 것, 영광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은 것을 선택한 데는 의식적이거나 반의식적인 아이러니가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 P168

사실적이든 비유적이든 남성으로 분장하고 나자 이들은 처음에 남성을 모방한 이유였던 변덕이나 괴물 됨에 대한 공포와 동일한 공포가 되살아나는 동시에, ‘여성적인 저항‘을 해야 한다는 신경증적 강박 역시 생겨났을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 문인이 기억하는바, 그것은 결국 야망을 위해 자신의 ‘성을 제거‘해달라고 신에게 간청했던(셰익스피어의 여자 주인공 중 가장 고약한 인물인) 레이디 맥베스의 강박과 같다. - P171

고귀한 자는 결국 맥베스이고 레이디 맥베스는 괴물이다. 마찬가지로 오이디푸스는 영웅이지만, 메데이아는 마녀일 뿐이다. 리어의 광기는 거룩하고 보편적이지만, 오필리아의 광기는 그저 측은할 따름이다. 비극의 구조가 가부장제의 구조를 반영하는 한(다시 말해 비극이 ‘고귀한‘ 인물의 ‘몰락‘ 이야기여야 하는 한) 비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그런 이야기를 단순히 사용한다기보다는 필요로 하는 것이다. - P175

여성 작가는 ‘작가의 정신분열‘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질병에 특히 취약하다. 왜냐하면 여성 작가는 가부장적인 플롯이나 장르를 사용함으로써(그리고 그것에 참여함으로써) 이중성이나 불신에 불가피하게 연루된다는 것을 그녀 자신이 암암리에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P176

여성들은 어떤 의미에서 양피지에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쓴 것 같은 문학작품을 생산했다. 이런 작품들의 외관은 표면의 무늬가 훨씬 깊고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가 더 어려운) 층위의 의미를 감추거나 흐려놓았다. 작가들은 이렇게 가부장적인 문학의 표준에 순응하는 동시에 그것을 전복시킴으로써 진정한 여성문학의 권위에 도달하는 어려운 임무를 해냈다. - P183

흥미롭게도 최근 몇몇 페미니즘 비평가들은 남성 (기원의) 문화와 여성 (식민화된) 문학의 관계를 묘사하기 위해 프란츠 파농의 식민주의 모델을 활용했다. 그러나 영미의 여성 작가들은 그들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언어가 하나였기 때문에 식민화된 다른 지역의 여성작가들보다 애매하게 이중으로 말하기에 훨씬더 능란해야 했다. - P183

18세기와 19세기 여성 작가들은 남자에 의해, 남자를 위해 만들어진 구조에 갇힌 채 지배적인 미학에 반항하기보다는 순응할 수 없다는 데 죄의식을 느꼈다. 생명력 있는 여성 문화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여성 작가들은 다른 (말하자면 남성) 작가들이 결코 느끼거나 표현하지 않았던 진실을 전달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퍽 고통을 겪었다. 그들 자신의 권위를 의심할수 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디킨슨의 말마따나 ‘조롱거리가 되지않는‘ 것을 묘사하려 했던 여성 작가들은 사회를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자신을 의심하는 것이 더 쉬웠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예술적 회피나 은폐는 대부분 남성 작가들보다 훨씬 더 정교하다. 19세기 문학 문화의 가부장적 편견을 감안한다면, 여성 문인은 감추어야 할 중요한 어떤 것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P185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여성 작가는 우선 자신을 감염시켰던 문장(판결)을 쫓아내야 한다. 그녀는 공공연하게 또는 암암리에 ‘주름진 창조자‘에게서 들이마신 절망을 벗어내어 자신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여성작가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창조자의 텍스트를 수정하는 것이다. 다른 은유로 표현해보자면, ‘유리 표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여성 문인은 모든 여성이 지켜야 했던 사회적 규범을 그토록 오랫동안 반영해온 거울을 박살내야 한다. - P187

미친 여자는 어떤 의미에서 작가의 분신이고 작가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이미지다. - P189

남성의 관점에서 가정생활의 순종적 침묵을 거부한 여성들은 무시무시한 대상(고르곤, 세이렌, 스킬라, 라미아, 죽음의 어머니, 밤의 여신)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괴물 여성은 자신을 표현할 힘을 구하는 여자일 뿐이다. - P191

의무에 얽매여 생활 속에 갇힌 채,
정신은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봐도,
죄를 짓지 않고는 빠져나올 방도가 없네.
피해볼 도리도 없이 단지 살고, 일할 뿐.
청하지도 않았는데 미리 부과된 의무,
자연의 법칙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옥죄고 있나니,
적대적인 생각의 압박,
마음속을 후비네, 매 시간,
힘을 낭비하고 있다는 인식이 그토록 어둡고 낮은 천장의 집,
무거운 서까래가 햇빛을 차단하고,
힘들이지 않고는 일어설 수도 없구나.
내면의 영혼이
무덤을 애원할 때까지… 더 넓은 무덤을. - P199

글자 그대로 집 안에 갇힌 채, 비유적으로는 한 ‘장소‘에 갇힌채, 응접실에 갇히고 텍스트에 넣어지고 부엌에 가두어지고 시 구절에 모셔져 있었기 때문에 여성 예술가들은 자연스럽게 어두운 내면을 묘사했으며, 집 안에 묶여 있다는 인식과 얽매인 의무에 대한 반항을 혼동했다. - P200

작품 속에서 감금과 탈출의 드라마를 강박적으로 재연한 여성들의 문장에서 감염은 지속적으로 퍼져나간다. 특히 여성의 질병으로 알려진 거식증과 광장공포증은 극의 패턴, 주제의 패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 P201

물론 19세기의 많은 남성 작가들도 감금과 탈출 이미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그들이 진지하게 느꼈던 바를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
남성과 여성이 만들어낸 감금 이미지 차이는 항상 그러했지만) 한편으로는 형이상학과 은유의 차이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사회적인 것과 실제적인 것의 차이다. - P202

여성의 자궁은 확실히 늘 어디에서든 아이 최초의 집, 가장 만족스러운 집이자 음식의 원천, 어두운 보호소였다. 따라서 자궁은 신성한 동굴, 비밀스러운 성소, 성스러운 오두막 등으로 반복해서 형상화되는 신화적 낙원이었다. 그러나 여성 작가에게 집과 자아를 낡은 방식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여성 작가가 자신의 예술에 투사했던 갇힘에 대한 불안을 강화시켰던 듯하다.
(…)
여성 예술가는 자신의 자궁을 일종의 무덤으로 경험하지 않거나 아이가 그녀의 집/몸을 점유하는 것을 자신의 비인격화 경험으로 인식하지 않더라도, 본질적으로 자신이 순전히 인간 종의 생물학적 유용성에 의해서만 규정받아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만다는 것이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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