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동굴의 비유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의 동굴의 비유에 대한 해석은 아무리 봐도 과도하게 깊이 들어간 듯하다.
어딜 봐서 여성이 동굴인데 동굴을 알고 의미를 분석하는 이는 남자?
나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아니면 일부 인용만 있어서 내가 그렇게 느낀건가?

그는 자신이 속해 있고 분리될 수도 없는 거대한 세계의 심장부, 그 피난처에서 몇 시간을 보낼 것이다. 쭈글쭈글한 늙은 여자에게나 빠르게 시들어갈 운명의 젊은부인들에게는 연기 자욱한 동굴 이외에 어떤 세계도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밤에만 말없이 베일을 쓰고 나타날 뿐이었다. - P215

일종의 동굴인 모든 여자에게는 말살이라는 동굴의 은유적인 힘,
(보부아르가 다른 곳에서 말했던) ‘대지 내부에 있는 밤‘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수많은 전설에서 우리는 영웅이 어머니의 그림자(동굴, 심연, 지옥) 속으로 떨어진 뒤 영원히 길을 잃어버리는 장면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 P216

자세히 살펴보니 잎, 나무껍질, 다른 것들에도 하나같이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글들이 여러 언어로 쓰여있었다는 것이다. 어떤 것은 내 친구도 모르는 언어였고[…]어떤 것은 […] 요즘 쓰는 방언이었다. […] 우리는 희미한 불빛에 의지해 겨우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예언과 최근에 일어났던 사건들의 자세한 관계에 관한 것 같았다. 이름들, […]가끔은 환희와 비탄의 외침도 그 얇은 잎에 새겨져 있었다. 우 - P217

리는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글자가 적힌 잎들이있으면 급히 긁어모았다. 그러고는 어두운, 하늘 쪽으로 구멍이나 있는 동굴에 작별을 고했다. […] 그 후 […] 이 신성한 유물을 해독하는 데 몰두했다. […] 나는 부서질 듯한 예언자의 잎들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한 것들을 대중에게 발표했다. 그것은흩어져 있고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일관성 있는 형식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핵심적인 부분은 쿠마에의 무녀가 성스러운직관력을 발휘해 하늘에서 받은 그녀만의 것으로 남겨두었다. ‘ - P218

그러나 동굴은 여성의 공간이며, 여성 사제, 사라진 예언자,
자신의 ‘성스러운 직관‘을 부드러운 잎과 연약한 나무껍질 조각에 새겼던 여성 선지자에게 속해 있다. 따라서 메리 셸리에게동굴은 자신의 예술적 권위는 물론 자아 창조의 힘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글자 그대로 불명예를 안고 돌아가신 어머니 (강력한 페미니스트였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딸인 메리 셸리는 이 비유담에서자신을 은유적으로 사라진 예언자, 모든 여성 예술가들을 잉태했던 신화 속 최초의 예언가의 딸로 그린다. - P219

이 모든 것이 암시하는 의미를 감안해보면 셸리의 동굴 비유담에 숨어 있는 메시지는 그 자체가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해온일련의 동굴의 비유 중 네 번째 비유라 할 수 있다. 이 마지막비유는 정신의 동굴로 들어가 그곳에서 자신의 힘과 더불어 힘을 생성해온 전통의 흩어진 잎들을 발견한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다. - P221

여성 예술가는 이 지평선 위의 모든 이상한 모습들(역사가들이 ‘이상한 변종‘이라고 불렀던 소설가들, 비평가들이 ‘여류 시인‘이라고 부른 시인들, 가부장적 시인들이 ‘무성‘의 괴물 같고기이하다고 한 혁명적 예술가들)을 아우르고 설명했다. 그들이속해왔던 공동체가 그 모습을 기억한 덕택에 인물들은 완전한권위를 다시 획득하고, 그들의 비전은 쿠마에의 무녀에 버금가는 강력한 구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 P223

역사의 모든 단계에 걸쳐 이 신화적인 여성 예술가는 무녀 같은 여성 조상들처럼 상상의 미래, 즉 자신이 온전하고 활동적일수 있는 유토피아적인 땅을 꿈꾸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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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07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후의 인간에서 동굴 이야기 아주 앞쪽에 저자 서문에 나오는데 뭔가 좀 이상하긴 해요. 이런 서문이 왜 필요하지? 무슨 의미일까 일단 궁금해하면서 책을 다 읽으면 알 수 있을까하면서 보고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2-11-07 21:28   좋아요 1 | URL
저는 1부 3장인데도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작품을 읽어봐야 이해가 되려나 싶습니다ㅜㅜ

바람돌이 2022-11-07 21:40   좋아요 1 | URL
저는 작품을 읽어도 이해가 안될거같은 불길한 예감이.... ㅠㅠ

건수하 2022-11-08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장이 좀 암시적으로 쓰여지기도 했고 어렵더라고요. <최후의 인간>은 제가 안 읽어서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거리의화가 2022-11-08 10:43   좋아요 1 | URL
짧은데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최후의 인간>까지 읽을 시간은 없을 것 같아서 일단 패스하려고요.
근데 인용문만 봐서는 남성이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해결했다는게 맞아보이거든요. 흠... 다른 분들이 어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ㅜㅜ

건수하 2022-11-08 10:46   좋아요 1 | URL
3장이 이미 가물가물하긴 한데, 제가 전에 3장을 읽고 쓴 글을 비공개로 해놨다가 공개로 돌려놨습니다.
https://blog.aladin.co.kr/suha/14012804

나중에 인용문을 다시 한 번 읽고 댓글 남길게요 ^^;

건수하 2022-11-10 09:21   좋아요 1 | URL
(한참 걸렸습니다 ^^)

시빌의 동굴임을 ‘나의 친구‘ 가 알아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여러가지 언어로 표현되어 있을 때 남성인 퍼시 셸리가 아는 것이 더 많았기 때문에 ‘동굴을 알고 의미를 분석하는 이는 남자‘ 라고 해석한 것 같아요.

그래도 ‘핵심적인 부분은 쿠마엔 처녀가 하늘로부터 받은 신적인 직관에 의거하고 있다‘ 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7장에 가면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쓰게 된 이유와 배경이 나오는데 3장과 연관이 되는 것 같아요.

거리의화가 2022-11-10 09:30   좋아요 1 | URL
수하님 정말 감사합니다. ‘나의 친구‘가 알아보았다... 역시 저 문장으로 남자라고 해석한것이겠군요. 저는 좀더 구체적인 문장을 생각했나봅니다^^;
7장에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니 읽을 때 참고해볼게요.

건수하 2022-11-10 09:32   좋아요 1 | URL
그 ‘나의 친구’가 퍼시 셸리를 지시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원문을 안 읽어봤으니 할 말은 없지만요… ^^

7장에서 메리 셸리가 고전을 탐독하며 자신의 여성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탐구했는데 그걸 퍼시 셸리와 함께 했다고 나오더라고요. 저도 7장을 읽고 좀더 이해가 되었습니다.

프레이야 2022-11-08 1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3장에서 보부아르가 쓴 동굴비유는 여자들의 감금 상태를 보여주더군요. 남자들은 바깥세상을 돌다가 동굴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고 또 나가지만 여자들은 그곳에서 하루종일 살아가고요. 4장으로 가면 ‘좁은 곳’에서 빛을 내는 제인오스틴부터 슬슬 나오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동굴이 등장한 것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11-08 12:51   좋아요 2 | URL
네 동굴, 자궁 등이 여성과 연관되는 것은 몇 권의 책을 읽은지라 이제 얼추 이해가 되는데요. 다만 메리 셸리의 <최후의 인간>속 인용문과 설명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여겨졌습니다.
뒤의 이야기와 연결지으려고 그 비유를 끌고 온 상황이 있었던 점이 있겠네요. 프레이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