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역사산책 -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만나는 한국 근현대사
김학규 지음 / 섬앤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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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국립서울현충원의 길을 탐방하며 관련 인물과 그와 얽힌 한국 근현대사가 담겨 있다. 집 주변 공원을 산책하듯 서울현충원을 총 7개의 탐방로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처음에는 국립 서울현충원을 한 번에 다 둘러보는 방식으로 하려 했으나 구역이 넓은 만큼 이야기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제별 길로 만들어 저자와 함께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만든 것이다. 또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국립서울현충원을 좀 더 가까이 느끼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도 담겼다. 나부터도 국립서울현충원을 부끄럽지만 가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순국 선열들이 모셔져 있는 곳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엄숙하고 장엄한 분위기로 다가와서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편집 방향을 영리하게 잘 잡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이 책을 낸 데는 2005년 평양의 북한 '애국열사릉'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직접 방문한 곳은 '애국열사릉'이지만 영상물을 통해서 '혁명열사릉'을 보게 되었는데 둘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국립현충원은 어떤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궁금했다고 한다.


각 탐방로의 도입에 지도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어느 유적지를 가던지 볼 수 있는 그런 탐방로 형식의 그림이다. 방문할 장소만 있지 않고 순서대로 루트를 그려놓아 책을 다 읽고 방문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참으로 독자를 배려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내용도 대중서라 쉽게 쓰여져 있고 번호 주석과 관련한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한 참고 자료까지 바로 아래  확인할 수 있어 뒤를 뒤적거릴 필요 없이 바로 확인 가능하다.

현 국립서울현충원은 국군묘지로 출발했다. 해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 분단과 전쟁을 겪은 탓이다. 6.25 전쟁으로 많은 국군이 전사하자 이들을 수용할 묘지 조성이 시급했다. 1952년부터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하여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9월 30일 이승만이 현 자리를 묘지 부지로 선정하고 1954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조성하면서 탄생됐다.
1965년에는 국군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한다. 이때 독립유공자, 경찰관, 전직 대통령, 향토예비군도 안장 대상에 포함되었다. 1985년 대전에 국립묘지가 또 하나 준공되었고 1966년에 국립현충원으로 명칭을 바꾸어 부르던 국립묘지는 2005년 7월 29일 「국립묘지법」이 제정되면서 2006년부터 국립서울현충원과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완전히 분리된다. 국립서울현충원에는 1965년 애국지사 묘역이 조성되고 1975년 무후선열재단, 1993년 임시정부요인 묘역, 2002년 대한독립군 무명용사 위령탑이 조성되거나 건립되었고, 이를 아울러 독립유공자 묘역으로 부르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나라'라고 엄밀히 적혀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충시설을 마련할 때 순국선열을 모시는 일을 미루고 남과 북 사이의 충돌 과정에서 전사한 군인을 모시는 일부터 시작되었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상황이 있었겠지만 반공을 위시하며 몰고 간 정부의 책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독립운동가 길'에 안장되어 있는 독립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남북의 대결 구도와 반공의 강화로 독립운동가들이 안장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다.
두 번째, '친일파 길'에서는 일제에 협력한 각종 인사들을 만날 수 있다. 국립묘지에 친일파가 묻혀 있음은 언론을 통해서 이미 많이 보도된 바가 있다.
세 번째, '여성 길'에서는 그동안 애국 여성들의 역할이 조명되지 못한 것을 성찰하며 그들을 만난다. 또 2021년 성평등 관점이 반영되어 독립운동자 묘역의 묘비가 개선되었는데 과거와 비교하여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 '4.3길'에서는 제주 4.3 사건과 연관된 인물을 만날 수 있다. 제주를 가지 못하더라도 이 곳을 둘러본다면 당시의 역사를 다시 되새길 수 있다.
다섯 번째, '5월 길'에서는 5.18 계엄군의 묘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12월 '전사'에서 '순직'으로 묘비가 바뀌게 된 변화도 있었는데 시민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여섯 번째, '대통령 길'에서는 4명의 역대 대통령의 묘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일곱 번째, '평화 ·통일 길'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미래를 고민해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책을 읽으며 국립서울현충원에 어떤 인물이 있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가 무엇인지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아마도 이 책을 들고 나들이를 가보고 싶을 것이다. 7코스 모두 둘러보기는 어렵다면 1코스씩이라도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국립서울현충원은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국립서울현충원은 여전히 6.25 한국전쟁 전후의 전쟁 영웅을 강조하는 공간이다. (...)

이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전쟁 영웅이 아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한 평화 영웅을 발굴하고 그 평화 영웅을 주요하게 배치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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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06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중고등학생 역사 현장 답사에 참고 도서였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로 이런 현장 답사는 힘들어져서
현충원 찾는 이들도 줄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초딩때 현충원 가본게 처음이자 마지막 ^^

거리의화가 2022-11-07 09:00   좋아요 2 | URL
저도 읽으면서 그런 생각했어요. 현장답사 전 이 책을 읽고(지도 선생님께서) 가져가서 탐방할 때 이야기로 들려준다면 역사적 지식도 쌓으면서 체험학습도 할 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좋은 기획의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콧님은 가보신 적이 있군요ㅎㅎㅎ

바람돌이 2022-11-07 15: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을 그렇게 다녀도 현충원은 한번도 못가봤어요.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이 폼내듯 찾아가는 곳이라서 그런가?
저기 친일파들은 좀 걷어내고, 현충원을 무조건 엄숙한 장소로보다는 유럽의 무덤 지역처럼 공원화해서 좀더 시민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싶어요. 부산의 경우 유엔묘지가 있는데 그런식으로의 접근을 계속 시도하고 있는듯해서 보기 좋거든요.

거리의화가 2022-11-07 17:36   좋아요 2 | URL
현충원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곳이어서 그동안 좀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친일파들은 하루 빨리 다른 곳으로 이장했으면 좋겠고요. 말씀하신대로 동네 공원 산책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거리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너무 신성시(!)하는 느낌도 있고요^^;

mini74 2022-11-07 15: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현충원 한 번 가본적이 있어요. 남편이 현충원 의장대 ? 출신이라 군복무한 곳 보여준다고 ㅠㅠ 여성 길이 새로 생겼군요. 진짜 화가님 리뷰 읽고 가보면 또 다를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2-11-07 17:40   좋아요 2 | URL
헉 의장대라니 남편분 멋지신데요!ㅎㅎㅎ 저 루트는 묘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그려놓은 거에요. 7개의 루트를 제목을 붙이고 저자분께서 그에 맞는 묘지 중 방문장소를 설정해놓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직접 이런 거 만들려고 하면 번거롭고 어렵잖아요. 여성 길은 저도 돋보이는 테마였다고 생각해요. 아무튼 독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저도 방문하게 된다면 이 책 들고 가려구요~ㅎㅎㅎ

독서괭 2022-11-07 15: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 잘못 봐서 ‘현중원‘인 줄 알고 현중원이 뭐지 했네요 ㅋㅋㅋ 현충원 가본지 넘 오래됐어요. 애들 학교 들어가면 이런 책 읽어서 예습하고 데리고 가야겠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07 17:4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 괭님 덕분에 퇴근 전 한번 웃어제꼈습니다!ㅎㅎㅎ 현충원 가보신 적 있으시군요^^ 나중에 이 책 읽고 같이 가시면 좋은 추억되실 것 같습니다^^*

희선 2022-11-08 0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국립서울현충원에 친일파도 묻혔군요 친일파도 기억하고 그렇게 되지 않기, 를 배우면 좀 낫겠습니다 무덤이라 해도 사람들이 편하게 갈 수 있다면 훨씬 좋겠네요 그곳에 가면 역사를 생각하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1-08 09:01   좋아요 2 | URL
네. 여러 방송에서 다뤘죠. 이 곳에 친일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것도ㅠㅠ 하긴 대한민국 군과 경찰 조직의 뿌리가 친일과 무관하지 않으니 그런 것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국가를 위해 희생되었다는 것이 강조되어 관련자들 외에는 국민이 이곳에 들르는 모습은 낯설죠. 여전히 이념이 강조되고 있다보니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