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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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주의가 촉발한 가정과 공적 경제의 분열은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의 열등함을 확고하게 굳혔다. 지배적인 선전물에서 '여자'는 '어머니'와 '주부'의 동의어가 되었고, '어머니'와 '주부' 모두에는 치명적인 열등함의 표시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흑인 여성 노예들 사이에서 이 어휘는 어디에도 확인할 수 없었다. - P41

흑인 여성 운동, 그리고 흑인에게 해방이란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전미여성협회의 주요 멤버들은 백인 중간계층의 여성들이었고 이들은 여성 참정권을 부르짖으면서도 계급 불평등(노동자)과 인종 불평등(흑인 등)에 대해서는 외면했다. 성평등과 인종평등과 계급평등은 함께 가지 못했고 1890년대 미 남부 인종 분리 정책이 시행되면서 흑인들의 투쟁은 더 험난해질 수 밖에 없었다.

흑인 여성의 일자리는 대부분 가사 노동이고 일부는 노동자로 일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밑바닥층이어서 저임금 등 낮은 환경에 시달렸다.
그들이 매달린 것은 교육이었다. 백인 여성들이 설립한 학교에 입학하여 백인 학부모들로부터 질타를 받거나 고발당하는 등 불평등을 감내해야 했으나 그들의 교육열은 계속되었다. 한국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그 난리통에서도 가르칠 공간을 만들어 교육을 진행했던 대한민국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아이다 B. 웰스와 메리 처치 테럴은 둘 다 흑인 여성 운동의 지도자들로 각자의 입장은 달랐으나 그들이 있지 않았다면 흑인 여성들의 투쟁은 힘겨웠을 것이다.
아이다 B. 웰스는 철도에 탔다가 불평등을 목도하고 철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후 친구들이 린치 사건에 연루되면서 린치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인물이다. 메리 처치 테럴은 노예 소유주 아버지 밑에서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 부유한 환경에 있었기에 오히려 이런 운동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었을 인물이기에 놀라웠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흑인 여성 운동을 대부분 지지하지 않았던 시기에 남성 지도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19세기 프레더릭 더글러스, 20세기 W. E. B. 듀보이스 같은 인물이 있었다.

여성 권익 찾기 운동이 시작된 이후에도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는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상태였다.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 나온 이후 1900년에 사회당이 창당될 무렵에서야 여성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하지만 사회당은 흑인의 근본적인 억압에 대한 것은 외면한 채 프롤레타리아 투쟁만을 외쳤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후 세계산업노동자연맹이 구성되고 나서야 비로소 흑인의 특수 위치에 대한 인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가며 흑인 강간범에 대한 신화가 어떻게 인종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는지 궁금했다. 11장이 되어서야 궁금증이 풀렸다. 이 책을 읽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순간이었다.
노예제 시스템에서 매질과 더불어 강간은 흑인 여성과 남성을 모두 제어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인 장치였고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억압 무기였다. 남북전쟁 이전과 직후만 해도 흑인 강간범 신화의 사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1872년 KKK 같은 인종주의 자경집단들이 득세하면서 린치는 백인의 우월함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조치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린치는 남부의 백인 여성들을 성폭행한 흑인 남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방법으로 설명되고 합리화되었다.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자기 여자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이라도 용인되었고 그 동기는 숭고함으로 포장되어 백인 여성을 강간한 흑인 남자들에게는 린치를 가해야 마땅하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이는 그야말로 야만적인 억지 논리의 끝판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주의, 남성우월주의가 결합하며 흑인 강간범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 몇 십년간 우생학의 선풍적인 인기도 이를 고착화시키는 데 배경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쉽게도 인종주의는 사라지지 않고 끈덕지게 달라붙어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지배 체계인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는 여성을 억압하는 것이 효과적인 장치로 작동하는 탓에 성차별은 이어지고 폭력과 강간은 사라지지 않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노동에 몸담은 여성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하위에 있으면서 지배 당하고 가정에서는 주부로 착취 당한다.

앤절라 Y. 데이비스가 공산주의 운동에 투신한 이유도 결국 여성들의 불평등을 목도하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혁파되어야 함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론 공산주의는 이제 더는 주요 체제가 아니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 책은 흑인 여성 운동의 역사를 살펴 보고 그 과정에서 인종과 성별, 계급이 어떻게 엮이면서 진행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 여성주의자의 입장에서 쓰였음은 감안해야겠지만(이 때만 해도 공산주의는 유효했으니까) 아주 유용한 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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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11 22: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바마가 집권 했을때 미국도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트럼프의 극우, 인종주의가 가능했던걸 보며 의문이 많았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해소된것 같습니다. 화가님 수고하셨어요!^^

거리의화가 2023-02-12 08:55   좋아요 2 | URL
현 바이든 정권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자본과 권력, 힘의 논리는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이전의 여성 운동의 역사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어요. 저도 상당 부분 궁금증이 해소된 것 같아요. 미미님도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락방 2023-02-13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유용한 읽기 였다니 다행입니다. 리뷰중에 언급하신 흑인의 강간신화 부분은 저도 얼른 읽어보고 싶네요.
어느 페미니스트(기억이 잘 안나요)의 에세이에서 <앵무새 죽이기>에 대해 유감을 표현한 걸 읽었었거든요. 왜 굳이 그 흑인이 누명쓴 것을 백인 여성에 대한 강간으로 골랐을까, 그래서 왜 ‘강간당했다고 거짓말한 여자‘를 만든걸까 하는거였죠. 저는 그 말이 꽤 설득력 있다고 느꼈거든요. 왜 하필 여자가 강간당했다는 거짓말을 하면서 흑인에게 누명을 씌울까, 하고요. 그런데 오늘 거리의화가 님 이 리뷰를 읽다 보니 그게 흑인의 강간신화를 말하고자 했던 거였겠구나 싶어요.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2-13 14:26   좋아요 0 | URL
저는 흑인의 강간 신화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알게 됐어요. 초반에 그걸 언급하길래 읭? 해서 궁금했는데 다행히 11장에서 완벽한 이해는 아니지만 기원을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됐습니다.

오늘날에도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종과 성별에 대한 차별은 어느 정도 인지했었지만 계급과의 연결 고리까지 거론해주어 앞으로 페미니즘 책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 감사합니다.
 

사랑이 생겨나는 온갖 방식들이나 성스러운 병을 퍼뜨리 - P81

는 온갖 요인들 가운데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이따금 우리를 스쳐가는 저 커다란 동요의 숨결이다. 그런 순간에 우리가기쁨을 함께 나누는 존재야말로 바로 우리가 사랑하게 될 사람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 존재가 그때 다른 사람들이상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같은 정도로 우리 마음에 들거나들지 않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우리 취향이 배타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우리곁에 없을 때, 그 사람의 동의로 우리가 즐기던 쾌락이 갑자기 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불안한 욕구로, 이 세계의 법칙으로는 결코 충족되거나 치유될 수 없는 저 부조리한 욕구로, 즉그 사람을 소유하겠다는 미친 듯한 고통스러운 욕구로 대치될 때, 이런 조건은 실현되는 것이다. - P82

아무리 여자에게 무감각해졌고, 가장 색다른여자를 갖는 일도 다를 바 없으며 이미 안다고 간주한다 해도 상대방 여인이 까다로운 경우 ㅡ 또는 우리가 그렇다고 믿는 여인의 경우 ㅡ 그런 여인을 소유하려면 두 사람 관계에서어떤 뜻밖의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되므로, 마치스완이 처음 카틀레야를 만져 준 일이 그러했듯, 그만큼 그런소유는 새로운 쾌락이 되는 것이다. 그날 밤 스완이 몸을 떨면서 소망한 것은(오데트가 그의 속임수에 넘어갔지만 마음속은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카틀레야의 커다란 연보랏빛 꽃잎 사이로 나오려고 하는 그 여인에 대한 소유였다.
그리고 이미 그가 맛보던 쾌락은, 오데트가 알아보지 못했기때문에(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가 참았다고 여겨지는 쾌락은, 그래서 더욱 그에게는 마치 지상 낙원의 꽃들 사이 - P87

-에서 그 쾌락을 맛본 최초의 인간에게 그러했듯 ㅡ 지금까지존재하지 않았던, 그리하여 그가 창조하려는 쾌락, 그가 붙인특별한 이름에 남은 흔적만큼이나 아주 특별하고도 새로운쾌락처럼 생각되었다. - P88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우리를 위해 괴로워하거나 기뻐할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면, 그 사람은 마치 다른 우주에 속한다는 듯 시(詩)로 둘러싸이고 우리 삶은 감동적인 영역으로 변해, 우리는 그 영역에서 조금쯤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 - P90

외알 안경을 쓴 스완을 처음 보았을 때 오데트는 기쁨을 참지 못했다. "남자에겐, 두말할 것도 없이, 아주 멋있어요! 너무 근사해요! 진짜 ‘젠틀맨‘ 같아요. 이제 당신에게 필요한 건 작위뿐이군요." 하고 약간 서운한 듯 덧붙였다. 그는 이런 오데트를 좋아했다. 만약 그가 브르타뉴 여자에게 반했다면, 머리쓰개를 한 모습을 보거나 유령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좋아했을 것처럼. 예술에대한 취향이 관능적인 것과는 별도로 발달하는 대다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스완이 이런저런 취향에 부여해온 만족감 사이에는 어떤 묘한 부조화가 있었는데, 점점 더 천박한 여자들과 함께 있기를 원하면서도, 점점 더 세련된 예술작품에 매력을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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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초한지 2 원본 초한지 2
견위 지음, 김영문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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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이 말하기를 벼슬자리에 나가기는 어렵고 물러나기는 쉽다고 했다. 만약 나가기가 쉬우면 끝내 크게 쓰일 수 없을 터이니, 반드시 시작을 어렵게 해야 나중에 사람들이 나를 가볍게 보지 않으리라.'
등공은 한신의 겉모습이 평범하지 않은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 사람의 이름은 일찍이 들은 적이 있다. 본래 초나라 신하라 했는데, 어찌하여 천릿길을 멀다 하지 않고 이곳으로 온 것인가? 틀림없이 까닭이 있을 것이다.' (26)
"아무개는 위험을 무릅쓰고 천릿길에 고통을 당하며 이곳으로 왔습니다. 만약 진실한 견해 없이 한 치 혀로만 큰소리를 치며 사람을 속인다면 이는 미치고 망령된 언행으로 죄를 짓는 일입니다. 여기 한나라 사람들이 볼 때는 패왕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어린아이보다 못한 자일 뿐입니다. 어찌 그의 무예가 고금을 꿰뚫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현사의 말씀이 그러하다면 『육도삼략』을 읽으셨습니까?"
"어찌 『육도삼략』만 읽었겠습니까?" (31)
한신도, 등공도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등공은 초나라에 있던 한신이 한나라에 와서 자신을 보러 온 것에 의아함을 느꼈으나 그 속절을 알아야겠다라고 생각했고, 한신도 시작을 쉽게 하려고 생각하지 않고 어렵게 시작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쉽게 써주지 않을 거라 미리부터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등공은 한신이 읊는 말과 『육도삼략』의 내용을 일일이 대조하였으나 단 한 글자도 틀리는 것이 없었다. 또 음양오행, 의술, 점술에 관한 책을 가져와서 한신의 말과 비교해보아도 틀림이 없었다. 두 사람은 수많은 주제로 토론하였는데 조금의 착오도 없었다고 한다.

이미 등공은 한신에 대한 검증이 끝난 상태였고 그가 주선한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둘은 초나라의 정벌에 대한 방략과 장수에 대한 도리를 논한다.
"장수에겐 다섯 가지 재능과 열 가지 허물이 있습니다. 이른바 다섯 가지 재능, 즉 오재(五才)는 지(智), 인(仁), 신(信), 용(勇), 충(忠)입니다. 지혜로우면 속일 수 없고, 어질면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신의가 있으면 약속을 어기지 않고, 용기가 있으면 범할 수 없고, 충성스러우면 두 마음을 먹지 않습니다. 장수된 자는 이 다섯 가지 재능을 갖춘 연 후에야 장수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 가지 허물, 즉 십과(過)는 이렇습니다. 용기만 갖고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 성격이 성급하여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 탐욕에 젖어 이익만 좋아하는 것, 어진 마음만 있어서 차마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것, 지혜로우나 마음이 비겁한 것, 신의가 있으나 사람을 함부로 믿는 것, 깨끗함만 좋아하고 사람을 아끼지 않는 것, 꾀는 있지만 마음이 너무 느긋한 것, 성격이 강하여 자신의 계책만 사용하는 것, 마음이 유약하여 남에게 일을 맡기기 좋아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장수에게 이 열 가지 허물이 있으면 장수가 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군사를 잘 거느리는 사람은 다섯 가지 재능은 갖추되, 열 가지 허물은 버려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공격하여 격파하지 못할 적이 없고, 싸워서 이기지 못하는 경우가 없으며, 도모하여 성공하지 못할 일이 없으므로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어집니다." (40)
장수에 대한 오재와 십과는 당시 뿐 아니라 오늘날에 인재를 등용하는 데에도 무리없이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장수들도 5가지 재주를 모두 가진 이는 드물었다. 용기는 있지만 꾀가 없거나 꾀만 있고 용기가 없는 자, 자신의 능력에만 의지하여 남들의 의견을 용납하지 못하는 자 등등. 사람을 잘 쓰는 것이 곧, 국가를 다스리는 근본이 된다.
소하는 한신을 얻고 나서 기쁨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신이 비범한 인물임을 인지하였기 때문에 한나라에 그가 들어오는 것이 큰 재산임을 알았던 것이다. 한나라 삼걸 중 둘은 그렇게 만났다. 사실 나는 나머지 한 사람인 장량도 유능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소하와 한신이 한나라에 있음으로 인해서 유방이 항우를 이기는 데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둘은 재주꾼이자 탁월한 식견을 지닌 사람들이다.

한신은 드디어 한왕과 만난다. 하지만 한왕은 한신이 초나라에서 낮은 벼슬에 있었고 제대로 된 취급을 받지 못하고 한나라까지 온 만큼 그를 가벼이 보았다. 
치속도위가 된 한신은 결국 꾀를 내어 달아났고 소하는 그를 뒤쫓는다. 한신을 놓치는 순간 한나라에 큰 손실이다 생각한 소하는 그를 필사적으로 쫓았던 것이다. 소하는 한왕에게 그를 다시 데려가 보이고 그가 쓰임을 받지 못한 것은 때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며 제대로 된 자리에 등용해줄 것을 요청한다.
"지금 대왕마마께서 현인을 보고도 천거하지 않으시고 현인을 천거하고도 중용하지 않으시니 신이 밤낮으로 불안하게 생각하는 까닭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에 신은 죽음을 무릅쓰고 대왕마마께 말씀을 올립니다." (67)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왕은 한신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있었다. 이에 한신은 그동안 아껴두었던 장량의 각서를 소하에게 내민다(필승의 전략? 한신은 참으로 언제가 적시인지 잘 아는구나). "한왕께서 이 각서를 보시면 진정으로 수많은 성과 맞먹는 보배를 얻었다고 생각하시며 다시는 의심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71) 둘은 한왕을 만나 각서를 보였다. "경이 여러 번 한신을 천거했지만 나는 믿을 수 없었소. 그런데 뜻밖에도 장자방도 각서로 천거했구려. 그를 천하의 호걸로 인정하는 것은 서로의 견해가 대략 같소. 이 점에서도 한신이 진실로 위대한 인재임을 알 수 있소. 짐은 소견이 어두워서 오랫동안 경의 충성스런 마음을 멀리했소. 짐은 오늘에야 비로소 그동안의 잘못을 알게 되었소! 한신을 바로 대장에 임명하라고 명령을 내려 천거한 뜻에 따르도록 하겠소." (72)

한신이 대장군이 되었지만 수하 장수들은 단번에 따르지 않았다. 번쾌는 이제 막 등용한 사람을, 그것도 한나라에 공적도 없는 장수에게 대장군의 자리가 맡겨진 것에 대해 불만이 컸다. 하지만 한신은 그를 결국 굴복시켰으며 부서진 잔도를 수리하는 공사의 지휘자로 임명하였다.

막상 현장에 가본 번쾌는 이것이 무척 어려운 공사임을 느꼈고 한왕에게 SOS를 청했다. 한신의 조언에 따라 장수인 강후 주발과 극포후 시무를 비롯하여 인부들이 대산관 관문으로 가 일부러 투항한다.
"우리는 보안군의 장정인데 한왕이 차출하여 잔도를 수리하게 했습니다. 온종일 먹을 것을 아무것도 못 받았습니다. 또 번쾌는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 매일 공사를 재촉하며 핍박했습니다. 게다가 잔도는 너무나 험한데도 한 달 안에 공사를 완료하라고 합니다. 또 한왕이 한신을 대장으로 임명하자 군사들이 복종하지 않고 근래까지 많은 사람이 도망갔습니다. 원컨대 장군의 휘하에 투항하여 작은 공이라도 세우고 싶습니다. 우리에게 밥만 배불리 먹여주신다면 어찌 감히 다른 마음을 먹겠습니까?"
한신은 한왕에게 출정을 요청한다. 아직 잔도 수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사들은 어떤 길로 나아갈 지 알 수 없어 모두들 한숨을 쉬고 있었다. 하지만 한신은 이를 의도한 것이다.(너에게는 다 생각이 있구나!) "그것은 겉으로 잔도를 수리하는 체하여 장함이 대비하지 못하게 하려는 작전이오. 나는 진창도 오솔길로 진격하여 닷새도 되지 않아 대산관에 도착할 것이오. 그럼 장평은 우리 군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생각할 것이오. 이것이 바로 몰래 진창도로 나가는 계책이오. 대산관에 도착하는 날 바로 관문을 격파할 것이오. 그럼 대왕마마의 어가는 활과 화살을 쓰지 않고도 저절로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이오." (131)

한왕은 포중의 어른들에게 술과 밥을 대접한 뒤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고 소하로 하여금 포중에 남아 백성을 위로하고 구휼하게 함으로써 민심을 얻는다. 패왕 항우와 근본적으로 달랐던 점은 인재의 Pool의 차이도 있겠지만 덕과 사랑으로 백성의 마음을 끌어안았음에 있었다.



한신은 대산관을 깨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폐구를 공격하고 삼진을 평정한 뒤 함양까지 취하며 한나라군의 승리를 이끈다.
한신과 신기는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사이였으나 만나지 못하는 사이 한신은 대장군이 되었고 신기는 노모와 산에서 지내며 살고 있었다. 신기는 한나라군이 잔도로 지나간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에서 기다렸고 드디어 한신과 만난다. 한신은 황금 100량을 노모에게 바쳤지만 신기는 감히 받지 않았다. "이것은 모두 한왕께서 하사하신 예물이네. 아우가 어머니를 부양하는 자금으로 쓰라고 말일세. 아우는 이제 나를 따라가서 공을 세우고 어버이의 이름을 드날리면 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이곳은 노모께서 거처하실 만한 곳이 아닐세. 내가 군대의 인장을 찍은 문서를 써줄테니 노모와 식솔을 남정 승상부로 옮기게. 그곳에서 관가의 숙소 몇 칸을 마련해주고 매달 식량도 제공해줄 것이네. 여기보다는 훨씬 지내기 편할 것일세." (152)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쩌면 기본적인 '인'의 마음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신기가 설사 쓰임을 받고 싶었어도 노모가 걱정되서 섣불리 떠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알고 그저 돈만 건네지 않고 살 곳을 마련해주고 먹을 것까지 해결해줌으로써 신기의 마음을 가볍게 했다. 이렇게 하여 신기도 한나라 군에 합류하게 되었고 대산관 싸움에서 선봉대 장수로 활약하게 되었다.
한나라 장수 주발과 시무는 잔도 수리 인부를 가장하여 대산관에 들어가 투항하여 초나라 장수로 가장하고 있었다. 한나라 군대가 대산관 앞에 당도한 뒤 화포 소리가 들리자 장평을 사로잡고 주발과 시무는 성문을 활짝 열어 그들을 맞이하였다.

장함은 폐구에서 한나라 군에 대한 소식을 듣고 단단히 대비하라 일렀다. 하지만 그는 바보같이 한신이 계곡에 유인하는 대로 따라가고 만다. 이 틈에 한신의 군사는 성을 코 풀지 않고 들어가 차지했다. 한신은 장함이 성을 되찾기 위해 공격해 올 것을 짐작했다. "번쾌 장군과 시무 장군은 군사 3000을 이끌고 초나라 군사의 북쪽 길을 막으시오. 하후영 장군과 주발 장군은 군사 3000을 거느리고 초나라 군사의 남쪽 길을 막으시오. 본영의 군사는 모두 30리 뒤로 물러나 진채를 세우시오." 한신은 후군에 매복을 하게 하였다. 장함의 군사가 한나라 본영으로 쳐들어갔으나 적의 본진은 텅 비어 있었다. 속임수에 빠져든 것을 알았지만 늦었다. 화포와 화살의 쏟아지는 공격이 이어졌고 초나라 군사는 흩어져서 도망하였다. 장함은 화살에 맞았으나 장수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였으나 남은 초나라 병사들은 모두 한군에 의해 학살당하고 만다. 한신은 장함을 뒤쫓아 그를 사로잡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무는 격이라고 병가에서도 궁지에 몰린 적을 추격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의 장수를 사로잡아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소탐대실이라고 작은 것을 탐하다 큰 일을 그르칠 수 있음을 그는 알았다.

한신은 폐구의 지형을 이용해 공격한다. "이 성 아래의 물길은 서북쪽에서 와서 동남쪽으로 감돌아 흐르는데, 물살이 매우 급하오. 장군은 군사 1000명을 데리고 가서 모래 가마니로 강물 입구를 막아 물이 흘러나가지 못하게 하시오. 막은 물길을 돌려 폐구로 흘러들게 하면 한 시진도 못 되어 폐구는 물고기 뱃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오." (176) 수공으로 폐구를 물바다로 만들자 장함을 비롯한 장수들은 도망할 수 밖에 없었다. 막혔던 물이 빠지자 한왕은 폐구로 들어가서 백성을 위무했고 역양과 고노를 비롯한 각 군현을 평정하면서 삼진의 땅이 모두 한왕의 수중에 들어간다.

장함은 앞서서 대패하여 도림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신기와 시무 장군에게 퇴로를 차단당한데다 적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번쾌와 주발에게 쫓기기까지 한다. 더는 물러날 길이 없었던 그는 한신에게 잡혀서 명성을 더럽히는 것은 참을 수 없었던지 자결한다. 한왕은 이 때도 백성들을 위무하며 함양성에 들어간다. "오늘 예기치 않게 다시 함양으로 오시니 이는 정말 우리 만민의 복입니다.!" 백성들은 양쪽으로 늘어서서 한왕을 환영했다고 한다.

사마앙이 한왕에게 사로잡혀 한나라에 귀의하고 하내가 함락된 소식을 듣자 패왕은 분노한다. 진평은 곁에서 참언했다가 파직당하고 황하를 건넜다 도적을 만나는 수모를 겪는다. 진평은 함양에 가서 친구인 위무기를 만난다. 위무기는 한왕에 기댈 것을 말하고 한왕에게 그를 추천한다. "초나라 진평이 폐하의 성덕을 깊이 사모하여 지금 초나라를 버리고 우리 한나라에 귀의했습니다. 신은 그의 옛 벗이라 평소부터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잡아두시면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왕은 이전에 홍문을 진평 덕에 탈출할 수 있었기에 한 번은 만나고 싶어했고 또 투항까지 해왔으니 잘 됐다 싶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마음을 떠 보기 위해 묻는다. "그대는 위나라를 끝까지 섬기지 않고 초나라를 섬기러 갔고, 지금은 다시 나를 따르고 있소. 신의를 지키며 충직하게 사는 사람은 본래 이같이 행동하오?" "저는 사람들이 저를 사랑하여 등용해주느냐에만 따를 뿐입니다. 평소에 소문을 듣기로 대왕마마께서 능력에 따라 사람을 등용하신다기에 1000리를 멀다 하지 않고 달려와 대왕마마를 알현했습니다. 그러자 역시 대왕마마께서는 신을 등용해주셨습니다. (263) 제가 계획한 일 중에서 대왕마마께서 받아들이실 만한 것이 있으면 그 계획을 써서 공적을 세우십시오. 그럼 대왕마마께선 잃으시는 것은 적고 얻으시는 것은 많을 것입니다." (264) 한왕은 진평의 말을 듣고 상을 내렸으며 호군중위로 삼은 뒤 여러 장수를 감독하게 하였다.

한왕은 연합군 병력이 56만에 이르자 동쪽으로 정벌을 나서는 것은 어떠하냐 고견을 묻는다. 하지만 들으려고 하는 의지는 없었고 자신의 의지를 감행하겠다 표현하고 이에 거역하면 듣지 않겠다며 고압적 자세를 보였다. 이는 사실상의 통보가 아니었나. 한신은 "대왕마마께선 관중과 관동을 얻었지만 아직 항왕과 싸워보지 않았습니다. 신이 항왕의 세력을 관찰해보건대 바야흐로 강성기에 들어섰습니다. 지금 제나라, 양나라와 분쟁하고 연나라, 조나라와 사단을 만들고 있으니 각국에서는 항왕의 힘이 분산되는 것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내년까지 연장될 것이니 그때 대왕마마께서 북을 울리며 동쪽으로 진격하십시오. 적이 지친 틈을 타서 싸우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273~274) 이에 한왕은 이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도 공격을 주저하는 한신에 불만을 표시하며 때를 거스를 수 없다 판단하고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에 한신은 대원수의 자리를 포기하고 휘하 장수를 거느리고 함양으로 가 버린다.
한나라 동정은 감행되었고 서위의 위표를 대원수로 삼아 군대는 팽성으로 이동한다. 패왕은 위표에 쇠채찍 공격을 받아 본진으로 후퇴하고 한나라 군대는 군사 30여만 명이 살상되고 만다. 시신이 물길을 막아 수수가 흐르지 못할 정도였다. (284) 한신의 말을 듣지 않고 섣불리 공격을 감행한 한왕은 결국 대패하고 말았다.

한신을 내쫒은 뒤 대패를 겪은 한왕은 그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고심한다. 이 때 장량이 소하에게 계책을 내놓아 일을 진행한다. 함양의 성문에 남녀노소, 계급 막론하고 호구 조사를 한다는 방을 붙인다. 이 때문에 성안의 군사와 백성이 수수에서 패배한 한왕이 관중의 모든 군현을 패왕에게 바친 것이라고 수군댔다. 이 소식을 들은 한신이 소하를 만나 호구문서를 작성하게 하면 민심이 놀란다며 간언한다. 그리고 드디어는 한왕이 한신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한다. "장군의 간언을 듣지 않았다가 수수에서 패하고 말았소. 오늘 기쁘게도 이렇게 멀리서 와주니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되오." (316)

한신은 함양에 있는 동안 병거 수백 량을 만들어 초나라 정벌에 대비하고 있었다. '평탄한 땅에서는 병거로 싸울 수 있고, 험악한 산지에서는 보병으로 싸울 수 있고, 공격과 추격을 할 때는 기마병으로 싸울 수 있다.' 한신은 형양성의 평탄한 땅에서 이 병거를 이용하여 초나라 군사에 승리한다.

"신이 위나라를 정벌하면 패왕이 소식을 듣고 틀림없이 우리의 빈틈을 노려 형양을 공격할 것입니다. 장수들 중에서 왕릉에게 큰일을 맡길 만하니 그를 시켜 초나라 군사를 막으십시오. 그 사람은 지혜와 용기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무사히 형양을 지킬 것입니다." 한신은 한왕에게 이렇게 간언하였으나 왕릉의 모친이 초나라에 구금되어 있어 명령을 주저하였다. 그러나 왕릉의 모친은 현명한 분이라 괜찮을 것이라며 한신의 계획대로 진행된다. 한왕은 모사 숙손통을 초나라 진영으로 보내 왕릉의 모친을 만난다. "아들 왕릉이 어머니께서 고통을 당하신단 소식을 듣고 즉시 초나라에 투항하여 어머니를 만나 뵈려 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거짓말일 수도 있으므로 한왕께서 아무개를 보내 노부인의 친필 서찰 몇 글자라도 얻어오게 했습니다. 그럼 그걸 보고 초나라에 투항하여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게 말입니다." (354) "한왕께선 어질고 도량이 넓으신 분이오. 부디 공은 돌아가 내 말을 왕릉에게 전해주시오. 한왕을 잘 섬기고 일찌감치 뛰어난 공훈을 세워 한나라의 명신이 되면 이 어미는 죽어도 산 것과 같다고 말이오." (355) 말을 마치고 왕릉의 모친은 자결했다. 지혜와 용기를 지닌 장수가 괜히 탄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어머니를 두었으니 왕릉은 믿을 만한 장수임이 증명된 게 아닐까.

한신은 대주 정벌에 나섰고 왕릉을 장수로 삼았다. 한왕은 태자로 하여금 관중을 지키면서 법령을 선포하고 군민을 단속하고 종묘사직을 세우도록 하였다. 소하는 왕명을 받들고 관중의 호구를 조사하고 조운을 이용하여 군량을 공급했다. 한나라 군사가 정벌에 나가서도 군량 문제가 없었던 것은 소하의 공로가 컸다. (364)

이어 한신은 배수진을 치고 정예병 10만을 나누어 조나라 공격을 감행해 격파하였다. 조나라가 무너지자 옆의 연나라 백성 뿐 아니라 연왕도 공포에 떨었다. 한신은 연왕에게 서찰을 보내 대세에 따르라는 서찰을 보낸다. 투항하면 백성의 목숨을 아끼게 될 것이고 왕직도 잃지 않고 봉토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결국 연왕은 투항 문서를 쓰는 것에서 나아가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정벌하겠다는 명령도 내렸다(한나라의 길에 제나라도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패왕은 경솔하고 주변의 말을 잘 듣지 않은 단점을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범증을 내쳐서 그가 마침내는 죽음에 이르게 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신은 여러 해 동안 폐하를 섬기며 간담까지 쏟아부었는데, 어찌 감히 저들과 사통하겠습니까? 우리 군신의 불화를 조장하여 몰래 해치려는 계략이니 폐하께선 들으시면 안 됩니다." "우자기는 짐의 가까운 인척이고 이미 분명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가 어찌 거짓말을 할 리 있겠는가?" (396) 사실상 초나라의 귀재 중에는 범증만한 인물이 없었다. 유일한 귀재였다고도 할 수 있었는데 그를 놓쳤다. 놓치지 말아야 할 사람의 말은 잘 듣지 않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말은 쏙쏙 들어 믿는 패왕의 태도는 참 안일하다고 해야 할까.

초나라를 속이기 위해 기신이 한왕을 대신하여 거짓으로 항복하여 죽는다. 한왕은 대신 기신의 어머니와 아내, 아들 세 사람을 온전히 책임지겠다고 한다. 이런 왕을 위해서 기신은 충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는 법이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패왕은 기신을 불태워 죽이고 한나라 패잔병을 학살한 뒤 형양성을 탈출한 한왕을 뒤쫓는다.

초한지 2권은 한신에 의한, 한신을 위한 장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3권은 드디어 한왕과 패왕의 대일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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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2-11 1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신을 위한, 한신에 의한 역사이지만 그의 말년을 생각하면 권력의 무상함이 많이 느껴졌어요
민초로 사는 제가 행복할 정도로요^^

거리의화가 2023-02-11 19:04   좋아요 2 | URL
2권의 내용은 한신이 쓰임을 받는 역사가 나왔다면 결국 3권에는 권력자에 의해 버림받고 토사구팽되는 내용이 나오겠죠. 패왕에게만 충성하던 범증이 내쳐진 것처럼요. 이런 자리도 결국 권력자에 의해 선택받지 못하면 끝까지 갈 수 없는 것을 보면 비정하게 느껴집니다.

희선 2023-02-13 0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신이 나중에는 잘 안 되는군요 한신이 한왕을 위해 이것저것 하는데... 처음에 달아났을 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이런 건 생각하기 어렵겠습니다 역사는 바꾸지 못하니...


희선

거리의화가 2023-02-13 09:14   좋아요 1 | URL
권력자가 참모를 여럿 두지만 자기 듣기 좋은 말 하는 아첨꾼에게는 아무래도 더 귀를 기울이고 듣기 싫은 말 하는 사람 말은 점점 안 듣게 되잖아요. 결국 한신도 그런 식으로 버려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3권 읽고 있는데 점점 항우와 유방의 대결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다 아는 결말입니다만 그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있네요^^
 
Wonder (Paperback, 미국판, International Edition) - 『아름다운 아이』원서
R. J. Palacio / Random House USA Inc / 201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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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 이야기를 잘 읽지 못한다. 학창 시절은 내게 괴로운 기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홈스쿨링을 하던 아이가 사립 초등학교에 들어가 겪는 사건들을 담고 있다. 


이야기 전개 방식이 1인칭이 아니라 같은 사건을 다양한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방식을 취했다. 이렇게 한 것은 일방적 방향의 서술을 지양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판단된다. 이는 책의 주제와도 관련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어떤 폭력이든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폭력은 신체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남는다. 가해자는 가볍게 던진 농담이나 신체적 학대가 피해자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모를 것이다. 나는 이를 실제로 겪었고 아주 오랫동안 트라우마를 겪었다. 지금도 때때로 괴로운 기억으로 올라오기도 하니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진도가 쑥쑥 나갔는데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괴롭힘을 당하는 이후부터는 읽는 것이 괴로웠다. 그래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한 템포씩 쉬면서 읽어 내려갔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얼굴에 흉터가 있다고, 냄새가 난다고, 미의 기준에 떨어진다고,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고 쉽게 차별을 가한다. 타인이 자신과 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어떤 Standard를 만들어 놓고 그 기준에 비켜서 있으면 그를 무시하거나 폄하할 수 있나.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될 수 없는데 나의 생각을 옳다 여기고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 다정함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가해를 주지는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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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2-11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거리의화가님 피해자셨나요 ㅠㅠ 읽기 힘드셨겠습니다… 이런 책이 사람들에게 폭력을 지양하게 하는 효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거리의화가 2023-02-11 12:34   좋아요 3 | URL
피해의 강도가 있을 뿐 일상 생활 속에서 차별의 행위는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저도 사실은 3점을 줄까 하다가 이런 책은 많이 읽혀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1점을 더했어요. 괭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2-11 09: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주말 ‘더 글로리‘ 란 넷플 드라마를 봤거든요. 너무 끔찍해서 내 삶이 피폐해지고, 무기력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것도 힘들고, 본 이후도 힘들더라구요.
이 책도 그러한 종류의 책이군요?
어휴~ 더욱 힘드셨겠습니다.
저런 쪽의 드라마든 책이든 자극적인 요소로 재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폭력은 씻을 수 없는 상처라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음 싶은데, 그 효과는 얼마만큼 있을까? 회의감이 들기도 하더군요.
드라마의 후유증이 넘 컸네요.
차라리 책을 읽는 게 더 나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2-11 12:37   좋아요 4 | URL
저는 ‘더 글로리‘ 이런 드라마류 자체를 못보는 것 같습니다. 드라마이지만 사실 실상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테니까요. 저는 학교폭력 뿐 아니라 성폭력, 강간, 일상적인 차별과 배제 행위를 접할 때마다 분노하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다만 이런 매체를 통해서 이를 모방하는 것으로 이어질까 두려워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니까요. 나무님 고맙습니다.

새파랑 2023-02-12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어로 읽으셨군요 ~! 사람이 사람을 왜 괴롭히는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ㅡㅡ 저도 알게 모르게 제가 누군가에게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건 아닌지 돌이켜보게 되는군요~~

거리의화가 2023-02-13 09:11   좋아요 1 | URL
네^^; 한 달 넘게 붙잡고 있었네요ㅠㅠ 사실 영어 수준은 쉬운데 내용 때문에 좀 오래 걸렸습니다.
왕따, 따돌림 이런 장면 나올 때 답답해지더라구요. 그래도 공유하고 싶은 책입니다^^
 




아이다 벨 웰스, 메리 처치 테럴: 흑인 여성 운동의 리더들






프레더릭 더글러스(19세기), W.E.B. 듀보이스: 흑인 여성 운동을 지지한 주도적 남성들


전미여성참정권협회의 지도부가 ‘피부색 문제‘에 대해서 취했던 표면상의 ‘중립적인‘ 입장은 사실상 참정권 운동에 가담한 사람들 내에서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사고가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맞춤하게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여성참정권협회의 1895년 대회에서, 참정권 운동에서 가장 손꼽히는 인물 중 한 명은 "니그로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법으로 여성참정권을 채택할 것을 남부에 촉구했다".10 헨리 블랙웰의 주장에 따르면 이 ‘니그로 문제’는 투표권에 문해력 요건을 넣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 P182

1899년 참정권 운동가들은 재빨리 탐욕스러운 신흥독점자본가들을 향한 한결같은 충성의 증거를 마련했다. 인종주의와 쇼비니즘의 명령이 국내 노동계급에 대한 전미여성참정권협회의 정책을 이미 결정해놓았으므로 이들은 미제국주의의 새로운 개가를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 - P187

흑인 여성들의 조직 결성 경험은 남북전쟁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갈 수 있다. 이들은 백인 자매들처럼 문학 모임과 자선 모임에 참여했다. 그 시기에 이런 활동들은 대체로 노예제 반대라는 대의와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노예제 폐지 운동에 함께했던 백인 여성들과는 달리 흑인 여성들의 동기는 자선이나일반적인 도덕적 원칙보다는 흑인의 생존이라는 확고부동한요구였다. 1890년대는 노예제 폐지 이후 흑인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고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인종의 저항 투쟁에 가담할 의무를 느꼈다. 밀어닥치는 린치의 물결과 흑인 여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성폭력에 대한 대응에서 최초의 흑인여성 클럽이 조직되었다. - P203

수전 B. 앤서니,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 그리고 다른 신문사 동료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대의에 중요한 기여를 하긴했지만 사실 이들은 단 한 번도 노동조합주의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흑인해방이 백인 여성들의 이해보다 일시적으로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이들은, 노동운동이 힘을 얻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단결과 계급 연대라는 근본적인 원칙들을 전적으로 포용하지 못했다.
참정권 운동가들이 보기에 ‘여성’은 궁극의 시험대였다. 만일여성의 대의를 더 발전시킬 수만 있다면 남성 노조원들의 파업에서 여성들이 배신자 노릇을 해도 잘못이 아니었다. - P218

노동계급 여성들은 계급투쟁을 지속하는 데 보탬이 되는 무기로서 참정권을 요구했다. 여성참정권 운동 내에서 이 새로운 관점은 사회주의 운동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실제로 여성 사회주의자들은 참정권 운동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노동계급 자매들의 경험에서 탄생한 투쟁의 비전을 옹호했다. - P223

흑인 여성들은 여성의 정치적 권리를 획득하기 위한 다인종운동을 구성하는 데 그 ‘관찰과 판단이라는 분명한 권력‘
을 보탤 의지가 누구보다 더 컸다. 하지만 이들은 백합처럼 환한 백인 여성참정권 운동의 지도자들에게 번번이 배반당하고퇴짜맞고 거부당했다. 참정권 운동가들에게도 여성 클럽 회원들에게도 흑인 여성들은 남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하얀 피부색으로 아양을 떨어야 할 때가 되면 바로 갖다 버릴 수 있는대상에 불과했다. 여성참정권 운동의 경우, 남부의 여성들을위해 한 온갖 양보는 결국에 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정헌법 제19조*에 대한 투표 결과를 분석해보니 남부의 주들은 여전히 반대 진영에 도열해 있었고 사실 이 수정안을 거의 부결시킬 뻔했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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