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 - 게르망트 쪽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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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세계에서 느끼고 다른 세계에서는 생각하고 명명하며, 그리하여 이 두 세계 사이에 어떤 일치점을 설정할 수 있지만, 그 간격을 메울 수는 없다. 바로 이것이 내가 넘어서야 했던 거리감이자 균열이었다(P83).

3부(5, 6권)의 공간적 배경은 '게르망트'다. 2부가 사교계 모임과 공연장에서 주로 이루어졌다면 3부는 귀족 사회 내부를 훑는다.

2부에서 연극을 보러 간 화자가 라 베르마를 보고 실망했다고 했다. 그 이후 주인공은 계속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가「페드르」1막 출연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아버지를 설득) 그녀를 보러 가게 된다.
한 번 실망했던 사람에게 다시 애정을 가지기는 어려운 걸까. 나는 그녀의 연기를 보며 연극적 이미지로 애써 보려고 노력한다.「페드르」와 ‘고백 장면’과 라 베르마는 당시 내게 있어 어떤 절대적인 실존을 의미했다. 일상적인 경험의 세계로부터 물러난 그 실존은 그 자체로 존재하여 내가 그쪽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지만, 아무리 내 눈과 영혼을 크게 뜨고 깊숙이 그 안으로 꿰뚫고 들어간다 해도 나는 여전히 적은 것밖에 흡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삶은 얼마나 상쾌해 보였던가! 옷을 입거나 외출 준비를 하는 순간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보내는 삶의 무의미함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 너머에는 절대적인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 선하고 접근하기 힘들며 전부를 소유하는 게 불가능한 보다 견고한 현실인「페드르」와 ‘라 베르마가 말하는 방식‘이 있었으니까(P75). 나는 그녀에게 충분히 만족했다. "나는 정말 라 베르마가 첫 번째라고 생각해." 하지만 어렴풋이 내 선호도에 대한 주장과 내가 그녀에게 붙인 이 '첫 번째'라는 등수가 라 베르마의 재능을 정확히 표현해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86)

나는 게르망트 부인이 사는 파리 게르망트 저택의 별채로 이사한다. 아침마다 거리에서 부인을 엿보며 오페라좌에서 그녀를 만나곤 사랑에 빠진다. 낯선 상냥함과 더불어, 하얀 모슬린 옷에 감싸인 공작 부인이 들어왔다. 나는 신비로움을 느꼈지만, 그 빛나는 푸른 광채에서 그녀가 친구들에게 손을 맡기며 건네는 웃음 띤 눈길의 비밀은 해독하지 못했다. 만약 내가 프리즘을 분해하고 그 결정체를 분석할 수 있다면, 그 순간 거기 나타났던 미지의 삶의 본질을 포착했을지도 모른다(P87). 추억은 그저 아름다운 여인의 이미지처럼 내 마음속에 몇 시간 떠돌다가, 그 이미지가 나타나기 전에 품었던 낭만적인 관념과 더불어 점차 하나의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연상 작용으로(어떤 다른 여성적 이미지와도 완연히 구별되는) 발전했으며, 따라서 추억이 가장 잘 떠오르는 바로 이런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 추억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아야 했다. 하지만 그때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추억이 될지 전혀 알지 못했다(P98).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조카이자 친구이기도 한 생루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가 일하는 곳(군대)으로 찾아간다.

나는 생루의 친구들이 저녁 식사 중에 펼치는 전술론에 흥미를 느끼면서 자주 연대 훈련장을 찾아 연대 행렬을 구경한다. 그리고 친구는 얼마 전 전화기가 이곳에 설치되었다며 파리에 있는 할머니와 통화를 해보라 이야기한다. 호텔의 직원이 나를 불러 우체국으로 전화를 받으러 오라고 한다(이렇게 어렵게 통화를 해야 하다니).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알던 할머니가 아니다 생각했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을 언제나 살아 움직이는 틀 안에서만, 끊임없는 우리 애정의 지속적인 움직임 안에서만 본다(P226). 이미 오래전 거울에서 얼굴을 바라보지 않게 되어 그가 결코 보지 않는 얼굴을, 매 순간 마음속에 지니고 있던 이상적인 얼굴상에 따라 만들어 내는 병자가, 거울에서 메마르고 황폐한 얼굴 한가운데서 이집트 피라미드마냥 거대한 분홍빛 코가 비스듬하게 치솟은 모습을 보면 뒷걸음질 치는 것처럼, 할머니가 여전히 나 자신이며 언제나 내 영혼 속, 늘 과거 같은 지점에서 겹쳐지는 인접한 추억의 투명함을 통해서만 할머니를 보아 왔던 나는, 이제 갑자기 우리 집 거실에서 새로운 세계, '시간'의 세계, "그 사람 잘 늙었네."라고 말하는 낯선 이들이 사는 세계의 일부가 되었으며, 그리하여 난생처음으로, 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에 거기 등잔불 아래 긴 의자에 앉은 붉고 무겁고 천박하고 병든 여자가, 내가 모르는 쪼그라든 늙은 여자가 꿈꾸듯 멍한 시선을 책 위로 이리저리 던지는 모습을 보았다(P227).
할머니와의 통화에서 나는 갑작스러운 낯섬을 느낀다. 늙어감은 당연한 것이며 자신조차도 인정하기 힘든 것인데 하물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가 자신을 그렇게 느낀다면 꽤나 충격이지 않을까 생각했다(할머니 입장에서). 그리고 몇 년전 내가 부모님의 얼굴에서 마주했던 낯섬의 감정이 느껴졌다. 생각하면 나도 늙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부모님은 똑같을 거라고 단정하며 살아왔었다. 그러나 어디 그런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렇게 할머니가 그리웠던 화자는 파리로 서둘러 돌아온다.

얼마 후 나는 휴가를 나온 생루와 그의 애인 라셸을 만난다. 그녀는 단역 배우이기도 하지만 사창가의 매춘부로 일한다. 우리가 상상 속에서 여인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 나는 인간의 상상력이 그 여인과 같은 작은 얼굴 조각 뒤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집어넣을 수 있는지 깨달았다. 또 반대로 수많은 몽상의 대상이던 사람도 그 몽상과 상반된 방식으로 가장 하찮은 사실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에는 얼마나 초라하고 온갖 가치가 제거된 물질적 요소로 분해되는지도 알게 되었다(P255). 나는 라셸이 싫지 않았다. 생루는 그녀의 행동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사랑한다.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는 온갖 쾌락을 그는 유명한 이름이나 잘생긴 외모 덕분에 사교계에서 쉽게 무상으로 얻을 수 있었으며, 이와 반대로 라셸과의 관계는 오히려 그를 사교계와 단절시켜 인기 없는 남자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 만큼 그는 충분히 명석한 사람이었다. 아니, 연인이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는 명백한 징표를 무상으로 받은 것처럼 보이려는 이 자존심은 단순한 사랑의 여파에 지나지 않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일 뿐이다(P261~262).

나는 빌파리지 부인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여러 귀족들을 만난다. 빌파리지 부인의 살롱은 삼류였다는 평을 받지만 정작 당사자는 무척 괴로워했다. 지금은 저명한 사람들과 친교를 쌓기 원하는 이들이라면 빌파리지 저택을 누구나 찾는다.
모임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드레퓌스 사건이 주요 토론 소재인데 1894년에 시작되어 1906년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우리에게는 '드레퓌스 사건'이 세계사 교과서에 나오는 한 사건에 불과할 지 모르는데 프루스트는 이 사건에 굉장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비단 프루스트 뿐 아니라 유럽 내에서는 손에 꼽힐만큼 중요한 사건이기도 할 것인데 아무튼 거의 5권 내내 드레퓌스 사건의 비중이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몇 사람들만 보이면 드레퓌스 지지파 vs 드레퓌스 반지지파 로 갈려 열띤 토론을 벌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보통 사람은 환자의 병이 엑스레이 사진에 전부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 사진은 단지 판독에 필요한 하나의 요소만을 제공할 뿐 다른 많은 요소들이 더해져서 의사가 그 모든 걸 가지고 추론하며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적 진실이란, 진실을 아는 사람에게 접근하여 그 진실을 포착한다고 믿는 순간에도 빠져나가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드레퓌스 사건에 국한하여 말해 본다면, 앙리의 자백과 이어 그의 자살과 같은 명백한 사실이 일어났을 때도, 이 사건은 드레퓌스파 장관들과, 스스로가 문서 위조를 발견하고 심문을 주관한 카베나크와 키네 사이에서는 정반대로 설명되었다(P399).

드레퓌스 사건에는 유대인에 대한 편견도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루마니아인이나 이집트인과 터키인은 유대인을 싫어할지 모른다. 그러나 프랑스 살롱에서 이들 민족 사이의 차이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았으며, 그리하여 한 이스라엘인이 마치 사막 한구석에서 나온 듯 몸을 하이에나처럼 구부리고 고개를 기울이고 커다랗게 "살람!"이라고 인사하며 살롱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들의 오리엔탈리즘적 취향은 완벽하게 충족될 것이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대인이 '사교계'에 속해서는 안 되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대인의 얼굴이 쉽게 영국 귀족의 얼굴로 보이고, 그 행동 방식도 지나치게 프랑스화되어, 한련화마냥 제멋대로 난 코가 엉뚱한 방향으로 뻗으면서 솔로몬 왕의 코보다는 차라리 마스카리유의 코를 연상시킬지 모른다(P305). 어쨌든 종족의 항구성을 말한다는 자체가 유대인이나 그리스인과 페르시아인 등 모든 민족들로부터 받는 인상을 - 그들의 다양성을 보존하는 편이 훨씬 나은 일인데도 - 부정확하게 만든다. (...)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아 왔던 이미지는 피상적인 것이었다(P307).
"이 사건은 유대인이라는 측면에서는 제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해.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유대인이 한 명도 없다는 타당한 이유 때문인데, 저는 늘 이런 다행스러운 무지 상태로 남아 있을 작정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보수적이라고 해서, 유대인 상점에서 아무것도 사지 않는다고 해서, 또는 단지 그들 양산에 '유대인을 죽여라.'라는 구호를 썼다고 해서 만나기를 강요한다면 정말 전 참을 수 없을 거예요."(P391).
그들은 귀족이며 계급적으로는 자신들만을 그룹화시키며 마치 '너희들은 끼어들 수 없어' 라 규정짓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야말로 저열하고 유치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샤를뤼스와의 선약이 있었던 나는 모임하던 도중 나가고 샤를뤼스와의 산책 중 화자는 불편한(!) 제안을 받는다. 샤를뤼스씨는 내게 사교계에 나가지 말 것. 남자 친구를 선택하는 일에 신중할 것. 자신을 매일 만나야 하는 것을 주문한다. "어쨌든 내가 자네에게 제공하는 걸 상기해 보게나. 자네는 헤라클레스처럼, 불행하게도 그렇게 힘센 근육은 없는 듯 보이네만 두 갈림길에 서 있네. 미덕으로 인도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아서 평생토록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게."(P493). 마치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탄탄대로를 걷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튼 그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왔더니 할머니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바깥 공기를 쐬라는 의사의 당부에 함께 밖을 나섰는데 할머니가 쓰러지고 만다. 나는 지금까지 아무리 큰 고통에도 도피처가 있으며, 모든 걸 실패할 때도 항상 휴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이런 생각은 뜻하지 않은 사태를 불러왔다(P145).

우리는 매 순간 우리 삶에 어떤 형태를 부여하려고 노력하지만,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인간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현재 우리 모습을 그림처럼 복사하면서 그 형태를 부여한다(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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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05-23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잃.시.찾 꾸준히 읽어나가시고
거기다 토지까지~~
정말 진정한 독서가이십니다^^

거리의화가 2023-05-23 14:20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잃시찾은 줄거리만 겨우 이해하는 상태로 읽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 안에 숨은 의미들이 많을텐데 그런 것들은 역시 한 번에 이해는 어려운 듯하네요^^
시리즈를 병행하여 읽으려니 힘들긴 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무모한 도전은 안하려고 생각중입니다ㅋㅋ 읽더라도 한 해에 시리즈 하나만 시도하는 걸로 해야겠어요^^;

새파랑 2023-05-23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 리뷰를 보니까 조금씩 기억이 나는거 같습니다 ㅋ 화가님 독서 천재이신듯 ^^

거리의화가 2023-05-23 15:57   좋아요 1 | URL
다른 분들 리뷰 보면서 책의 내용을 회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이제 살면서 칭찬받을 일이 딱히 없는데 이곳에서만큼은 많이 받는 듯하여 감사할 따름입니다^^ 천재는 새파랑님이시죠! 저는 노력형입니다^^

희선 2023-05-24 0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보다 할머니는 더 나이가 많을 텐데, 그대로일 거다 생각한 건지... 자신이 나이 들어가는 것처럼 부모 할머니도 나이를 들어가죠 그런 거 잘 생각하지 못하기도 하겠습니다 어느 날 깨달을지도... 그때 귀족 사회를 볼 수도 있겠군요 유럽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유대인 차별이 있었다고 한 것 같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5-24 08:58   좋아요 1 | URL
화자는 외면과 내면의 불일치와 균열에 계속 주목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볼 때 보이는 것은 외면 뿐이지 내면은 아니잖아요. 오래도록 보아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나를 속일 수도 있는 것이고 일부만 내보일 수도 있는 거니까요. 화자가 안 그래도 감정이 섬세한 쪽인데 이런 균열감이 실망감으로 크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사람은 늙죠. 내가 잘 알고 있고 아끼는 사람이 어느 순간 외모가 변해있을 때 충격이 되기도 하잖아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를 통해 나이든 할머니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왠지 다음 권에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듯하네요;;;
유대인 차별이나 비하는 오래된 일이죠. 이런 안 좋은 전통(?)은 고수할 필요가 없는데 뿌리박혀 있다보니 한참을 가네요.
 
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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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은 근대라는 시기에 문헌학적 분류에 맞춰 여러 기록물이 개념으로 정리되었고 이것이 우생학, 인종주의와 결합하며 그 기제가 더욱 강화되었다. 오리엔탈리스트가 퍼나른 동양은 (동양을 위하여) 창조된 모든 해석, 모든 구성은 사실상 동양의 재해석이고 재구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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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초 회사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가 핸드폰 액정이 박살났다.
손에서 미끄러졌는데 앞유리가 산산조각! 
그나마 만져보니 터치는 먹히는 걸 보니 메인보드에는 문제가 없는 듯했다.
하지만 하필 5월에 돈 나갈 일도 많은데 왜?

금이 간 채로 써보니 눈이 안 그래도 피로한데 더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싶어 결국 회사 근처 수리점을 방문하여 액정을 수리받았다.
정품은 너무 비싸 감당이 안되어(어차피 핸드폰 자체도 3년 이상 되었고) 호환으로 수리를 맡겼다.
에라이... 왠지 쌩돈 날린 것 같아 속이 쓰리고 옆지기에게 얘기하니 "마이너스의 손이 그럴 줄 알았다! 조심 좀 하지!"란 말이 돌아왔다.
흑흑. 이미 벌어진 일! 나란 손을 원망해야지 어쩌겠나.
울며 겨자먹기로 바꾼 액정으로 2년 정도는 더 써보자 생각했다.



지지난주 주말 감기로 골골대느라 며칠을 고생한 뒤 이제 얼추 몸이 회복된 듯하여 지난 주말에는 폭풍 독서를 했다. 진행되고 있는 책들이 많아서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다 읽었는데 아직 리뷰는 못 썼다. 하지만 근사한 리뷰를 쓸 수 없을 것 같기에 머리 짜내서 백자평으로 가려한다. 늦게나마 읽었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이미 리뷰 썼다. 중간에 읽다가 화가 몇 번 올라오는 일이 있었지만 에세이라 최근에 읽은 여성주의 책 중 가장 수월하게 읽었다(다만 철강 용어들은 제외). 미국의 그 많은 주의 생각들이 다 같을 수도 없을테고 한 주에서도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사는 나라인 만큼 우리는 미국을 단순하게 여겨서는 안되고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같다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보수 진영이 우세라고 해서 보수 편에 선 사람만 사는 것은 아니듯이.



이것도 리뷰 대기중! 드레퓌스 사건, 생루와 여친 라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16권은 역사적인 사건들보다는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 변화가 전반적으로 컸다. 특히 서희와 길상의 고뇌, 조병수와 조준구 부자의 끊기지 않는 관계. 송관수와 송영광. 

도의와 덕이 자본과 명예에 밀려 붕괴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게 된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는 것도 되겠다.



지난 달 말 '한국전쟁의 기원'(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868) 북펀딩을 한데 이어 이번 달에도 '여전히 미쳐있는'(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1888) 북펀딩을 신청했다. 

헌데 '빨간머리앤 세트' 북펀딩이 자꾸만 아른거리고 있다. 아... 나의 최애 캐릭터인데 아직 완질이 집에 없어서 고민중이다. 월급날 맞춰 펀딩을 지를까 싶은데 모르겠다. 너무 2달 안에 돈을 많이 쓰는 것 같아 망설여지긴한다.






이렇게 최근 장미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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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5-22 1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5월은 장미의 계절! 저도 지난주에 돌아다니면서 장미 사진 엄청 찍었어요. ㅎㅎ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다 읽으신 것도 부럽지만 무엇보다 <오리엔탈리즘>완독하신 게 짱으로 부럽네요. 저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게다가 어느덧 토지도 거의 다 읽으셨어요!!! >.<

거리의화가 2023-05-22 11:40   좋아요 1 | URL
네. 꽤 많이 피었더라구요. 장미는 봉오리 상태로 있을 때도 이쁜 것 같아요.

<오리엔탈리즘>은 1독 하기는 했습니다만 단번에 얻겠다는 마음을 비우고 읽었어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이 나오고 책 처음부터 끝까지 새롭게 알아가는 정보들이 많습니다. 물론 시간이 얼추 지나서 지금과는 맞지 않는 한계도 보이지만요^^
<토지>는 열청중입니다! 윌라 구독을 이것 때문에 하긴 했는데 다른 것은 거의 못 듣고 온리 토지만 듣고 있네요. 그래도 좋은 책이라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ㅋㅋ 상반기 안에 읽기는 힘들 것 같고 그래도 여름휴가때쯤은 끝나지 않을까 싶네요.

건수하 2023-05-22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리즘> 저도 읽어보고 싶어서 간 좀 볼까? 하고 상호대차신청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그 날 짐이 무거워서 바로 반납할까 하는 생각을 1초간 하다가 사서님 보기 부끄러워서 일단 받아서 집에오긴 했습니다...

화가님 다 읽으셨다니 대단하세요!

거리의화가 2023-05-22 11:42   좋아요 2 | URL
<오리엔탈리즘> 양장본인데다 두툼해서 처음 보면 압박감이 들 것 같습니다^^; 사서님이 수하님 잠시 흔들린 눈빛을 느끼셨을까요? 아니면 속으로 이런 책을 신청하시다니 놀라셨을수도 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읽기는 읽었는데 완독했다기에는 제가 다 얻어가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쨌든 완독에 의의를.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5-22 13:34   좋아요 2 | URL
수하 님.
ㅋㅋㅋㅋ
1초의 망설임!!!

화가 님.
저는 <오리엔탈리즘>을 살까? 1초간 고민했네요. 참아야 한다! 넘 많이 샀잖아!
했다가....<빨강머리 앤>의 북펀딩에 몇 초간 계속 흔들리고 있네요.
저도 앤은 시공사의 네 권짜리 동화책만 있는데....북펀딩 구경이나 한 번 하러 가야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5-22 13: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나무님... 하... 진짜 빨간머리앤 북펀딩이 아른아른거립니다. 이달 말까지던데 제가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가!-_- 하지만 그러기엔 액정도 갈았고 책을 너무 많이 샀어요ㅠㅠ 하지만 사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는 함정!

은오 2023-05-22 1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화가님한테 휴대폰 강화유리필름을 사드려야겠어요.... 저도 휴대폰을 자주 떨구는지라 필름 케이스 꼭꼭 하고다니는데 아스팔트에 떨구고도 필름이 몇번을 보호해줬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회복되셨다니 다행이에요! 화가님의 폭풍독서를 응원하며 아프지마세요 ㅠㅠ

거리의화가 2023-05-22 13:59   좋아요 1 | URL
은오님. 강화유리필름 붙이고 다녔는데요. 두달 전쯤 떨어뜨려 귀찮아서 안 바꾸고 생으로 들고 다니다 결국 이런 사태가 발생하고야 말았답니다. 진작 갈았어야했는데ㅠㅠ 그래서 이번에 액정 바꾸자마자 필름 다시 붙였어요. 휴...
이제 바쁜 학교 일정은 어느 정도 끝나신건가요?^^ 더 자주 뵙게 되기를!

책읽는나무 2023-05-22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미 넘 이쁘네요^^
저는 울타리에 넝쿨로 핀 장미만 주로 보았는데 저렇게 장미 나무는 오랜만이네요?^^
전 지난 주 장미가 넘 예뻐서 무인 꽃집 가봤더니 베이지 같은 연노랑 장미가 눈에 띄어 몇 송이 사가지고 와서 감상 중입니다.
장미는 어떤 색이라도 다 예쁘네요^^
그나저나 잃시찾도 토지도 숫자가 자꾸 커지는 게 넘 부럽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5-22 13:43   좋아요 1 | URL
연노랑 장미 이쁘겠어요^^ 서재에도 올려주세요 눈으로라도 보고 싶습니다^^ㅎㅎㅎ
시리즈 한꺼번에 읽는게 이리 힘든줄 몰랐네요. 내년에는 동시에 시리즈 읽는것은 자제해야겠습니다^^; 그래도 한두권씩 줄어가고 있으니 기뻐요.

독서괭 2023-05-22 1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폭풍독서!! 멋지십니다 ㅎㅎ
저도 여전히미쳐있는 펀딩했습니다. “여미쳐독서괭”으로요. 화가님 후원자명 뭐로 하셨나요?^^ 빨강머리앤 세트는… 특별히 빨강머리앤에 애착이 없는 제가 봐도 괜히 사고 싶더라구요 ㅋㅋ
액정깨진 걸로 액땜하시고 향후 2년간 폰의 안녕무사를 기원합니다^^;;

거리의화가 2023-05-22 19:1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저는 지난번도 그랬지만 평범하게 제 아이디 그대로 신청했습니다^^
ㅋㅋㅋ 빨간머리앤은 아무래도 며칠을 넘기기 힘들듯! 무사 기원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3-05-23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책보다 꽃!
장미가 정말 예쁘네요. 강렬한 붉음에 빠져들어요^^

거리의화가 2023-05-23 10:57   좋아요 0 | URL
아직은 꽃들이 많이 피어서 눈이 즐거워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초록만이 가득한 여름이 될테니 그전에 충분히 즐겨야겠습니다! 예전엔 붉은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화사하게 보이는 걸 보니 눈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새파랑 2023-05-23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가님의 요즘 독서와 리뷰가 독보적이신거 같아요~!!
헨폰 3년 쓰셨으면 새로 바꾸셔도 될거 같아요 ^^

거리의화가 2023-05-23 14:47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그동안 진행중인 책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이참에 정리를 한 것이구요. 저는 그냥 읽기만 열심히...^^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그리고 핸드폰은 액정이 아까워서라도 조금 더 써야할 것 같아요ㅋㅋㅋ

희선 2023-05-24 0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강머리 앤, 북펀딩 봤어요 보기만 했네요 이런 게 있다니 하면서... 예전에 한번 열권 읽기는 했는데... 다른 책은 여러 번 못 봤지만, 빨강머리 앤은 앞에 건 여러 곳에서 나온 걸로 봤어요 휴대전화기 액정, 고쳐서 다행이네요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잖아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05-24 09:00   좋아요 2 | URL
새로 살까 했는데 요즘 핸드폰 값이 어마무시하잖아요. 아무리 지원금 받아도 백만원 가까이 나갈 듯하여 바꾼 액정으로 좀 더 써보기로 했습니다.
빨간머리앤 북펀딩은 아직은 지르지 않았지만 조만간 지를 것 같아요ㅋㅋ 빨간머리앤의 성장 스토리가 모두 포함된 전집이라 소장가치가 있을 듯합니다. 디자인도 넘 이쁘더라구요!
 

병법 63가(家)의 술을터득한 자를 총동원해서 종군시킨 처사는 우습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병법에는 당연히 다양한 유파가 있다. 하지만 그 우열을 따지지 않고 모조리 채용했기 때문에 실제로 전쟁에 나갔을 때 63파의 참모 고문이 갑론을박하느라 수습이 안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백만 대군이라 큰소리쳤지만 실제로는 40만가량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대군은 대군이다. 군량 문제 하나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었고, 명령계통 따위도 분명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들은 먼저 양성(陽城)을 포위했다. 곤양에는 유수가 있었다. 유수는 13기병(騎兵)을 거느리고 남문으로 탈출해 성 밖에서 병사를 모아 역으로 포위군을 공격해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 P23

장안의 황제 왕망은 이제 착란상태에 빠졌다. 최발(崔發)이라는 자의수상쩍은 말을 듣고 군신을 이끌고 남교(南郊)에서 하늘을 우러러 목 놓아 통곡했다..
예로부터 나라에 큰 재앙이 있으면 곡(哭)을 하여 그것을 눌렀다고합니다. 마땅히 하늘에 고하여 구제를 청하소서.
최발의 말을 듣고 통곡 대회가 열렸다. 우는 모습이 심히 비통한 자는서민이라 해도 낭(郞)으로 등용했다. 낭은 200석의 숙위관(官)이다.
이때문에 낭의 수가 5천 명으로 늘었으니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것만은틀림없었다. - P27

왕망에 반대하는 세력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등엽의 부하가 된 왕헌(王憲)이라는 자가 첫 번째로 장안에 발을 디뎠다. 새로 참가한 군에 다시금 새로 참가한 부대가 결국 장안에 맨 먼저 돌입해서 왕망을 죽였다.
왕헌은 홍농현(弘農縣)의 연(緣)이라는 속리(俗吏)였다. 그에게는 반 왕 - P27

망 혁명전쟁에 가담한다는 의식이 전혀 없었다. 단지 약탈집단에 가입한다는 정도였다. 장안에 돌입한 뒤 그의 부대는 약탈과 폭행을 자행했다.
후궁에는 미녀가 많았다. 먼저 차지한 자가 임자라는 생각에 장병들은궁녀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왕망을 죽인 사람은 상(商)나라 사람인 두오(杜吳)라는 자였고, 목을친 자는 공빈취(公)였다. 왕헌은 자신을 한(漢)나라의 대장군이라 칭하고 약탈한 옷을 걸치고 거마(車馬)를 함부로 썼다. 그거마에는 황제기가 걸려 있었다.
이윽고 갱시제가 파견한 진짜 장군인 신도건과 이송이 장안에 입성했다. 그들은 왕헌을 체포해서 목을 베었다. 왕망의 인수 (印綬)를 얻었으나 그것을 자기 것으로 삼은 것, 궁녀를 빼앗고 천자의 깃발을 단 것 등이 대죄가 되었다. 왕헌은 도적단에 들어가서 약탈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로 죽는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 P28

왕망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농민군의 궐기였지만, 그들은 자신들의권을 만들지 못했다. 사람들은 질서를 바랐으나, 그들은 그것을 주지 못했다. 그들은 통치하기 위해 조직을 짜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율(律)을 확립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 마지막 모습이 강도 집단이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광무제는 자신의 군대를 엄한 규율로 정리하는 한편 관용을 베풀어인재와 병력을 늘렸다. 광무제 집단과 적미군의 차이는 뭐니 뭐니 해도
‘지식‘이었다. 광무제는 낙양의 태학에서 공부한 인물이다. 『군국책(軍國策)』과 『사기(史記)』를 읽었으니 역사에서 배웠을 터이다. 『손자』를 읽고 알게 된 모략을 활용하기도 했다. 적미군 간부 중에서 글을 읽을 줄 아는사람은 옥리(獄吏)라는 구실아치였던 서선(徐)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적미군을 자기 세력 아래 둔 뒤, 남은 일은 농(隴, 감숙)의 외효와 촉(蜀,사천)의 공순술이라는 두 지방정권을 제압하는 일이었다. - P40

광무제에게는 별다른 일화가 없다. 적어도한나라 고조에 비하면 눈에 띠게 빈약하다. 광무제는 근엄하고 솔직한인물이었다. 창업 인물은 대개 고조처럼 거칠고 파격적인 경우가 많지만,
광무제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광무제가 시작한 왕조를 후한이라고도 부르고 동한이라고도부른다. 전한과 후한은 시대를 기준으로 부르는 명칭이고, 서한과 동한은수도의 위치를 기준으로 부르는 명칭이다. 전한의 수도는 장안이고, 후한은 그보다 좀 더 동쪽인 낙양이었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전한, 후한보다서한, 동한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10세기 중반에 당나라가 멸망하고, 오대(五代)라는 단명 왕조가 계속되던 시대에 겨우 4년 동안이었지만, - P41

‘후한‘을 칭했던 왕조가 있었다. 그것과 구별하기 위해 광무제가 세운 후한을 동한이라고 부른다. 다만, 동서로 나누어 부르면 분열국가로 혼동하기 쉽다는 결점이 있다. 서한과 동한 모두 중국 전체를 지배한 당당한 왕조였다.
전후, 동서, 남북 같은 표현을 왕조명에 붙이는 것은 사실 후세 사람들이 편하자고 그렇게 했을 뿐이다. 광무제가 창건한 후한(한)이라는 왕조도 당시에는 그저 ‘한‘이라고 불렀다. 단지 후세 역사가가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왕권이기 때문에 둘을 구별하기 위해 그렇게 가려 부른 것뿐이다. - P42

광무제는 호쾌한 척하며 다른 사람과 속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일 따위는 할 수 없었다. 남과 사귈지라도 오로지 수동적인 자세만을 취했다.
그런 사람이 용케도 황제가 될 수 있었다고, 아주머니들은 감탄도 하고이상하게도 생각했던 것이다. 광무제는 이 말을 듣고 크게 웃으며,
나는 천하를 다스리는데도 역시 유(柔)의 도(道)로써 이를 행합니다.
라고 말했다는 기록을 『후한서』에서 볼 수 있다.
유의 도란 온후하고 거스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년시절의 광무제는친구와 사귈 때도 하고 싶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온후하게 남의말을 웃으면서 듣는 성격이었다. 일족의 여인들의 눈에는 그런 모습이 투쟁심이 강하지 않은 소년으로 비쳤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황제가 되었으니, 그녀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광무제는 그 말에 자신은 정치를 하는데도 어렸을 때처럼 무리하지않으려고 조심한다고 대답했다. - P53

호족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은 대세를 거스르는 일이므로 이제부터는하지 않겠으니 이제 여러분은 안심하시오, 라는 속뜻이 담긴 말인지도모른다.
근대 역사가 중에는 이때 광무제가 한 말이 호족에게 완전히 굴복한발언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전에 일족의 여인들의 말이있어, 그것이 광무제의 성격을 간결하게 형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것은 광무제의 성격뿐만 아니라 후한 왕조의 성격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삼공(三公)의 명칭을 언급하면서 대사도와 대사공의 ‘대‘자를 없앴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아주 먼 옛날에는 관명(官名)이 사도나 사공으로 원래 대(大)자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과장을 좋아하지않았던 광무제가 ‘대‘자에 거부감을 가졌던 것도 개칭하게 된 한 가지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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