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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좋은게 뭐지?
닉 혼비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가끔 사람은 평생 딱 한 번 저지른 일로 평가되기도 한다.(10쪽)
집에 있는 남편과 범상하게 전화통화를 하다가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말해버린 여인이 있다.
이름은 케이티. 나이는 마흔 살.
주차장에서 핸드폰으로 남편과 치과 예약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난데없이 이혼이라니,
케이티는 자기가 말해놓고 자기가 화들짝 놀란다.
그런데 그 장면을 읽는 독자로서는 그런 상황이 뭐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
인용한 말처럼, 무심코 뱉은 한마디로 내 전 인격이 의심받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어떤 변명도 소용없다.
그리고 사람이 상처를 받는 건 타인에 의해서라기보다, 자기자신에 의한 것일 때가 더 많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배신하고 불성실하면, 신에게 심판 받기 전에 나 자신에게서
먼저 철썩 뺨을 한 대 맞는다.
그래서 나는 평소 나로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선택한 후에는
그것에 관해 누구와 상담한다거나 변명하는 태도(포즈)를 가급적 취하지 않는다.
이미 매를 한 대 맞았는데 뭐.
자기자신을 믿을 수 없고 만정이 떨어져버리는 벌처럼 무서운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인생이 이렇게 뒤죽박죽이 됐는데 저녁시간은 어쩌면 이렇게 평화롭고 가정적인지
기가 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 가족의례란 것은, 아무리 혹독한 태양에서도 끝내 꽃을 피워내고야 말
질기디질긴 사막의 꽃같다.(61쪽)
참 뭐가 뭔지 모르게 괴롭고,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괴롭고 막막한 중에도 사람은
타인이 보면 멀쩡한 모습으로 일상이란 것을 꾸려나간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서 악수를 나누며 속으로는, '당신은 좋겠다! 그렇게 무사태평한 얼굴이라니!
하고 부러워 하는 건 아닐까?
'죄책감 목록'이라든지 '심지어 교회에 가다' 등의 중간제목과 그 내용 전개에 나는 배꼽을 잡았다.
딸 몰리의 등쌀에 동네를 한 바퀴 돌다 가장 무난할 것 같아 한 번 들어가본 교회에서
만난 교인들의 표정과 목사의 설교 장면, 더구나 그곳에서 동생 마크와 우연히 마주쳐
사창가에서 만난 것처럼 화들짝 놀라는 케이티 남매의 모습이라니!
조금만 깊이 파고들면 파토 나지 않을 인간관계가 없고, 그보다 이 세상에서 자기자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는 닉 혼비의 소설 속 주인공들을 만나고 나면
시원한 맥주를 병째 들이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