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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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소설을 읽는 건 소설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책 속에서 경험하기도 하고 내가 이미 경험한 것들을 책에서 만나면 공감하기도 하고 정말 그랬지하며 나를 다시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은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의 삶과 그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이 낯설기도 하지만 그 속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의 유사함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내가 한번도 직접 보지 못한 140k의 거구의 흑인인 오스카, 게다가 여자를 유혹하지도 못하고 키스나 섹스조차 시도하지 못하는 한 남자에게 나도 모르게 은근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집안에 내려진 푸쿠라는 저주조차도 시대의 어둠과 쉽게 조율되지는 않지만 나름 연관을 맺고 있다는 어렴풋한 생각을 갖게 한다. 도미니카의 트루히요는 우리나라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의 누나 롤라, 어머니 벨라 또한 내가 생각하고 있는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져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공감을 표하게 한다. 

  이 책을 읽는내내 나를 괴롭혔던 각주도 이 책의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고, 책 속에 도용된 SF판타지소설이나 DC코믹스의 인물이나 장소 등의 은유는 내가 실제로 이해하고 공감하진 못하지만 작가의 글쓰기의 한 방편이라 생각이니 독특한 구조와 문체를 갖고 있는 개성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가지 아쉬운 건 이 책의 광고글처럼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떄 당신 인생 최고의 책이 바뀔 것'이라는 글은 내게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냥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다소 생소한 언어와 내용이 나의 이해력에 문제를 주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멀리 도망가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았다면 분명 행복했을 테고, 아이는 절대 낳지 않았겠지. 맘껏 햇살을 받으며 더 시커멓게 타도록 내버려두고, 더이상 태양을 피하지 않았을 것이며, 머리는 엉키든 말든 마음껏 길렀겠지. 하지만 지금껏 살아오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결코 도망칠 수 없다는 것. 절대로. 유일한 출구는 안에 있으니까." 

   유일한 출구는 안에 있다는 이말 참 마음에 들었다. 인생이란 결코 도망칠 수 없다는 것,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도망친다고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인생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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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에 입학을 하고나서 3월4일부터 3월 6일까지 등교했다. 

첫날 유치원에 갔을때 신발장에 현준이 이름이 없었다. 이건 뭐지? 현준이를 맞이하신 선생님께 신발장에 현준이 이름을 챙겨달라고 부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적응기간이라 12시에 끝이난다고해서 12시전에 유치원을 찾아갔는데 현준이 교실엔 아무도 없고 원장님은 현준이 엄마가 찾아왔으니 현준이를 데려오라는 방송을 여러차례했는데도 현준이가 보이지 않았고 급기야는 차량지도하는 곳에 가서 찾아오셨다. 그렇게 첫날을 보내고 돌아오는 현준이는 유치원에서 '안녕'이란 노래를 배웠다며 신이나서 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둘째날 유치원에 가자고 현준이를 깨우는데 가고싶은 마음 가기 싫은 마음 반반이었는지 이불속에서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그래도 막상 준비하고 유치원에 가니 즐거운듯 신나했다. 그런데 유치원 신발장에 현준이 이름이 또 없었다. 현준이를 맞아주신 선생님께 다시 말씀을 드렸고 오후에 해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후엔 좀더 일찍 10분에 유치원을 내려갔는데 현준이가 겉옷을 챙겨입고 가방까지 맨채로 교실에서 혼자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좀 화가났다. 이제겨우 이틀된 아이를 교실에 혼자 둔다는게 말이되나, 그것도 10분전에 찾아갔는데 말이다. 그래도 아이는 신이나서 오늘은 '유치원에 갑니다'라는 노래를 배웠다며 연신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천천히 전화를 해야지 했는데 급한 성격에 결국 전화를 걸었다. 신발장에 이름이 없는 것, 해놓으신다던 선생님을 믿었는데 다시 잘 챙겨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현준이가 혼자 교실에 있게 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엄마가 데리러오기전까지 잘 봐달라고 다시 부탁을 드렸다. 원장님은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셋째날 유치원에 갔는데 여전히 신발장엔 현준이 이름이 없고 뭐 이런 경우가 있나 싶었다. 신발장에 이름 붙이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솔직히 기분이 나빠졌다. 어제 도서관에서 만났던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나더라 그땐 대수롭지않게 여겼는데, 유치원에 이런 저런 불평이 많다는 얘기가 생각나면서 더 화가났다. 집으로 돌아와 원장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현준이 신발장에 이름 붙이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원장은 선생님들이 서로 해주겠다고 하다가 현준이 이름만 빼먹게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소한 일에 더 많이 화가나는 사람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현준이를 더 특별하게 대해달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다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주길 바랐던 것이지. 원장님 바로 미안하다고 바로 해놓겠다고 했다. 현준이 데리러 내려갔더니 그제서야 신발장에 현준이 이름 붙여 있고 오늘은 혼자 방치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유치원에 바라는 건 특별한 애정이 아니라 보통의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주길 바라는 것뿐이고 사소한 것들을 잘 챙기고 말로 내뱉은 것은 지켜지길 바랄뿐인데 그게 원장에겐 특별한 애정표현을 달라는 것으로 들렸는지 밖에까지 나와서 배웅을 했다. 바쁜 것도 알고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만 내가 벌써 여러차례 만나는 선생님마다 심지어 원장님의 약속까지 받았는데도 시정되지 않는게 속이 상했을뿐이다. 

그래도 현준이가 유치원 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업시간에 앞에 나가서 친구들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솔직히 그럴거라고 생각 못했다. 워낙 쑥쓰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라서) 박수도 받고 친구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놀이에도 잘 참여한단다. 나쁜 얘기보단 좋은 얘길 들으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지만 그래도 한번 불만이 생기니 신뢰감이 쉽게 회복되진 않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처음 이 유치원이 마음에 들었던 좋은 점들을 생각하면서 요며칠은 적응기간에 생길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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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07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것에서 더 실망하게 될 때가 있지요. 기본을 지켜주었다면 되었을 텐데 아쉽네요. 차차 신뢰도 회복되고 더 좋은 점이 많이 눈에 띄겠지요. 현준이가 유치원에 정들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제 둘째 조카도 이번 주 어린이집 들어가서 재밌게 놀고 왔어요. ^^

꿈꾸는섬 2009-03-08 10:35   좋아요 0 | URL
사소한 것을 지키지 않으면서 큰일을 해낼 순 없다고 생각해요.^^
둘째 조카도 어린이집 적응 잘 하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아이들은 정말 적응을 잘하네요.

무스탕 2009-03-07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이름을 붙여주겠다고 하는건 솔직히 이해가 안되네요. 그런건 담임이 챙겨야지 누가 다른반 아이것까지 신경쓸 여유나 시간이 있겠어요? 보이는 변명은 이제 그만~
그렇게 아이도 유치원도 서로 조금씩 시행착오하며 서로에게 익숙해 지는거겠지요.
너그러운 학부형께서 참아주세요 ^^

꿈꾸는섬 2009-03-08 10: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앞으론 잘하겠죠. 좋은 점들이 더 많이 있을 거란 기대는 아직도 있어요. 현준이가 좋아하니까 우선은 그걸로 만족해야죠.^^

프레이야 2009-03-07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과 뻔히 보이는 변명 늘어놓는 것과는
천지 차이지만, 에고 어째요.. 바빠서 그랬거니 이해해야죠.^^
현준이 유치원 생활 즐겁기를요.. 아이들은 적응을 의외로 빨리 하지요.^^

꿈꾸는섬 2009-03-08 10:37   좋아요 0 | URL
혜경님 말씀대로 바빠서 그랬거니 해야죠. 정말 아이들은 적응을 잘 하는 것 같아요. 토요일, 일요일 유치원에 왜 안가냐고 묻더라구요. 가고 싶대요.ㅎㅎ
 

현준이가 유치원에 입학했습니다. 드디어 엄마 품을 떠나 친구들과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엄마 아빠의 마음은 걱정이 많았는데 입학식을 하는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생님 말씀에 따라 일어서고 앉고 노래부르고 손뼉치며 잘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군요. 주변에 우는 아이들이 많았는데도 거기에 휩싸여 울지 않고 잘 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입학식이 끝나고 학부모 오리엔테이션을 할 동안 마술쇼를 관람했다. 다 끝나고나서 우리와 만나 밖으로 나오면서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했는데 오전에 비가온 관계로 놀이기구가 다 젖어 안된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시무룩해졌다. 앞으로 놀 수 있는 날이 더 많은데도 좀 서운했나보다. 

유치원복이 너무 커 보인다.ㅎㅎ얼른 자라라, 현준아!!! 

어제 입학식을 하고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유치원에 가야하는데 익숙치 않으니 가기가 싫었던지 이불 속에서 밍기적거리고 심지어 울기까지 했다. "엄마, 나 아픈 거 같아. 잉잉잉~~~" 얼른 가서 꼭 끌어안아주고 유치원가는게 겁나느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가? 오늘은 엄마 같이 안 있어?" 그런다. "엄마랑 현수가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끝나는 시간에 데리러 올게. 꼭이야, 약속해. 걱정하지 말고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놀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그럼 엄마가 금방 올게."했더니 그제야 아침밥을 먹고 옷을 챙겨입고 유쾌하게 유치원으로 갔다. 한편으로 걱정 되었는데 오늘 하루 잘 보냈단다. 심지어 다른 친구들이 엄마 보고 싶어 울었다고, 자기도 보고싶었지만 엄마가 곧 온다고 해서 기다렸단다. 그러고는 오늘 '안녕'이란 노래를 배웠다고 신나게 불러댔다. 친구들이랑 노는게 재미있다니 그동안 집에서 너무 심심했던 것 같다. 게다가 내 걱정과 다르게 현준이는 괜찮은데 현수가 오빠가 없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고 집으로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써서 고생을 좀 했다. 우는 아이 들쳐매고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한참을 울었다. 같이 놀아주던 오빠가 사라졌으니 그 마음 알 것도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오늘 두 녀석 더 친밀하게 더 잘 지낸 것 같다. 하루종일 붙어 있었으니 서로들 스트레스를 받긴 받았었나보다. 사이좋은 남매가 되어가는 것 같아 한시름 놓았다. 현준이 유치원보내놓고나면 좀 한가해지려나 했는데 오히려 현수에게 더 많이 매달리게 되었다. 그래도 현준이가 유치원생활 잘 해나가니 더 바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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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0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훌쩍훌쩍 크는 아이들이 대견해요. 옆지기님이 키가 무척 크시네요. 아이들도 분명 크게 자랄 거예요.
제 둘째 조카도 오늘 어린이집에 드디어 갔답니다. 갈 때는 울면서 갔는데 올 때는 재밌다고 웃으면서 돌아왔어요. 잘 했다고 안아주었답니다. ^^

꿈꾸는섬 2009-03-05 01:13   좋아요 0 | URL
ㅎㅎ실제보다 다들 크게 보시더라구요. 아이들도 쑥쑥 자라주면 고맙죠. 근데 엄마가 작아서ㅠ.ㅠ
ㅎㅎ어린이집에 가는 조카가 있군요. 재미있어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아이들은 아이들과 놀아야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밖에서는 도통 만날 수가 없으니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찾아갈 수밖에 없네요.

프레이야 2009-03-05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아 축하해요~~~
원복이 참 멋지네요. 색감도 질감도 특별해 보여요.
지금은 좀 큰 듯해도 금방 맞아질거에요.^^

꿈꾸는섬 2009-03-07 11:57   좋아요 0 | URL
혜경님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한달전에 받아두었던게 너무 꼭 맞게 되어 한치수 큰걸로 바꿔입혔어요. 아이들은 정말 금방 자라요^^

전호인 2009-03-05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도 이제 사회생활(?)의 시작이군요.
힘든 나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회구성원이 되어 한단계씩 성장해 가겠지요.
두분의 따뜻함이 있어 더욱 바른 아이로 자랄 것이라 믿습니다.
원복이 럭셔리 자체입니다.
아빠의 참여는 또다른 색다름이 될 수 있으니 앞으로도 많이 참여하시라고 하세염.
아이가 자라면서 큰 힘과 추억꺼리가 될 겁니다.

꿈꾸는섬 2009-03-07 11:59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아빠의 참여가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공감해요. 바른 아이로 자라나게 힘쓰겠습니다.

무스탕 2009-03-0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넥타이를 맨 원복이 멋지네요. 속에 입은 핑크색 조끼(인가요?)도 눈에 띄고요 ^^
사진으로 보는 유치원이 꽤 넓어 보입니다. 아이들 노는 공간이 넓으면 정말 좋지요.
이제 새로운 놀이공간을 만났으니 현준이가 당분간은 즐거움의 연속이겠네요.
유치원 입학 축하해요~ ^^

꿈꾸는섬 2009-03-07 12:00   좋아요 0 | URL
재작년에 새로 생긴 유치원이라 시설이 꽤 좋아요. 집 바로 옆에 좋은 유치원이 있으니 좋네요. 아직 적응이 안된 상태라 가고 싶은 맘 가기 싫은 맘 반반인 것 같아요. 그래도 유치원생활이 재미있다고하니 다행이에요.

무해한모리군 2009-03-0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사진속 세사람이 붕어빵이네요 흐흐흐

꿈꾸는섬 2009-03-07 12:01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의 눈썰미 대단하세용^^

세실 2009-03-0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현준. ㅎㅎ (병이죠?)
원복 입은 모습 멋집니다.
처음엔 힘들어 하지만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친구 이름을 자꾸 불러주시고, 그 친구는 뭐할까...하면서 상기시켜 주세요.
씩씩하게 잘 해 나갈거예요~~ 현수가 걱정입니다.

꿈꾸는섬 2009-03-07 12:02   좋아요 0 | URL
세실님 고맙습니다. 저도 현준이보다 현수가 걱정입니다. 현수에게 오빠의 빈자리가 큰가봅니다. 앞으로 제가 잘 채워나가야겠죠.ㅎㅎ

향기 2009-03-14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복이 정말 멋진걸요~ 늠름한게 초딩이라 해도 믿겠어요 ㅎㅎ

꿈꾸는섬 2009-03-15 19:31   좋아요 0 | URL
멋지긴한데 사실 화장실가기엔 좀 불편하게 되어 있어서 아이는 별로라네요.ㅎㅎ
 

시골에 내려가셨던 작은댁에서 올라오시면서 그편에 싸보내신걸 가지고 오셨다. 남편이 주차장에 내려가서 받아왔는데 뭔가 한보따리를 들고 들어왔다. 나는 사실 시부모님이 이것저것 챙겨서 싸보내주시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집 식구들은 많은 양을 먹질 않아서 먹다가 남는 것들은 냉장고로 들어가고 냉장고에서 꺼내 식탁에 놓여지면서부터는 잘 먹질 않아서 대부분은 버리게 된다. 음식을 버리는 건 아무리 재활용을 한다고 해도 아깝고 비경제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시어머니는 대부분 당신이 쟁여놓았다가 드시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로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보따리 속에는 얼마전 안동에 다녀오시면서 사오신 안동간고등어 팩 하나, 엿 두팩, 오징어 2마리, 쭈글쭈글해진 사과 5개, 오렌지 3개, 백설기와 떡 한 보따리, 전 등이 있었다. 하나하나 꺼내면서 굳이 고등어 한손을 그 멀리서부터 여기까지 보내실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쭈글쭈글한 사과를 보면서 솔직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왜 드실만큼 사지 않고 냉장고에 두셨다가 신선하지도 않은 걸 보내시나? 게다가 떡이 한보따리라니...떡을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볼멘소리가 나왔다. 도대체 누가 이 많은 걸 먹는다고......아차 싶었지만 이미 말은 나왔다. 남편 표정이 변했다. 우리 생각해서 보내신거라는 건 알지만 주는 사람 마음과 받는 사람 마음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시어머니야 한 보따리 싸서 보낸 게 마음 씀씀이 크신 걸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나는 불필요한 음식을 한 보따리 받고 솔직히 당황스럽다. 우리 식구들은 많이 먹지 않으니 매번 많은 양의 음식을 보내시지 말라고 좋은 말로 말씀 드려도 소용이 없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 드린 적은 없고 나도 속이 답답해서 남편에게 볼멘소리 좀 했기로 남편이 삐지니 나로서도 썩 유쾌하진 않다. 시골에서 처리해서 드실 것들은 시골에서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도 잘 먹지 않는 것들을 보내오는 건 참 불편한 일이다. 이 일로 남편은 단단히 삐졌는지 그 시간 이후 내내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실언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 일로 남편이 삐진 것에 나도 미안하단 말을 쉽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얼마나 말을 안할지 갑갑하긴 한데 나도 여러모로 기분 나빴던 일들이 있어 쉽게 화해하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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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꿈꾸는 섬님 마음에 완벽 동감!! 어쩜 우리 시어머님이랑 저리 똑같으실까? ㅠ.ㅠ 1년쯤 냉동실에 넣어뒀던 고기 이런거 싸주실때는 정말 난감...ㅠ.ㅠ 집에 와서 남편 몰래 음식쓰레기통으로 바로 가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냥 화해하시고 저처럼 몰래 버리세요. ^^;;

꿈꾸는섬 2009-03-03 00:06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제가 이상한게 아닌거죠? ㅠ.ㅠ감동의 눈물^^
내일 아침 차려주면서 화해를 시도할게요.ㅎㅎ

무스탕 2009-03-0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어머니도 이것저것 마구마구 싸주시려면 제가 '조금만 주세요!!'를 꼭 외칩니다.
이젠 처음처럼 많이 담진 않으시더라구요 ^^
저도 주시는건 사양할 만큼 사양하다 결국 가져오게 되면 먹은만큼 먹고 그냥 조용히 버려요.
어쩔수가 없는걸요? 대놓고 거절하거나 싫은 내식을 비치면 서운해 하셔요.
꿈섬님. 그냥 그려려니.. 하고 편한 길을 찾으세요 ^^;;

꿈꾸는섬 2009-03-04 23:07   좋아요 0 | URL
저도 늘 조금만 가져가겠다고 했는데도 여전하세요. 절대 대놓고 거절 못하고 싫은 내색은 안하죠. 그냥 집에서는 그럴 수 있는거 아닌가요? 그거에 남편이 기분나빠하니 그냥 기분이 그렇더라구요.

2009-03-0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4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5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3-07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버리는 걸 잘 못하는 편이라 불필요한 음식을 받으면 그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어릴때부터 음식을 버리는 건 죄라고 배워서...되도록이면 조금씩 구입하고 대부분 우리 뱃속으로 넣으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시어머니께서 태클을 거시니 불편해요.

소나무집 2009-03-0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일 많아요.
더구나 저는 시댁이랑 입맛이 안 맞는 음식들이 수두룩하답니다.
그래도 효도 차원에서 주시는 건 무조건 가져오고, 그후엔 행방을 알 수 없어요.^^

2009-03-04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9-03-0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시부모님 서운한 말 한마디만 해도 금방 안색이 변해요.
시어머니 성격상 쉽게 마음 바뀌지 않으실듯. 그냥 그러려니 하시고 사과는 쥬스 해 드시고, 전이랑 떡은 친구들 불러모아 먹게 하는 편이 나으실듯. 그리고 뭐 신랑 몰래 버리시는 것도 방법....

꿈꾸는섬 2009-03-07 12:09   좋아요 0 | URL
세실님 좋은 충고 고마워요^^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음식들 여기저기 나눠서 보냈어요. 경비실에도 가져다 드리고 남편 일하는 곳에도 보내구요. 제가 아직도 사는게 서툰 것 같아요. 머리로는 매번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벌써 볼멘소리가 튀어나오니 말이에요. 앞으론 더 조심해야겠어요.
 

현준이보다 책을 더 많이 읽어달라고 조르는 현수. 

요즘 현수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이 두권. 눈사람의 아기자기한 인형들이 마음에 드는지 눈사람은 하루에도 수십번 읽어달라고 조른다. 강아지를 좋아하고 겁도 없이 강아지에게 달려드는 현수는 사랑스러운 강아지 그림이 있는 강아지들도 열심히 일해요도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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