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가셨던 작은댁에서 올라오시면서 그편에 싸보내신걸 가지고 오셨다. 남편이 주차장에 내려가서 받아왔는데 뭔가 한보따리를 들고 들어왔다. 나는 사실 시부모님이 이것저것 챙겨서 싸보내주시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집 식구들은 많은 양을 먹질 않아서 먹다가 남는 것들은 냉장고로 들어가고 냉장고에서 꺼내 식탁에 놓여지면서부터는 잘 먹질 않아서 대부분은 버리게 된다. 음식을 버리는 건 아무리 재활용을 한다고 해도 아깝고 비경제적이란 생각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시어머니는 대부분 당신이 쟁여놓았다가 드시지 않는 것들을 우리에게로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보따리 속에는 얼마전 안동에 다녀오시면서 사오신 안동간고등어 팩 하나, 엿 두팩, 오징어 2마리, 쭈글쭈글해진 사과 5개, 오렌지 3개, 백설기와 떡 한 보따리, 전 등이 있었다. 하나하나 꺼내면서 굳이 고등어 한손을 그 멀리서부터 여기까지 보내실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쭈글쭈글한 사과를 보면서 솔직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왜 드실만큼 사지 않고 냉장고에 두셨다가 신선하지도 않은 걸 보내시나? 게다가 떡이 한보따리라니...떡을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볼멘소리가 나왔다. 도대체 누가 이 많은 걸 먹는다고......아차 싶었지만 이미 말은 나왔다. 남편 표정이 변했다. 우리 생각해서 보내신거라는 건 알지만 주는 사람 마음과 받는 사람 마음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시어머니야 한 보따리 싸서 보낸 게 마음 씀씀이 크신 걸로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나는 불필요한 음식을 한 보따리 받고 솔직히 당황스럽다. 우리 식구들은 많이 먹지 않으니 매번 많은 양의 음식을 보내시지 말라고 좋은 말로 말씀 드려도 소용이 없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씀 드린 적은 없고 나도 속이 답답해서 남편에게 볼멘소리 좀 했기로 남편이 삐지니 나로서도 썩 유쾌하진 않다. 시골에서 처리해서 드실 것들은 시골에서 처리했으면 좋겠는데 우리도 잘 먹지 않는 것들을 보내오는 건 참 불편한 일이다. 이 일로 남편은 단단히 삐졌는지 그 시간 이후 내내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실언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 일로 남편이 삐진 것에 나도 미안하단 말을 쉽게 하지 못할 것 같다. 

얼마나 말을 안할지 갑갑하긴 한데 나도 여러모로 기분 나빴던 일들이 있어 쉽게 화해하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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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03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꿈꾸는 섬님 마음에 완벽 동감!! 어쩜 우리 시어머님이랑 저리 똑같으실까? ㅠ.ㅠ 1년쯤 냉동실에 넣어뒀던 고기 이런거 싸주실때는 정말 난감...ㅠ.ㅠ 집에 와서 남편 몰래 음식쓰레기통으로 바로 가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냥 화해하시고 저처럼 몰래 버리세요. ^^;;

꿈꾸는섬 2009-03-03 00:06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제가 이상한게 아닌거죠? ㅠ.ㅠ감동의 눈물^^
내일 아침 차려주면서 화해를 시도할게요.ㅎㅎ

무스탕 2009-03-0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시어머니도 이것저것 마구마구 싸주시려면 제가 '조금만 주세요!!'를 꼭 외칩니다.
이젠 처음처럼 많이 담진 않으시더라구요 ^^
저도 주시는건 사양할 만큼 사양하다 결국 가져오게 되면 먹은만큼 먹고 그냥 조용히 버려요.
어쩔수가 없는걸요? 대놓고 거절하거나 싫은 내식을 비치면 서운해 하셔요.
꿈섬님. 그냥 그려려니.. 하고 편한 길을 찾으세요 ^^;;

꿈꾸는섬 2009-03-04 23:07   좋아요 0 | URL
저도 늘 조금만 가져가겠다고 했는데도 여전하세요. 절대 대놓고 거절 못하고 싫은 내색은 안하죠. 그냥 집에서는 그럴 수 있는거 아닌가요? 그거에 남편이 기분나빠하니 그냥 기분이 그렇더라구요.

2009-03-03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4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5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3-07 12:04   좋아요 0 | URL
저도 버리는 걸 잘 못하는 편이라 불필요한 음식을 받으면 그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어릴때부터 음식을 버리는 건 죄라고 배워서...되도록이면 조금씩 구입하고 대부분 우리 뱃속으로 넣으려고 노력하는데 자꾸 시어머니께서 태클을 거시니 불편해요.

소나무집 2009-03-03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일 많아요.
더구나 저는 시댁이랑 입맛이 안 맞는 음식들이 수두룩하답니다.
그래도 효도 차원에서 주시는 건 무조건 가져오고, 그후엔 행방을 알 수 없어요.^^

2009-03-04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9-03-0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시부모님 서운한 말 한마디만 해도 금방 안색이 변해요.
시어머니 성격상 쉽게 마음 바뀌지 않으실듯. 그냥 그러려니 하시고 사과는 쥬스 해 드시고, 전이랑 떡은 친구들 불러모아 먹게 하는 편이 나으실듯. 그리고 뭐 신랑 몰래 버리시는 것도 방법....

꿈꾸는섬 2009-03-07 12:09   좋아요 0 | URL
세실님 좋은 충고 고마워요^^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음식들 여기저기 나눠서 보냈어요. 경비실에도 가져다 드리고 남편 일하는 곳에도 보내구요. 제가 아직도 사는게 서툰 것 같아요. 머리로는 매번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벌써 볼멘소리가 튀어나오니 말이에요. 앞으론 더 조심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