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요즘 내가 현준이에게 너무 무심했던 건 아니었나 되돌아보았다. 

유치원에 보내면서 내 마음과 다른 것들, 그리고 너무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매달려서 정작 내가 현준이의 마음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이건 좋은 이웃의 조언에서 비롯된거다. 

엄마와 떨어져 있기 싫은 마음을 친구와 선생님에 대한 실망감으로 애둘러 표현하는게 아니냐는...... 

생각해보니 나도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유치원 보낼 준비로 바쁘고, 유치원 끝나면 놀이터에서 조금 놀고, 또 이웃형과 놀고, 집에 와서는 저녁준비하고 집정리하고 저녁먹고나면 현수랑 현준이랑 둘을 상대해야하니 현준이와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건성건성 물어보고 대꾸했던 것만 같아 현준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은 마침 현수가 먼저 잠이 들었고, 잠깐 낮잠을 잔 현준이에게  

엄마 : 유치원에서 뭐 할때 재미있어? 

현준 : 공부할때가 재미있지. 

엄마 : 무슨 공부? 

현준 :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고 그런거 하는게 재미있지. 

그 뒤로 현준이는 끊임없이 얘기했다. 오늘은 수영을 했는데 차렷하고 발목 돌리고 손목 돌리고 머리 돌리고 허리 돌리고 다리 돌리고 눈은 손으로 꾹 누르고 물에 들어갈때는 계단으로 조심조심 내려가고 그랬지. 재미있었는데 너무 조금밖에 안해서 재미없었어.(3시에 끝난다길래 2시50분에 내려갔는데 이미 옷을 갈아입고 원장실에 있었다. 시간개념이 없는 유치원......그래도 참아야지)  

엄마 : 어제 그림 그리기 재미있었어? 

현준 : 어, 나비 그렸는데 동그라미를 그려서 얼굴을 그리고 몸통은 길쭉하게 그리고 날개는 크게 두개 그리고 아래에는 작게 그려. 그럼 나비야. 나는 엄마, 아빠, 현수 나비 그렸어. 많이 그렸어. 

그 뒤로 현준이는 재잘재잘 계속 떠들어댔다. 그만 잘까? 하고 물으니까. 엄마, 한가지만 더 얘기해도 돼? 그런다. 

현준 : 엄마, 그런데 현준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때 엄마 호랑이가 어떻게 했다고 그랬지? 어슬렁 어슬렁 와서 엄마 잡아 먹으려고 그랬어? 

엄마 : 아니, 엄마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대문을 활짝 열었는데 안개속을 헤치고 커다란 호랑이 한마리가 엄마한테 걸어왔어. 

현준 : 겁 안났어? 

엄마 : 어, 무섭진 않았는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 그런데 호랑이가 엄마한테 덥석 안기더라구. 그러고나서 현준이를 낳았지. 그걸 태몽이라고 그러는 거야. 

현준 : 현수는 무슨 꿈 꾸었는데? 

엄마 : 현수가 엄마 뱃속에 있을때, 아빠랑 현준이랑 엄마가 집에 있는데 호랑이 한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우리 집으로 들어왔지. 내쫓으려고 했는데도 안나가고 안방에 앉아서 우리를 보고 씩~~웃더라. 

현준 : 그 호랑이도 안 무서웠어. 

엄마 : 무섭긴 귀엽고 예뻤지. 현준이도 호랑이가 좋다고 그랬어. 

그 뒤로는 팥죽할멈과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의 호랑이에 대한 얘기를 줄줄이 늘어 놓았다. 그러고도 잠이 오지 않는지, 빨간머리앤, 미래소년코난, 바람돌이, 은하철도999, 엄마찾아삼만리, 보물섬, 만화영화주제곡을 줄줄이 불러댔다.(가끔 텔레비전에서 본 것들인데 제대로 본적도 없는 만화영화주제곡을 엄마가 불러주는 귀동냥으로 배운 것을 이제는 제법 잘도 부른다) 

그러고도 한참을 주저리주저리 얘기했다. 

내일 아침엔 유치원에 새로 들여온 닭이 알을 낳았는지 확인해보자고 약속했고, 그 뒤로 개는 알을 낳는지, 고양이는, 까치는, 고래는, 계속되는 질문에 엄마도 잘 모르는 건 내일 책 찾아보자고 약속하고 다짐하고 한참을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두시간을 넘게 주저리주저리 얘기하다보니 현준이가 엄마와 얼마나 많이 얘기하고 싶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무심했던 나의 미안함을 현준이가 알기는 할까. 현준아, 정말 미안했어. 내일부터는 좀 더 세심하게 너에게 정성을 다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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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18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오늘밤 달콤하게 잘 것 같아요. 꿈꾸는섬님도 굿나잇이에요~!

꿈꾸는섬 2009-03-18 22:07   좋아요 0 | URL
어젯밤엔 정말 잘 잔듯 유치원에 선뜻 따라나서고 닭장에 가서 알 낳아 놓은 것도 보고 병아리는 언제 나오나 궁금해하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유치원 건물로 들어서려니까 거부하더라구요. 오늘은 목놓아서 울더라구요. 엄마따라 집으로 가겠다고......유치원에 있기 싫다구......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건가 싶더라구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게까지 안주무셨네요.
호랑이라 너무 멋져요.. 제 태몽은 새끼돼지 세마리가 엄마 손가락을 물었다든데 ^^
전 지덕미를 갖춘 딸아이가 태어날 꿈이 었다고 평하고 엄마는 성질내미 고약한 딸을 낳을 꿈이었다고 평합니다 ㅋㅎㅎ
현준이는 참 다정한 어린이인거 같아요 ^^ 동생은 오빠가 유치원에 가서 심심해서 어찌지내나요?

꿈꾸는섬 2009-03-18 22:08   좋아요 0 | URL
잠이 잘 안오네요. 현준이에게 상처를 주는 엄마가 아닌가싶기도하구요. 정말 어떻게해야할까 싶어요.

2009-03-20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水巖 2009-03-1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준이가 분리불안에서 벗어나 이제 잘 적응하게된것 축하합니다. 이제야말로 성장하는거죠. 짝짝짝 -

꿈꾸는섬 2009-03-18 22:09   좋아요 0 | URL
수암님 말씀대로 잘 적응한 것 같진 않아요. 오늘 아침에도 어마어마하게 울어댔거든요. 다음해에 보내볼까도 생각하고 그 다음해에 보내볼까도 생각하게 되는데 또 여기서 그냥 멈추는 것도 잘못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엄마 마음도 갈팡질팡하네요.

2009-03-18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3-18 22:18   좋아요 0 | URL
제게 많은 위로가 되는 글이에요.^^ 현준이가 적응을 잘 하며 일주일을 보냈는데 한 친구에게 맞고 그날 점심을 못 먹었고, 엄마에겐 혼이 날까 말도 못하고 그러다 4시쯤 선생님 전화받고 알았죠. 그래도 쉽게 입을 열지 않다가 잠자리에서 주저리주저리 얘기해서 전후상황을 파악한거구요. 그런데 다음날 또 아이가 점심을 먹지 않고 왔는데 원장은 생활 잘했고 밥도 잘 먹었다고 얘길해서 그날 예정대로 도서관에 다녀오고 아이를 이리저리 데리고 돌아다녔는데 도시락이 설거지해서 보낸 그대로라 너무 놀랐어요. 그걸 확인하고 바로 전활했더니 선생님 이제 막 전화를 하려던 참이라고...너무 기가 막혔어요. 아이가 거부를 해도 흔적은 남아 있어야했고, 정말 먹이지 못했다면 제가 아이를 데려가는 시점에 알게 해줘야하는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아이가 유치원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울때도 그저 그치기만 기다리면 안되는게 아닐까요? 이런저런 제가 다 보지 못한 상황을 제 마음대로 상상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했고, 그래서 제가 서운한건 이틀동안 아이가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도 제대로 연락하지 않은 담임선생님에 대한 서운함이 컸는데 그때부터 현준이가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더라구요. 그래도 그것도 넘어야할 산이려니 생각하며 보내고는 있는데 좀 전에 잠꼬대로 "엄마 보고싶어 이이잉~~~"하며 울더라구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이걸 어떻게 한달을 채워서 기다려야하는건지, 아니면 여기서 주저앉아야하는건지 고민고민하고 있었답니다. 조금 늦게 사회에 나간다고 문제되진 않겠지라는 생각도 들구요. 내년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하구요. 내년에도 힘들면 후년에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아직도 엄마는 갈팡질팡 하네요. 흔들리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왜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상처를 줄까 싶어요.ㅠ.ㅠ
 

마음에 맞는 이웃을 만난다는 건 싶지가 않다. 나처럼 예민한 사람에게는 말이다. 

현준이에게 친구가 필요할 것 같아 같은 단지에 살고 있는 5세 남자아이가 집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그 아이의 행동에 현준이도 나도 기겁을 했었다. 그 이후 친구사귀기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무나 집안에 들여서는 안된다. 

그런데 바로 우리동 옆라인에 현준이보다 1살많은 형이 살고 있는데 그 아이들은 심성도 바르고 예의도 바르고 그냥 봐도 참 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들의 엄마가 참 바르시다. 아이들 예절교육도 잘 시키시고 아이들에게 참 잘하신다. 그러다보니 현준이도 그 아일 잘 따르고 그 아이 집에도 놀러가게 되고 그 아이 가족도 우리집에 놀러오게 되었다. 그렇게 왕래를 하면서도 크게 문제가 될만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고 오히려 현준이가 흥분해서 현수에게 소리지르고 몇대 지어박은게 문제가 되어 그날 내게 조금 혼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놀 시간을 주자는 것, 책은 많이 읽어주는 것,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 등등 거의 생각도 비슷하고 아이들도 1살차이로 둘씩 있는 것도 마음에 들어서 서로 왕래하며 서로 배울 것 배우며 지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올해 이사를 하잔다. 며칠 전 친정언니네 식구들이 놀러왔는데 또 아래층에서 올라와 시끄럽다고하고, 시부모님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까지 오시는 길도 불편하고 그래서 교통이 편리한 곳으로 이사를 했으면 좋겠단다. 아무래도 현준이 유치원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을 것이다. 유치원에 걸었던 기대가 충족되었다면 쉽게 이사하지 않고 현준이가 졸업할때까지 이 동네를 떠나지 말자고 했었는데 원장이나 담임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것도 한몫한 것 같다. 그래서 우선 현준이는 한학기만 보내야할 것 같다. 

이런저런 얘기에 이웃에게 이사얘기도 비췄더니 못내 서운해하신다. 그리 서운해해주시니 솔직히 감사하다. 귀찮은 이웃이 아니라 좋은 이웃으로 생각해주셨구나 생각하니 나도 조금은 서운한 마으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내가 잘 가르치지 못하는 것을 또래 형을 보며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내심 흐뭇했었는데......또 살아가면서 쉽게 만나지지 않을 좋은 이웃을 두고 이사를 한다는게 나도 많이 서운하다. 우리가 이사하는 곳으로 이사오시면 좋을 것 같은데 ㅎㅎ 그건 정말 내 욕심일뿐이고, 있는 동안이라도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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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18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좋은 이웃을 만났는데 아쉬워요. 새로 이사가는 곳에서도 또 좋은 이웃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꿈꾸는섬 2009-03-18 22:18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아쉬워요. 있는동안이라도 잘 지내려구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사를 하시려면 일이 또 많으시겠네요.
저도 부평초처럼 떠도는 서울살이에 가장 아쉬운 점이 동네친구랍니다.
그나저나 어서 괜찮은 유치원이 찾아져야 할텐데요..

꿈꾸는섬 2009-03-18 22:2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아직 10월초에 있을 일이니 천천히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차분히 생각해야겠어요. 한곳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에 대출을 받아볼까도 했지만 대출이자 무서워서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네요.
 

며칠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도 잘 되질 않는다. 숨을 쉬는데도 뭔가 꽉 막혀 호흡도 잘 안되고, 그래서 병원을 찾아갔더니, 

섬 : 숨 쉬기가 너무 힘들어요. 

의사 : 잘만 쉬고 있구만. 

섬 :  그런데 왜 이렇게 머리도 아프고 자꾸 토할 것 같고 숨을 쉬면 뭔가 꽉 막혀 있죠? 

의사 : 요즘 스트레스 받은 일 있어요? 

섬 :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요. 

의사 : 내시경은 언제 받아봤죠? 

섬 : 20대초반이요. 

의사 : 10년도 훨씬 넘었구만. 너무하네. 내시경 받아봐요. 

섬 : 속이 아픈것도 아닌데 내시경은 왜요? 

의사 : 폐는 아무 이상 없는 것 같고 역류성 식도염이 의심스러워서 그래요. 

섬 : 내시경은 싫구요. 그냥 약으로 주세요. 

약을 먹었는데도 증상은 변함이 없고 똑같다. 숨을 쉬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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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18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작년에 호흡곤란 증세가 있어서 한의원 갔었거든요. 스트레스가 과하다고 했어요. 뇌호흡인지 뇌마사지인지 받으면서 약 두 달 먹었답니다. 꿈꾸는섬님도 휴식이 필요한가봐요. 에구...

꿈꾸는섬 2009-03-18 22:22   좋아요 0 | URL
오늘 아이들 코감기때문에 한의원에 간김에 겸사겸사 저도 진료를 받았더니 화병이라네요. 스트레스성이란거죠. 침을 15분정도 맞았는데 현수가 울어대는통에 별 효과가 없네요. 약을 지어 먹던가 해야할까봐요. 아니 현준이 문제가 해결되면 나을 것도 같구요.

2009-03-18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8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18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3-18 22:25   좋아요 0 | URL
치과 정기검진은 다음달에 받으려구요. 이번달엔 신랑이 정기검진 받았는데 견적이 130이나 나왔더라구요. 저의 스트레스는 아무래도 현준이의 유치원 생활에 대한 실망감과 부적응인 것 같아요. 제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그만 화병이 되었나봅니다.

아영엄마 2009-03-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에 지치고 힘든 일, 답답한 일이 많아지다 보면 숨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제가 요즘 그렇거든요) 몸이 앞으로 굽지 않도록 팔을 쫙 펴고 스트레칭을 자주 해보시는 건 어떨까 싶네요.

꿈꾸는섬 2009-03-18 22:27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고맙습니다. 자주 스트레칭하며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라는 조언 고맙습니다. 님도 아이 셋 키우시느라 너무 고생이 많으시죠. 전 둘 키우는 것도 버거워하는데...숨 쉬는게 이렇게 힘든 일인지 요즘 들어서 느끼네요. 숨 하나 잘 쉬는 것도 감사할 일인 것 같아요.

라로 2009-03-18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내시경 한번도 안해봤어요~.^^;;;무서워서리,,,ㅋㅋㅋ
스트레스가 심하신가봐요~.저도 요즘 그래요,,,,스트레스를 거부하지말고 길들이라는 말이 있던데,,,말처럼 쉽지 않으니,,,

꿈꾸는섬 2009-03-18 22:29   좋아요 0 | URL
ㅎㅎ제가 받던 때는 카메라도 크고 그래서 더 힘들었는데 요즘 건 더 작고 얇아졌다네요. 그리고 수면내시경도 있어서 편안하게 받을 수 있다지만 그리 내키지 않아서 그냥 약만 받아왔죠. 근데 이 약이 정말 효과는 없더라구요. 신경안정제성분이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더 메스껍고 머리가 빙글빙글 돌더라구요. 스크레스를 길들일 수 있게 도를 닦아야할까요?
 

공지영 작가의 등단작인 <동트는 새벽>과 90년에 발표한 다수의 소설들을 2006년 개정하여 다시낸 소설집이다. 

중고샵에서 건지고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이 소설을 만났다. 

<사랑하는 당신께> <꿈> <인간에 대한 예의> <무엇을 할 것인가> <무거운 가방> <절망을 건너는 법> <잃어버린 보석> <손님> <동트는 새벽>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 없는 소설집이었다. 현준이의 유치원 생활에 대한 실망감을 이 책을 읽으며 달랬는데 이제 무엇을 하며 달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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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1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그리워지는 이름이네요.

꿈꾸는섬 2009-03-17 23:50   좋아요 0 | URL
공지영의 소설은 제겐 늘 위안이 되어요.
 

어제 오늘 나는 현준이의 상처가 깊지 않을까 너무 고민이 많았다. 현준이 선생님이 전화할 당시 난 현준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점심도 먹지 않은 아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밥을 먹였고, 그게 친구의 폭행때문이었다는 걸 밤에야 알게 되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오늘 아침 통화하기 힘든 담임선생님께 어제 현준이의 상황을 메모로 남겼고, 아침에도 현준이가 유치원을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바람에 늦을 것 같다는 전화를 원장선생님께 어제 있었던 일과 함께 알렸다. 원장선생님은 오전에 선생님들께 구연동화로 현준이의 상황을 전달하겠다고 하셨고 현준이가 유치원에 되도록이면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고 내 생각도 그래서 안가도 된다고 말하면서도 은근히 가겠다는 말이 나오도록 유도를 했었다. 결국 친구들과 선생님이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말에 현준이가 즐겁게 유치원을 갔다. 그런데 유치원 현관 앞에서 그제 우리집에서 막무가내 행동을 보인 친구와 마주쳤고 다시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 상황을 그 친구가 모르게 알리고 다른 선생님이 나오셔서 도와주셨는데도 한번 떼를 부리기 시작한 아이는 걷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유치원에 맡겨 달라는 선생님에 대한 믿음으로 아이를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방과후 아이의 얼굴이 밝았다. 밝게 웃으며 나오는 아이를 보니까 내 마음도 덩달아 좋아져서 신발을 신기며 밥은 잘 먹었냐고 물었고, 배웅하시던 원장선생님 오늘 현준이가 너무 잘했고, 밥도 잘 먹었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말을 믿고 현준이도 별말이 없어서 놀이터에서 잠시 놀고 현준이와 도서관을 다녀왔다. 도서관은 걸어서 15분정도 걸리는 곳인데 다녀오니 3시30분정도 되어 있었고 다음날 현준이 생일을 위해서 시부모님도 올라오셨는데 이번에도 먹거리를 잔뜩 싸오셔서 그것 먼저 정리해놓고 현준이 유치원 가방을 열었는데 도시락이 깨끗한 상태였다. 4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점심도 먹지 않은 아이를 데리고 내가 이리저리 끌고 다닌 걸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다. 도대체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가. 어제 밥을 안 먹은 이유에 대해서 메모까지 남겼는데 오늘도 밥을 먹이지 않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정말 화가 난건 현준이가 오늘도 밥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바로 알려주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잘 먹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원장님도 그렇게 말을 했고 현준이도 별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화로 알려주지 못하면 아이들 원아수첩에 현준이가 밥을 먹지 않았다는 메모는 간단히 남겨둘만도 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정도 성의도 보이지 않는 교사를 내가 믿어야 하는 걸까? 당장 전화를 걸었고 선생님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지만 이미 예전에 깨진 신뢰감이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시절은 있다. 실수투성이일 수도 있었고,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내가 볼때 현준이 담임선생님은 이제 막 시작하는 선생님같았고 원장님께 넌지시 여쭤 보았다. 그제서야 선생님이 경험이 별로 없어서 실수했다며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정말이지 죄송하다는 말을 듣자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게 아니다. 현준이가 막무가내로 밥을 먹지 않겠다고 버텼을 수도 있다. 그걸 꼭 억지로 먹였어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았고, 그것에 대해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게 너무도 화가난다. 나는 당연히 믿고, 밥도 먹질 않은 아일 데리고 여기저기 볼일을 보러 다닌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라 먹은만큼 에너지도 넘치고 배가 불려야 기분도 좋고 그렇다. 그런데 한참 먹어야 할 아이를 이틀씩이나 점심을 먹이지 않았다니 정말 지금도 그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내가 낸 식대를 환불해줄 것도 아니면서 아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선생님께 아이를 맡겨야하는게 옳은 일일까 싶다. 

현준이 담임 선생님 한다는 말이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 억지로 시키지 않는단다.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일정한 규칙과 약속이 있는 곳이고 우리는 그것이 싫든 좋든 지켜야 하는 거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현준이도 그것에 익숙했고 5일동안 유치원에서 바른 모습 보이다가 하루 이틀 친구들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그걸 보듬어주어야 하는 선생님은 아이의 자율에 맡긴다니 나는 그 선생님의 자질이 사실 의심스럽다. 일정한 규칙과 약속을 지키게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해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 공간이 오히려 현준이에게 독이 되는 건 아닌지...... 

오늘 너무 피곤하고 몸도 아픈데 마음까지 아픈 날이 되었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자꾸 현준이가 걱정되어 잠이 오질 않는다. 녀석은 태연하게 내일부터는 정말 유치원에 가지 않겠단다. 내가 볼때 현준이가 담임선생님께 밥을 먹지 않겠다고 선생님을 떠본거 같다. 선생님의 반응이 어떤지 살펴보고 싶었는가보다 그런데 선생님은 현준이에게 관심이 없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으면 엄마는 속이 상해하고 조금이라도 더 한술이라도 더 떠넣어주려고 하는데 선생님에겐 그런 애정이 없다는 걸 눈치챈 것 같다. 

남편은 우리가 너무 일찍 현준이를 보낸게 아닐까하며 유치원 교육비 환불해달라고 하란다. 그래도 이제 겨우 일주일정도 지났는데 좀 더 지켜보자 했더니 현준이가 상처를 받아도 그걸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씩씩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우리의 바람들만 얘기하다가 잠이 들었다. 

아이가 크면 더 많은 것들로 고민하게 된다는 선배들의 충고가 이제서야 내게 와 닿는다. 

현준아, 우리 세상에 나가서 상처가 났다고 주저앉지 말자.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게 되고 그 다음엔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거든. 우리 함께 해보자. 무조건 피하지만 말자. 한번 해보고 안되면 다음에 또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해보자. 엄마도 네가 너무 많이 다치지 않게 옆에서 지켜봐줄게. 세상 밖으로 나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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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3-13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속상한 일이네요. 아이가 이틀 씩이나 점심을 거르고, 담당 교사는 그걸 알려주지도 않고. 엄마로서 당연히 화날 일이에요. 안 그래도 미운 털 박혔는데 여간해서 신뢰를 다시 쌓기 힘들겠어요. 어휴..ㅠ.ㅠ

꿈꾸는섬 2009-03-15 19:29   좋아요 0 | URL
현준이는 여전히 유치원에 다신 안가겠다네요. 그래도 보내고 싶고 이런저런 상황에 적응하며 살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ㅠ.ㅠ

2009-03-14 0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3-15 19:30   좋아요 0 | URL
정말 많이 속상했답니다. 저희 부부도 어떻게 클까 늘 기대하게 되는데 정말 커봐야 알겠죠.

비로그인 2009-03-1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애는 현준이보다 더 어릴때이긴 했지만 유아원에 적응하는데 두달은 걸렸었나봐요. 우선 조금만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시고 반에 순하고 착한 친구를 초대해서 친구를 만들수 있겠나 알아보세요. 괴롭히는 친구가 있으면 원장님에게 강력하게 항의 하시구요..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고 싶고 모든 걸 막아주고 싶은 순간들이 왜 그리 많은지요. 좀 더 강해지도록 행복해지도록 지켜봐주고 도와주는 것 말고는, 그리고 그런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말고는 수가 없나봐요.

2009-03-17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mji 2009-03-17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일단 안 보낼 것이 아니라, 보낼 거라고 마음 정하신 거라면,
선생님을 닦달해서; 현준이에게 조금 더 관심을 보이도록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선생님보다도, 사실은 유치원에 마음이 떠난 현준이가 더 걱정이기는 하지만요. 친구를 사귀면 조금 나아질텐데... 제 아이 일처럼 가슴이 아프고 그렇네요.

2009-03-18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