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병원을 다녀온 저녁, 

현수가 저녁을 먹기전에 설사를 했다. 그냥 가볍게 넘겼다. 

저녁을 먹는둥 마는둥 했는데 갑자기 구토를 했다. 그리고는 내내 구토와 설사를 번갈아가며 했다. 

낮까지도 괜찮았던 아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부터 증상이 안좋았다. 

우리가 다니는 소아과는 평일에 9시까지 진료를 한다.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탈수가 심하다고 응급실로 가란다. 

응급실 경험이 전혀 없었다면 나는 또 급하게 응급실로 달렸을 것이다. 그런데 응급실 경험이 많은 나는 이번엔 차분히 약을 처방해달라고 했다. 의사를 나를 희안하게 쳐다본다. 얼른 가서 수액 맞히라는데 약이나 달라니까 내가 이상했나? 

응급실에 아이들 아파서 데리고가면 기본 2~3시간은 잡아두고 진료를 한다. 날도 엄청 추운데 아이 데리고 응급실 대기실에서 덜덜 떨며 기다리는게 싫었다. 우선 약을 먹이고 물이든 전해질이든 이온음료든 먹이고 집에서 따뜻하게 재우는게 더 나을거라는게 내 판단이었다. 

아이는 약을 먹고 구토는 멈추었지만 먹는대로 설사는 계속 했다. 그리고 밤에 잘때는 계속 물을 찾아서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나니 이젠 설사도 간간히 한다. 

요즘 바이러스성 장염이 유행이란다. 

아이가 아플땐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구토와 설사로 기운없이 축쳐진 아이가 안쓰럽고 불쌍해서 혼이 났는데 지금은 죽은 싫고 밥을 먹겠다고 실갱이를 한다. 처음엔 죽도 잘 먹더니 금새 배고파지고 기운없어져서 그런걸까? 설사를 계속해서 아직 죽을 더 먹이고 싶은데 아이는 밥이 먹고 싶단다. 내일은 아무래도 밥을 주어야할 것 같다. 

오늘밤엔 아직 깨지 않고 잠을 잘 자고 있다. 확실히 많이 좋아진 듯 하다. 

내일이면 팔팔하게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사고뭉치가 너무 조용하니 집이 다 우울하다. 현준이도 현수의 수면에 방해가 되어 하루종일 조용히 하느라 고생을 좀 했다. 아픈 동생한테만 너무 신경쓰는 것 같이 느껴졌는지, 아까는 살며시 와서 엄마는 누가 더 좋으냐고 물었다. 그 마음을 아는지라 당연히 "현준이"라고 대답해 주었다. 근데 녀석 집요하다. "왜?"냐고 꼬치꼬치 캐묻는다. "현준이를 낳으면서 엄마가 비로소 엄마가 되었으니까 현준이가 최고로 좋지." 했더니 "그럼, 현수를 먼저 낳았으면 현수가 좋았겠네." 그런다. "아마도, 하지만 엄마가 현준이를 먼저 낳은 사실은 변하지 않아? 알았지."했더니 그제야 기분이 좋아지는 듯 했다. 

내일이면 현수도 어느정도 상태가 좋아질거라고 믿는다. 현수야, 내일은 너의 재롱을 보고 싶구나.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0-01-17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아이들 심한 설사할 때, 보리차 끓일 때 감초를 몇 조각 넣어서 끓여 먹이면 금세 뚝합니다. 감초가 장을 따뜻하게 하고 소독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아이들 키울때 감초 덕 많이 봤어요. 국산으로 준비해두면 도움이 될 듯해요.
아이들 아프면 아픈 아이도 고생이고 엄마도 고생이죠~ 아이 잘 때 좀 쉬어야지요.
현준이를 먼저 낳은 건 절대 불변이란 걸 알아 들었나봐요.^^

꿈꾸는섬 2010-01-17 02:26   좋아요 0 | URL
전에 휘모리님 서재에 남기신 글 보고 감초를 사두어야지 했는데 미처 구입은 못했어요. 지금은 다행히 많이 좋아졌어요.
현준이가 많이 외로웠던 듯 해요. 현수 아프니까...현수 피곤하니까...라는 이유로 현준이가 하고 싶어했던 걸 많이 자제시켰거든요. 그래도 엄마 말은 알아들은 듯 해서 다행이에요.^^

순오기 2010-01-17 22:15   좋아요 0 | URL
오늘 저녁 먹으면서 우리 애들한테 현준이 이야기를 해줬어요. 애들이 다 공감한다면서 현명한 엄마의 대답에 박수를 보냈어요.^^

꿈꾸는섬 2010-01-17 23:07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공감한다니 다행이에요. 저도 어릴땐 그랬던 것 같아요. 엄마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水巖 2010-01-17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아플때는 정말 힘들죠. 그래도 이제 밥 먹고 싶다는걸 보면 다 나은거군요. 고생하셨어요.
형은 늘 외로움을 많이 타는거에요. 겉으로 잘 표현은 안하지만.

꿈꾸는섬 2010-01-17 22:59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때 늘 엄마가 오빠를 더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빠는 늘 엄마가 막내만 좋아한다고 생각하고요. 꼭 나만 더 많이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제게도 늘 있었던 것 같아요. 현준이가 많이 외로웠던 듯 해요. 점점 더 표현이 줄어들겠죠. 현준이는 늘 엄마로서 배우게 하는 것들이 많게 해요.^^

hnine 2010-01-17 0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도 현수만할 때 장염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어요. 이틀 입원했었는데 병원에서 아무것도 먹이지 말라고 하더군요. 3일째 되던 날 바나나만 허락이 되어서 먹였던 기억이 나요. 물만 먹어도 토하길래 저는 아이가 배고프겠다, 안됐다 그런 생각보다는 그저 병원에서 말하는대로 철저히 (^^) 굶겼었지요.
제가 첫째로 자라서 그런지 저는 웬지 첫째들의 저런 말들에 아주 공감을 잘 해요 ^^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첫째는 자기도 아직 아이임에도 동생에게 양보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요. 부모의 사랑마저도요. 그래도 꿈꾸는 섬님께서 아이말을 저렇게 잘 들어주시고 이해해주셨으니 현수 마음이 많이 풀렸을거라고 생각해요. 현수의 몸도 많이 나아졌으면 좋겠네요.
순오기님 윗글 보고 저도 힌트 얻어가요. 감초! ^^

꿈꾸는섬 2010-01-17 23:00   좋아요 0 | URL
현수가 좀 나은 듯 해요. 식사때가 되면 배고프다고 난리에요. 설사횟수도 줄었구요. 그래도 여전히 힘이 든지 기운없어하네요. 좀 더 지켜봐야겠어요. 오늘은 우유를 마시겠다고 하도 울어서 달래느라 고생 좀 했어요.ㅠ.ㅠ

프레이야 2010-01-17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어릴 때 장염 몇 번 한 적 있는데 참 힘들더군요.
토하고 그러니까요.
재롱둥이 현수, 얼른 낫기 바래요.
님도 감기 조심하시구요.^^

꿈꾸는섬 2010-01-17 23:01   좋아요 0 | URL
그나마 구토는 멈췄어요. 설사가 잘 안잡히네요. 프레이야님도 감기 조심하시구요. 걱정해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마노아 2010-01-1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좋아져서 다행이에요.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이럴 때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그나저나 누가 더 좋냐는 질문에 이렇게 지혜롭고 따뜻한 답변이 있군요. 울 언니가 큰 조카를 더 이뻐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 잠시 생각했어요.^^

꿈꾸는섬 2010-01-17 23:03   좋아요 0 | URL
여전히 기운은 없는 듯 해요. 그래도 밥에 대한 의지가 강해요. 식사때되면 밥달라고 해요.ㅎㅎ
아이들을 낳아보니 둘다 똑같이 예뻐요. 근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큰아이에게 첫번째로 사랑한다고 말해준거에요. 부모님들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씀, 전 공감해요.^^

후애(厚愛) 2010-01-1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수는 좀 어떠가요? 많이 놀라셨지요?
현수가 얼른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꿈꾸는섬님도 건강조심하세요^^

꿈꾸는섬 2010-01-17 23:04   좋아요 0 | URL
추운 날씨 때문인 것 같다네요. 오늘은 배를 따뜻하게 해주었더니 좀 좋아졌어요. 후애님이 더 걱정이에요. 후애님 건강하시길 바래요.^^

비로그인 2010-01-1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일이 있으셨군요!!

얼른 정상화(?) 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조금 따뜻해진 주말도 잘 보내시고요!!

꿈꾸는섬 2010-01-17 23:05   좋아요 0 | URL
아이가 아프니 주말도 재미없게 지나갔어요. 점차 좋아지고 있으니 더 좋아지겠죠.^^

무스탕 2010-01-1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구..현수야.. ㅠ.ㅠ
어떻게 지금쯤은 많이 좋아졌나요? 애들은 하여간 잘먹고 잘놀고 잘싸고가 젤 중요해요.

꿈꾸는섬 2010-01-17 23:0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잘 싸야해요.^^
무스탕님 고맙습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하늘바람 2010-01-1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좀 어떤 가요? 감초는 제게도 도움이 되네요. 저도 사놓아야겠어요. 빨리 낳길 바랍니다.

꿈꾸는섬 2010-01-17 23:06   좋아요 0 | URL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에겐 정보력이 중요해요. 감초 미리 준비해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태은이랑 하늘바람님도 건강하세요.^^

라로 2010-01-18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해든이 낳고 병치레를 많이 겪어서 그런지 구토,,라는 말만 들어도 제가 다 안좋아지는것 같아요. 전 그래서 장염이다 싶으면 무조건 입원을 시킬겁니다.ㅠㅠ
이제 많이 좋아졌다니 한시름 놓으셨겠어요,,,아프지 않고 자라주는 것만도 참 고맙다는 생각을 아플때는 하면서도 아프고 나면 잊어버리니,,,ㅠㅠ

꿈꾸는섬 2010-01-18 22:1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해든이도 구토와 설사로 고생했던 일이 있었죠. 평일에 입원시키는 거였다면 시켰겠지만 응급실로 가라니까 가고 싶지 않더라구요. 우리 동네 응급실은 최소2시간 이상 잡아두고 진료를 해요. 그사이 아이가 너무 힘들것 같아서 응급실행을 미룬거에요. 다행히 구토는 잡혔고 아이도 물, 죽, 다 잘 먹었어요.^^
저도 건강할땐 지금의 상황을 늘 잊는다니까요. 아이만이 아니라 엄마들도 잘 잊는게 많아요.ㅠ.ㅠ

무해한모리군 2010-01-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셨죠?
그래도 그만하다니 다행입니다.
어른도 장염이 힘든데 얼마나 지쳤을까요?
현수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꿈꾸는섬 2010-01-18 22:18   좋아요 0 | URL
어른들도 힘든 장염을 잘 이겨내고 있어요. 오전까진 설사를 한두차례 더 했는데 오후엔 설사를 안하고 있어요. 이렇게 설사가 잡혔길 바래야죠. 오전엔 우유달라고 떼쓰고 지금 잠들기전엔 짜장면 달라고 떼쓰는거 간신히 업어서 재웠어요. 못 먹는게 많으니 그것도 스트레스인가봐요. 한편으론 먹고 싶은게 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ㅎㅎㅎ

같은하늘 2010-01-1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많이 좋아졌을까요?
요즘 장염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그런 유행은 안 따라해도 되는데 현수야~~~
오늘은 엄마에게 너의 이쁜 재롱을 보여드렸기를 바란다.^^

꿈꾸는섬 2010-01-18 22:20   좋아요 0 | URL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내일은 이쁜 재롱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현수가 아픈건 제 잘못이 커요. 추운날씨에 급하게 아이를 데리고 나갈 일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것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날씨가 추우면 내장기관이 대사기능을 잘 못한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