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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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궁금증이 인다.  그래서, 자꾸만 "선덕여왕"이라는 이름이 보이는 책을 발견하면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두권의 소설을 읽었고, 역사가들이 펴낸 책을 두권, 텔레비젼 드라마도 열심히 시청하고 있지만 사료가 충분치 않음인지 늘 나를 부족하고 목마르게 하는것 같다.  비슷한 내용이 있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얘기들이 전개되기도 해, 역시 역사란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된다.  

선덕여왕을 다룬 소설책에선 주로 선덕여왕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자신과 언니의 남편이었던 용춘과의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  물론 선덕여왕도 사랑을 했을것이고, 그 시대 결혼관이 지금과는 무척이나 틀렸던 시대라 흥미진진하긴했지만, 그런 부분보다는 선덕여왕이 이루려했던 일들과 그 결과들에 대해서 더 알고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은 나의 그런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듯하다.  게다가 새로운 시각에서 선덕여왕을 해석한 부분들이 많아서 또다른 눈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를 줬다.

불국토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선덕여왕.  그래서 엄청난 수의 사찰을 짓고, 황룡사 9층 목탑이라는 어마어마한 사업을 끝마쳤다.  다른 책들에서는 수많은 전쟁으로 지쳐만 가는 국민들의 마음을 다잡으려는 의도로만 해석했지만, 사찰이 들어섬으로서 그 주변의 상권들이 활성화 되어 시장경제가 발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점 등을 들어 마음을 하나로 묶는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사찰들이 산속 고즈넉한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그 시대에는 시내 중심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사찰이 들어섬과 동시에 활발한 경제활동들이 있었다고 하니, 이제껏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아낸 기쁨이 얼마나 큰지......
그외 선덕여왕이 국민들의 구휼사업에 힘썼으며, 전쟁이 없는 중에도 국민들의 민생을 돌봐왔다는 것은 전혀 뜻밖의 사실이었다.  웬지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로 여왕의 업적이나 사업같은 걸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하더니, 여왕이 펼친 뜻깊은 정치는 조용히 사라지고 없어져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재해석되어 텔레비젼이나 책으로 새로이 조명을 받는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르겠다.

가장중요한 것은 여왕의 죽음에 관한 의문점들이었다.  소설책에서는 병이 들어 자연사 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역사서에서는 비담의 난으로 인해 그들의 손에 사라져 갔다는 말도 있었는데, 이책에서 시도한 시각은 전혀 딴판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전혀 근거없는 내용이 아닌 저자가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추측한 내용임을 볼때 웬지 다른책들보다 더 신빙성이 더해지는 느낌이 든다.  자연사도 아니요, 난에 의한 처형도 아닌, 조용한 어느 사찰에 유폐되었을 가능성.  전혀 있을수 없는 일이 아닐뿐더러, 적당한 근거까지 제시되고 있으니 그쪽으로 마음이 더 쏠릴수 밖에......

점점 선덕여왕에 관한 책에 빠지다보니, 이번 책처럼 전혀 다른 시각과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게 됨이 무척이나 기쁘고, 새롭다.  비록 사료가 충분치 않아 연구하는 학자들이 어려움이 많아 우리역시도 깊이 있는 역사적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조금조금씩 새로이 알아가는 것들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역사의 신비로움을 다시한번 느끼는 계기가 된 듯도 하다.  선덕여왕, 과연 그녀는 누구였을까?  읽을 수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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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열쇠고리 신나는 책읽기 19
오주영 지음, 서현 그림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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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동심을 따라가다보면 내 마음마져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예전엔 동화라면 무조건 유치하다는 생각에 좀 멀리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동화가 결코 우스운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이후부터, 부쩍 동화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내용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이 유치하게 치부되어 질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철이 든 한참후에 알게됐다.  그래서, 요즘은 동화책을 만나는게 무척 들뜨고 설렌다.

"이상한 열쇠고리"는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글이다.  창비 좋은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이라는 수상작이라 더 관심이 갔다.  어째꺼나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 함은 그 정도의 기본은 해준다는 기대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책을 금방 다 읽은 지금 그 기대치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았지만 말이다.

맨 처음 "단지와 보물"이라는 단편은 단지가 놀이터에서 보물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무척이나 보물을 잘 찾는 단지는 어른들의 눈엔 그것이 한없이 허접한 것일지라도 단지눈에는 엄청난 보물이고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외국의 동전을 주어 신기한 보물이라고 생각하고 곱게 간직하지만 은행에서 알아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용하는 우리나라 돈 100원마냥 흔하디 흔한 동전이라는 사실이 단지를 실망시킨다.  하지만, 그 동전을 돈의 의미가 아닌,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중요한 물건이라는 어떤 아줌마의 얘기를 듣고 동전을 돌려주며 역시 자신은 멋진보물을 잘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모든 보물이 꼭 돈으로 따져 엄청난 부를 의미하는것은 아니다.  비록 남들눈엔 별것 아닌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의미를 가지고 애정을 쏟는다면 그것은 어떤 돈보다도 많은 더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이상한 열쇠고리"는 박동구라는 아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지영이가 어느날 열쇠고리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열쇠고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자신의 소원을 얘기하면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열쇠고리.  체육복 가지러 가기가 귀찮아 남의 체육복이 자신의 것이었으면, 받아쓰기 시험을 내일 다시 치렀으면, 자신을 괴롭히는 박동구가 줄넘기를 제일 못하고 뭔가에 겁을 먹고 엉엉 울게 됐으면 등등등 자신이 맘속으로 가진 것들을 이야기하자 열쇠고리는 신기하게도 지영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이루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지영이에게는 너무 좋은 행운의 열쇠고리였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짐으로서 다른 친구들은 그 만큼의 불행을 감내해야했다.  오늘 받아쓰기 시험을 잘하면 부모에게 선물을 받기로 했던 친구는 그럴수 없게 되었고, 체육복이 없었던 나리는 친구에게 놀림감이 됐으며, 박동구 역시 벌에 쏘여 지영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좋은 일이 결코 남들 또한 좋은 방향이 아님을 안 지영은 다시 모든것을 되돌리길 원한다.  그리고,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왔을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알고 곧바로 집으로 체육복과 필통을 가지러 걸음을 재촉한다.  그외 다른 단편들 역시나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면서 자신이 욕심을 부리고 화를 낼수록 남들은 더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것이다.

사실 환타지적 소설을 보면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물건을 발견하고 소원이 이루어질때 그것이 결코 남에게 해코지가 되는 경우는 얘기가 되어지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와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그것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동화속에서는 그 소원으로 말미암아 남에게 끼치는 영향을 얘기함으로서 배려를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느낄수 있는 일들속에서 "배려"라는 단어를 쉽게 인식시키는 얘기들이 아닌가 싶다.  또한번 아이들의 이야기속에서 어른인 나 조차 깨달음을 얻는다고 할까.  이래서 동화책을 읽다보면 새로운 뭔가를 얻는 크나큰 발견이 있는거 같다.  역시 동화를 좋아할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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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이기담 지음 / 예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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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덕여왕의 인기에 힘입어 여러출판사들에서 책이 나오고 있다.  나역시도 그에 편승(?)하기 위해서인지 선덕여왕에 관련된 책들을 계속 찾아보고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선덕여왕에 관련된 책을 두어권 읽었는데 도대체가 비슷한점이 없는거였다.  게다가 요즘 하는 드라마에서 선덕여왕이 쌍둥이로까지 만들어지고 있으니, 도통 뭐가 뭔지 알수가 없어 일부러 선덕여왕에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무래도 여러권을 읽다보면 뭔가 합일점(?)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일들은 비슷비슷한 사건들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것을 보면 조금의 윤곽이나마 잡히는 느낌이다.  화랑세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대체로 선덕여왕이 둘째로 기록되고 있다.  무슨 연유에서 천명인 첫째를 제치고 둘째인 선덕이 여왕으로 등극했는지에 대해선 천명이 정치에 대한 관심보다는 용춘에 대한 사랑으로 여린 여인의 모습을 많이 그리고 있어 좀더 대담하고 정치적 역량이 뛰어난 선덕이 진평왕의 눈에 들어 최초의 여왕으로서 등극할수 있었다고 그리고 있었다.

대체로 소설 선덕여왕에 관련된 글에서는 뛰어난 총명함을 지닌 선덕여왕을 그리고 있긴하지만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좀 많은 편이다.  이책에서도 물론 어릴때부터 남다른 대담성으로 두각을 나타낸 선덕여왕을 나타내고 있지만, 언니가 사랑한 남자 용춘에게로 선덕 또한 마음이 있음을 그리고 있었다.   비록 그의 마음을 갖지는 못하지만 동반자로서의 용춘은 선덕이 여왕의 자리에 올랐을때 옆에서 보필하며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남다른 대담성으로 여자이면서도 모든백성들에게 보살의 현신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은 그녀는 진평왕이 어렵게 얻은 두 아들들이 모두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자 마음이 여린 언니를 제치고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진평왕은 이미 첫째인 천명보다도 세상을 보는 눈이 뛰어난 선덕을 최초의 여왕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진평왕의 선택은 잘한 것이었다.  불국토를 위해 황룡사 9층 목탑을 짓는 과감성과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는 힘은 왕으로서 갖춰야할 부분이었다.  물론, 선덕여왕이 주인공이다 보니 너무 그녀를 대단한 사람으로만 그려놓은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그녀만의 매력이 충분히 느껴질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단지, 선덕이 여왕으로 등극한후의 일들을 더 많이 알고싶었던 나에게는 여왕으로 오르기전에 치뤄진 여러가지 주변일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져 아쉬운점이 있긴했지만, 최초 여왕의 삶을 되돌아 볼수 있는 계기는 됐다.  여자라는 핸디캡으로 신하들을 이끌어 나가야 했던 "최초"라는 의미만으로 많은 의미가 내포된 그녀의 삶을 좀더 깊이 알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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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 향기나는 여왕 선덕
이적 지음 / 어문학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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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순간 텔레비젼에서 "선덕여왕"에 관해 드라마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 붐을 타고인지 출판계에도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앞다투어 나오는듯 했다.  얼마전 소설식으로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그린 책을 읽은터라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정말 역사적으로 어느정도 고증된 책을 접하고 싶었다.  물론, 소설도 완전 허무맹랑하게 씌여진 건 아니었지만 전문가의 의견을 보고싶었달까?  그런 느낌이 있었다.  

삼국시대는 어릴적 교과서에서 배운 얘기들이 지식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열심히 국사교과서를 외워 시험을 치루는것으로 모든 배움이 다 했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기에 크나큰 의미나 중요성을 찾지 못했었다.  단지, 고구려가 그 넓은영토와 화려한 기상으로 삼국통일을 이룩했으면 우리나라의 땅덩어리가 지금보다는 더 넓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게 다 였다.  하지만, 그건 사실 신라가 가진 잠재적 능력을 무시한 생각일수도 있다.  결국 삼국의 주인공은 신라였고, 새로운 역사를 세우고 발전시킨 나라도 신라였다.  거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을 배출한 나라가 아닌가.   예전보다 엄청난 발전을 한 지금의 시대에도 여자가 한나라를 대표하는 왕이나 대통령이 된다는건 생각보다 어렵고 힘든일이다.  그런데, 벌써 그 시기에 여자라는 걸림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는 사실부터가 여왕선덕에겐 큰 점수를 줘야할 일이다.

물론, 왕이 명이라고해서 그 시대에도 여왕으로 등극한 선덕을 무조건 따르거나 환영하지 않았다.  선덕이 즉위하기 직전에 칠숙이 난을 일으켜 "여자는 왕이 될수 없다." 라고 하였으니, 그 시대에도 역시나 그런일이 쉬운일이 아니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후에도 당나라에서 왕으로 인정해주는데 4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야했고, 말년에 또다시 반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속에서도 선덕은 왕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남자다운 카리스마는 부족하였다 하더라도 오히려 여성성을 강조해 설화를 만들고 신격화 하면서 새로운 왕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었다.  모란꽃은 향기가 없을거라는 설화를 남김으로서 왕은 역시 일반인과는 다른 사람임을 강조하고, 불국토정신을 일으켜 시도때도 없이 일어나는 전쟁을 대비함과 동시에 불교문화의 절정을 이루는 황룡사 9층 목탑과 많은 절들을 증, 건축했음은 물론이요, 하늘의 별을 관찰하기 위한 첨성대라는 업적을 이루어내니 그녀를 쉽게 얘기할수는 없을것이다.  

어린시절 배운 신라시대의 얘기들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거나 한적은 없었는데, 이책을 읽을수록 삼국시대 역사자료가 엄청나게 부족하다는 것과, 첨성대도 명확하게 천체관측을 위한 것인지 그외 다른 목적으로 지어진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걸 알수있었다.  그외에도 미루어 짐작만 할뿐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일들이 많았다.  화랑세기라는 필사본이 밝혀졌다고 하는데 그 필사본 조차도 정확성이 없다고하니 그시절 얘기들이 더욱더 궁금해지는거 같다.  
책속의 아쉬움은 그런 명확성이 없다곤 하지만 웬지 선덕여왕에 대한 얘기보다 삼국시대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 위주로 나와있어 선덕여왕이라는 제목이 무색하다는 느낌이 좀 들었다.  좀더 깊이있는 선덕여왕에 대해 알고싶었는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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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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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을 읽기전엔 내용과 제목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사실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글을 읽으면서 적잖이 당황했었다.  
가쿠다 미쓰요가 누군가?  맨처음 "사랑이 뭘까?" 라는 책을 접하며 아주 기겁을 했던 작가다.  일본작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관심이 없었던 시절, 우연찮게 제목에 이끌려 구입해서 읽은책이 그녀의 책이었건만 그 무겁도록 칙칙한 내용과 숨쉬기 조차 힘들게 옥죄어 오는 책속의 주인공의 답답스러움에 책을 읽을때도, 읽고나서도 갑갑해서 다시는 그녀의 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는 내가 접한 첫번째 작품에서 엄청나게 나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몇년이 흐른후, 어느정도 이름이 알려진 그녀의 책이 단편이라는 이유로 집어들고, 예전의 그 답답함이 조금은 해소되는거 같아 새삼스레 그녀의 작품들을 되돌아 보는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의 책을 들자면 뭔가 많은 인내와 힘듦을 이겨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다 간만에 만난 책 "8일째 매미".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온갖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받은 노노미야 기와코.  처음엔 그가 유부남인줄 몰랐고, 알고나서도 매달려 오는 그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불장난같은 사랑으로 인해 소중한 생명이 잉태됐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남자의 설득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낙태를 하게된다.  그러나, 유부남의 "이혼할꺼"라는 말을 믿어서는 안되는 죄 때문일까?  그의 아내가 임신을 하고 둘사이를 알게된다.  허구헌날 쏟아지는 아내의 악담과 소중한 아이를 낙태해서 벌을 받았다는 죄책감으로 다시는 임신을 하지 못하게 된 주인공은 몸도 마음도 부부에게 상처로 물들어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의 아이를 가까이서 한번만 보고싶은 욕심에 그들의 집에 들어갔다 우는 아이를 안는 순간 마치 자신을 이해한다는 듯한 아이의 표정에서 전혀 예상치 않게 아이를 안고 나오게 된다.  그리곤 시작되는 끝없는 도피생활.
친구의 집에 며칠을 머물고, 전혀 모르는 철거민촌 아주머니와 며칠을 보내고, 그렇게 전전하다 그녀는 "엔젤홈"이라는 사이비적 종교단체에 숨게 된다.  어떤 언론매체도 그 공간속으로 들이지 못한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큰 매력이었다.  그즈음 그녀를 향해 좁혀오는 수사망 또한 그녀를 그곳으로 몰아넣었다.  2년여가 넘는 시간동안 그 속에서 생활하며 아이를 마치 자신의 아이인양 착각하며 살아가던 그녀, 그러나 언제나 안정된 곳은 없었다.  엔젤홈이 경찰조사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아이를 데리고 섬으로 들어가 생활을 한다.  아무것도 없는 생활이지만 그 아이만 자신의 옆에 있다면 아무 걱정이 없었다.  단지 그것 하나로도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범죄가 언제까지나 숨겨질수 있는건 아니다.  4년 반동안의 도피 생활은 우연히 찍힌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사진 한장때문에 들통나고 잡히게 된다.

우선 1부는 그녀와 아이의 도피행각을 다루고 있었다.  모든 두려움에 휩쌓여서도 아이만을 키우려는 그녀의 마음.  한없이 쏟아지는 아이에게의 애정.  그게 모정이라고 할수 있을까?  일단은 범죄이므로, 그녀를 동정해서는 안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다.  그리고, 이어진 2부는 그 사건이 일어난 18년후 그 아이가 자라 겪는 고통들이 적나라게 드러나 있었다.  자신의 부모이지만, 자신을 볼때마다 범인을 떠올리는 엄마, 아빠 곁에서 어느쪽도 속하지 못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조차 어색해 겉돌기만 하는 아이.  그리고, 범죄자가 키웠단 이유로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 친구들 틈에서 그녀는 외롭게 자라난다.  왜 하필 자신이었냐고 고함쳐 보고 싶지만 그 결과는 어디에서고 되돌릴 수 없다.  결국 그런 원인을 만들어낸 아빠와 그녀, 그리고, 자신을 한없이 안아주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어디에도 도피할수 없으므로, 원망안에서 편함을 얻는것이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이다.  근본적인 원인이 될수 없는 고통은 하루하루 그녀를 고통스럽게 했다.  땅속에서 몇년의 애벌래 생활을 하다 허물을 벗고 땅으로 올라와 7일만에 죽는 모든 매미들에 비해 8일째에 눈을 뜨게 되는 매미의 고통이 무엇보다 크게 느끼듯 남들이 보지 않는 것들을 본 그녀의 고통 또한 남들보다 2배이리라는 해석이 내려지지만, 책속에서는 그와는 반대로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아무리 남들과 달리 8일째 눈을 뜨더라도 그게 꼭 고통만은 아닐거라고,  남들이 보지 못한 또다른 세상을 향한 뭔가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을꺼라고......

부모도 자신을 키워준 범죄자도 용서할 수 없었던 아이는 결국 자신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모든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체포되기 직전 그녀가 남긴 "그 아이 아직 아침밥을 안 먹었어요." 라는 단순한 외침에 그녀 역시도 엄마였음을 시인한다.  비록, 사회적으로 범죄자라 할지라도 자신에겐 엄마였음을.......
사실, 숨쉬기 버거울정도로 힘들게 했던 가쿠다미쓰요의 작품이었지만, 마지막 대사에서 눈물이 핑 돌뻔했다.  자신이 유괴범으로 잡히면서까지 아이의 허기를 걱정했던 그야말로 흔하게 보는 엄마의 모정이 엿보였다고 할까.  그녀는 결코 용서될수 없는 범죄자임에도 그 사실을 잊게 만드는 한마디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웬지 미워할수 없게 만들어 버린 그녀만의 슬픈문체.  그녀가 그런 유괴로 할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당위성까지 독자에게 보여지니 책을 덮으면서는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의도이든 아니든 이미 많은 독자들이 그런 감정을 느껴버리는 것이다.  먹먹해지는 느낌으로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뚝딱 한권이 다 읽혀지지만, 그 느낌의 끝을 헤아릴수는 없다.  마치, 답이 없는 문제처럼 더 혼란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곳곳에 묻어나는 그녀의 슬픈문체는 그녀의 글을 읽기 힘들게도하고, 또 다른 매력속으로 끌어들이게도 한다.  어쨌거나, 새로이 그녀의 글에 중독되긴 된것같다.  이렇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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