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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 제1권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1편만 읽고 리뷰를 쓰는 것은 이 작품의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면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접해 본 다른 판타지물과는 작품이기에 우선 1편에 대한 감상만 적어본다. <반지의 제왕>을 '장엄한 판타지물'로, <드래곤 라자>나 <묵향>을 '경쾌한 판타지물'로 표현한다면, <어스시의 마법사>는 '엄숙한 판타지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1권은 최고의 마법사이자 항해자로, 그리고 훗날 대현자의 자리에까지 오른 새매(개드)가 명성을 얻기 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스스로 불러낸 어둠의 그림자를 얼마나 힘들게 이겨내었는지를 알게 됨으로 게드라는 현자의 일생을 이해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름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판타지 소설이다. 이름은 사물의 진정한 본질이며, 이름을 아는 자는 사물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의 진정한 이름을 아는 자만이 그 사물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법 학교의 스승 중에 한 명인 기예사는 마법사의 힘은 세계의 균형을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하고도 파괴적인 것이기에 일시적인 기분으로 휘두를 것이 못됨을 경고한다. 사물을 바꾸는 것은 그것이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라는 글에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 때문에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한다는 ‘나비 효과’가 생각났다.
마법학교의 수련생이 된 게드는 이전에 어둠의 그림자에 대한 두려움을 맛보았고 스승 오지언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배격이던 '보옥'에 대한 분노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화를 불러 내고 만다. 마법사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자만심도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가 불러 낸 오만의 그림자이자 무지의 그림자, 자신이 던진 이름 없는 그림자... 일한 형태가 없는 그림자 덩어리는 그를 짓누르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는다. 재능을 타고 난 것을 과신하여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마법을 시전하기 전에 '무엇인가를 말하거나 생각하기 전에 거기에 치러질 대가를 알아야 한다'는 오지언의 가르침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다.
'겝베스'-그림자의 의지대로 하는 꼭두각시-의 형태로 뒤를 쫒아오는 어둠의 그림자를 피해다니던 게드는 마침내 그림자와의 정면 승부를 선택하고 바다로 향한다. 그 길고 긴 항해가 그를 마법사중에서 으뜸의 '항해자'로 만들어 주는데, 마법사들이 주문이나 마법을 통해 배를 만들거나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게드는 배를 만들거나 항해하는 기술을 직접 익혔기에 그림자와 바다에서의 싸움이 가능했으리라. 1권에는 몇 가지의 복선이 깔려 있는데, 항해 중 어느 섬에서 조우한 두 노인에게서 얻은 고리의 반 쪽이 다음 이야기의 복선으로 깔려 있어서 다음 편의 궁금증을 이끌어 내고 있다.
기나긴 항해에 비하면 게드와 그림자의 마지막 조우와 싸움은 비교적 싱겁고도 짧게 끝나는 것이 조금 아쉽다. 그리고 남편이 먼저 이 책을 보면서 지도를 빼놓았던지라 지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책을 읽었는데 등장하는 지명이 많아 혼란스러웠다(책에도 지도가 실려 있었으면 좋았을 듯). 이 책을 읽을 때 첨부된 지도를 부치거나 펼쳐 놓고 게드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