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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걷고 싶다 - 북극에서 남극까지 나의 지구온난화 여행
남종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평점 :
언제부턴가 영화를 보러 극장엘 가면 광고 하나가 눈에 띈다. 처음엔 내용이 업체가 만들어야 할 광고와 맞지 않다고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보기 불편한 광고가 되고 있다. ‘대림 e-편한세상’이라는 아파트 건설업체인데 광고내용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save the Earth'라는 확고한 광고문구는 이 책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별 생각없이 집어들었던 이 책은 또 내 맘을 불편하게 한다. 북극에서 남극까지 여행하며 작가가 겪은 일들과 지구온난화에 관한 연구결과들을 엮은 책이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는 건 늘 미디어를 통해서 알고는 있다. 알면서도 먼 나라 이야기인 것처럼 실감이 안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이유다. 알고는 있지만 와닿지 않는다는 것,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내용도 알면서 실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첫 챕터에서부터 보게 된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북극의 유빙이 녹아 북극곰이 더 이상 이동을 할수 없게 됐다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북극곰이 이동을 못하게 되면서 먹을게 없어 동족을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결국 우리가 좀 더 편하게 잘 살고자 했던 일들이 북극곰의 터전을 잃게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북극곰의 수도라 불리는 처칠에서는 산업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북극곰이 있기 때문에 살아왔던 처칠 주민들의 살길이 트인 것을 기뻐해야 할 것인가.. 더 이상은 북극곰을 볼수 없다는 사실을 슬퍼해야 할 것인가.
이것이 끝은 아니다. 양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목숨의 위협을 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은 평소 우리가 접하기 어려운 지역이라 잘 모를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투발루다. 물론 인근의 통가, 피지 등 작은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대부분이 그런 위협을 받는다고 한다. 한 나라를 횡단하는데 세시간이면 충분하다는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이미 상당수의 국민이 인근의 뉴질랜드로 탈출해있지만, 뉴질랜드에서 그들의 신분은 불법입국자에 불과할 뿐이다. 선대에서 저질러 놓은 일의 결과를 왜 후대에서 감당해야 하는지....
이런 현상은 조만간 한반도에서도 느낄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특히, 남해쪽의 해수면 상승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크다고 한다. 거기에 이젠 더 이상 잡히지 않는 명태와 제주도를 벗어나 남해안에서도 재배되는 귤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자신이 미련스러울 뿐이다.
책은 이외에도 순록과 고래, 펭귄 등을 실례로 삼아 지구온난화에 대한 사실을 나열하고 있다. 무언가를 주장하기 보다는 현재의 사실을 충실히 기록하고 있는 편이다. 딱히 주장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느끼게 될테니까..
책의 마지막에는 둠투어라고 불리는 오지여행을 안내하는 팁이 실려있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도움될만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