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철학자 1 - 나의 어린시절
알퐁스 도데 지음, 이재형 옮김 / 산하 / 1999년 10월
평점 :
절판


알퐁스 도데의 유년기와 성장기를 짐작케 해주는 자전적인 소설이다. 주인공 다니엘이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가족과 떨어져서 불행한 소년기를 보낸 이야기를 가슴 아프게, 때로는 한심함과 울분을 느끼면서 읽어나갔다. 마음껏 뛰어놀던 집을 팔고, 바퀴벌레가 들끓는 좁은 집에서 살고, 낡은 옷을 입고 사는 등 불운한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그 중에서 다니엘이 가장 불행하게 여겼던 것은 학교에셔 자습감독으로 있던 기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내게 주인공인 다니엘보다 더 깊게 다가온 사람은 자끄이다. 늘 아버지로부터 '덜 떨어진 얼간이, 당나귀'같은 모멸감이 느껴질만한 별명을 들으며 늘 눈물로 세월을 보낸 그가 동생 다니엘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어줍잖은 동생을 천재시인이라 믿으며 자비를 들여 시를 출판 해주고, 2층집 여자와 사랑의 행각을 벌이며 만든 빚을 갚아주는 형.. 그리고 자신이 남몰래 사랑하는 여인마저 동생에게 양보한 자끄의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동생을 진정으로 사랑하였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으리라..

검은 눈동자를 간직한 약혼녀마저 팽개쳐 두고 한 여자에게 푹 빠져 어릿광대짓거리나 하면서 자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가던 다니엘을 그 늪에서 구해준 것은 다름 아닌 자끄형이었다. 자신의 병마저 숨긴 자끄형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 큰 사랑을 깨닿게 되는 다니엘이 솔직히 너무나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상인으로서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은 다니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2권를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젊은 시절의 방황을 끝내고 삶을 진지하게 성찰할 줄 아는 사람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느낌표'에서 소개되기 전에 '박완서'님의 작품이라 하여 이 책을 보았는데 그 때도 책 제목을 보면서 굉장한 호기심을 가졌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을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제목속에 들어 있는 '싱아'를 고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싱아'를 아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60대인 우리 친정어머니께 여쭈어 보았지만 역시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다. 책 속에 나오는'싱아'가 어떤 풀이고, 어떤 꽃을 피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어릴 때 싱아를 먹는 솔솔한 재미를 묘사하는 부분을 보고 있노라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근처에 집이 들어서고 길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여러 종류의 풀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던 제방 근처의 풀밭은 우리 동네 아이들의 주무대였다. 지금도 그립게 여겨지는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들.. 계집아이들은 집근처에서 수북히 모아놓은 돌로 공기놀이를 하거나 고무줄 놀이를 하였고, 사내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한 귀퉁이를 노려 내려치는 딱지치기, 땅에 구멍을 파서 하나라도 더 빼앗으려고 열심히 구슬을 치는 것이 일상사였다.

그 재미가 시들해지면 끼리끼리 그늘에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를 펼치다가 누군가가 '뚝에 놀러가자~'라며 아이들을 유혹하면 너나할것 없이 제방 쪽으로 내달렸다. 집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동네를 벗어나 제방에 도착하여 쑥을 뜯거나 방아깨비, 메뚜기 등을 잡다 보면 어느새 뱃속이 허전해져서 먹을거리를 찾아나섰다.

온통 초록밭인 풀 숲에서 질긴 껍질을 한 거풀 벗거내면 나오는, 풀꽃 내음이 풍겨오는 연한 '풀속'을 찾아내어 친구들과 맛있게 먹던 기억. 요즘처럼 과자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기에 그 연한 풀속은 훌륭한 간식거리 역할을 하였다. 풀 한 줄기에서 나오는 양이 적었던 탓에 아무리 뽑아 먹어도 배를 채우는 것은 무리였지만 심심한 입을 달래주는 재미로 '껌'처럼 질겅질겅 씹어먹던 기억은 박완서님이 '싱아'를 먹던 기억과 다르지 않다.

지금은 그 풀을 찾아보려고 해도 그 풀이 그 풀인듯 비슷하게만 보여서 '이거야!'라고 자신있게 집어 낼 수가 없다. 그 때는 어찌 그리도 잘 찾아냈을까 의문스러울 정도이다. 하긴 찾아냈다 하더라도 지금 먹어본다면 '에게, 무슨 맛이 이래? 그 때는 이게 왜 맛있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도시에서 잔디밭외에는 풀을 보기 어려운 우리네 아이들은 이런 재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다 자란 후에도 새록새록 그리운 이런 유년시절의 기억을 가지진 못하리라.

책을 읽은 후에 또 한가지 기억에 뚜렷이 남는 것은 어머니의 억척스러운 자식사랑과 교육열이다. 지금도 한국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교육열이라면 세계가 알아주지 않는가. 요즘은 그것이 지나쳐서 아이를 해치기도 한다지만 자식이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길 바라는 마음을 접기란 쉽지가 않다.

작가의 어머니는 그 마음이 아들에게만 머물지 않고 딸까지 서울에 불러 올리는 것으로 실천하였다. 여자가 상급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특별하게 생각되어지던 일제시대에 판자촌에서 삭바느질로 어렵게 살아가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교육열이 있었기에 박완서라는 작가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친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지냈던 박적골에서의 유년기와 억척스러웠던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던 청소년기와 이데올로기의 혼란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했던 수많은 역경들이 오늘의 그녀가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그녀의 여러 작품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남편은 책을 읽고 나서도 '싱아'가 언제 나왔는지도 모른다. 나오긴 나왔었냐고 묻는 남편에게는 작가나 나처럼 지천으로 핀 풀숲에서 무엇인가를 뜯어 먹던 쌉사름한 기억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대는 다르지만 작가와 비슷한 기억을 공유한 덕분에 이 책은 남편보다는 내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여전히 '싱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분명 내가 먹었던 '풀속'과 같은 느낌이리라 여기면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유년기를 새롭게 발견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씨 뿌리는 사람의 씨앗
브라이언 카바노프 / 열림원 / 1997년 11월
평점 :
품절


'사과 씨앗'의 발행자이기도 한 브라이언 카바노프'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많은 씨앗들이 담겨져 있지만 한꺼번에 다 심을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씨앗에 파종시기가 있듯이 책 속의 이야기들이 우리 마음에 뿌려지려면 적당한 기후, 햇빛,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훌륭한 농부는 서두르지 않듯이 한 편의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차츰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권한다. 나 역시 당장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나에게 씨앗이 듬뿍 뿌려지고 그 결실이 주렁주렁 매달리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책을 읽고난 후에 그동안 죽어있었던 내 가슴 속에 아주 작은 불빛이 살아나고, 그렇게 지펴진 작은 불길에서 나온 온기에 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뿐이다. 감동적인 책을 읽었다고 당장 가족을 향한, 이웃을 향한, 인류를 위한 사랑을 실천을 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먼저 내가 받은 감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사그라들었던 가슴의 불길에 풀무질을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씨앗을 뿌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씨앗을 잘 가꾸는 것도 잊지 말고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씨앗을 나누어 주는 것에 인색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이든, 읽은 후이든 여러분이 살아오면서 연민과 감동과 벅차오르는 사랑의 느낌을 받았던 일들을 기억에서 되살려 보라. 가족에게서, 이웃에게서, 지나가던 길에 스쳐지나가면서 보았던 어떤 한 장면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던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나 가슴에 씨앗을 품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씨뿌리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씨앗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그 열매를 거둘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단히 가꾸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것이 농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기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씨앗이지만 인생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점에서 과연 나의 씨앗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살펴보야야 할 것이다. 씨앗을 뿌리고, 거름을 주고, 잡풀을 뽑아주는 등 세심한 보살핌을 기울이느냐, 방치하느냐, 아예 뿌리지도 않느냐에 따라서 열매는 그 크기를 달리할 것이고, 어떤 열매도 얻을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본문에 나오듯이 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는 씨앗만 팔 뿐 열매는 없다.'마음의 평화와 사랑과 지혜와 행복,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는 인간이 바랄 수 있는 최고의 것이지만 그것은 결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를 어떻게 가꾸어 가는가에 따라서 얻을 수도 있고,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삶 자체에 대한 신뢰'를 가슴에 새기고, 화분을 준비하여 지금부터라도 다시 인생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나가자. 사랑과 신뢰만큼 좋은 것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형의 계곡 1
재클린 수잔 지음, 유혜경 옮김 / 아침나라(둥지)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비록 책이 처음 나온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출간 후 기네스 북에 오를만큼 많이 읽힌 소설인만큼 여느 로맨스소설과는 다른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보았다. 이 책에서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앤은 사랑을, 제니퍼는 오로지 돈만을. 닐리는 명성을 위해 살아가는데 아무래도 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태어나서 로랜스 빌에서만 살아온 앤은 무의미한 갑갑함을 탈출하기 위하여 뉴욕으로 온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알게된 부자집 아들에게 사랑받게 되면서 현대판 신데렐라가 되지만 같이 일하게 된 변호사와 사랑에 빠져 과감히 헤어지는, 사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성이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사랑은 보답받지 못한채 그녀를 인형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 아마 이 점이 다른 로맨스 소설과 다른 점이 아닐까 싶다. 로맨스소설의 여주인공은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고 끝맺는데 비해 앤은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랑하는 남자과 결혼했으면서도 결코 행복하지 못한 불행한 여성으로 나온다.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오로지 돈을 위해 자신의 육체-특히 모든 남자들이 소유하고 싶어할 만한 가슴-를 거리낌없이 제공하는 제니퍼나 힘들 때 도움을 주고 가수로서의 성공을 위해 애써준 앤의 남편까지도 빼앗는 닐리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단어인 '인형'은 '약'-체중감량제,수면제, 진정제 등-을 의미한다. 빠른 시간내에 손쉽게 살을 빼주는 약이나 불면증 환자나 소량 사용하는 수면제 등을 거리낌없이 복용하게 되는 여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새삼 요즘 잇슈가 되고 있는 연예인들의 마약, 환각제 등이 복용문제가 생각났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한순간의 안락과 쾌락을 위해 먹게 되는 이런 약들이 마침내 내성과 중독성을 발휘하여 몇 십개씩 복용해야만 하는 사태가 되고는 치료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약들이 주는 환희와 향락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만한 책으로 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1 - 완결편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잭 캔필드 & 마크 빅터 한센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마음을 열어주는 이야기들. 그것도 101가지씩이나..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게 많이 닫혀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쉴새없이 돌아가는 각박한 현대생활 속에서 마음을 열어 놓고 생활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우리에게 다가와서 마음을 열도록 종용해주고 도움을 주는 책이 바로 101가지의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는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사랑과 아이들과 죽음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우리는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배우게 되고, 다시금 우리의 마음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소녀한 구출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 어떤 조건보다도 사랑이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화재로 집과 할머니를 잃고 친척도 없는 아이에게는 좋은 교육환경도,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도,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중요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 준 바로 그 사람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임을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에는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유 1,2,3'편이외에도 류시화님이 쓴 책이나 번역이 한 책이 몇 권 있다. 이 책과 같은 감동을 주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1,2'나 '씨 뿌리는 사람의 씨앗'도 류시화님이 번역한 글이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같은 시집. 그리고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류시화님의이 10년동안 인도 등지를 여행하면서 체험한 일화를 모은 책이다. 거의가 그의 작품이 주는 느낌과 감동들을 좋아하는 우리 남편이 사온 책들이다. 그의 글을 자주 접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남편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