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계곡 1
재클린 수잔 지음, 유혜경 옮김 / 아침나라(둥지)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비록 책이 처음 나온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출간 후 기네스 북에 오를만큼 많이 읽힌 소설인만큼 여느 로맨스소설과는 다른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보았다. 이 책에서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앤은 사랑을, 제니퍼는 오로지 돈만을. 닐리는 명성을 위해 살아가는데 아무래도 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태어나서 로랜스 빌에서만 살아온 앤은 무의미한 갑갑함을 탈출하기 위하여 뉴욕으로 온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우연히 알게된 부자집 아들에게 사랑받게 되면서 현대판 신데렐라가 되지만 같이 일하게 된 변호사와 사랑에 빠져 과감히 헤어지는, 사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성이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사랑은 보답받지 못한채 그녀를 인형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 아마 이 점이 다른 로맨스 소설과 다른 점이 아닐까 싶다. 로맨스소설의 여주인공은 남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고 끝맺는데 비해 앤은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랑하는 남자과 결혼했으면서도 결코 행복하지 못한 불행한 여성으로 나온다.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오로지 돈을 위해 자신의 육체-특히 모든 남자들이 소유하고 싶어할 만한 가슴-를 거리낌없이 제공하는 제니퍼나 힘들 때 도움을 주고 가수로서의 성공을 위해 애써준 앤의 남편까지도 빼앗는 닐리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에 나오는 단어인 '인형'은 '약'-체중감량제,수면제, 진정제 등-을 의미한다. 빠른 시간내에 손쉽게 살을 빼주는 약이나 불면증 환자나 소량 사용하는 수면제 등을 거리낌없이 복용하게 되는 여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새삼 요즘 잇슈가 되고 있는 연예인들의 마약, 환각제 등이 복용문제가 생각났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한, 한순간의 안락과 쾌락을 위해 먹게 되는 이런 약들이 마침내 내성과 중독성을 발휘하여 몇 십개씩 복용해야만 하는 사태가 되고는 치료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약들이 주는 환희와 향락의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라기보다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만한 책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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