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조건 2
고미카와 준페이 / 정원 /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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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 중에도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본 국민들 모두가 전쟁을 전쟁에 광분하고,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일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실은 나 역시 일본이라면 왠지 반감부터 들었는데, 가지라는 인물을 통해 전쟁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생각하려는 그의 고뇌와 고충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일본에 대한 반감이 조금은 가셨다.

가지 역시 젊은 남자로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고, 징집 면제라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광산의 노무계로 오게 된다. 그러나 현실 앞에서 그의 이상은 번번히 좌절되고, 어쩔 수 없이 그도 조금씩 현실과 타협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마치 우리나라 소설인 여명의 눈동자나 태백산맥 같은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지를 생각해 보라. 독일인들이 유태인들을 학살하고 인체 실험을 한 것이나,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중국 등의 젊은이를 전쟁과 노역에 밀어 넣고, 여자들을 위안부로 끌고 간 것들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전쟁이라는 고통이 지구상에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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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온사나이
켄 폴레트 / 서지원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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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1900년대를 배경으로 영국과 러시아의 전쟁협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스릴 넘치는 소설이다. 화려한 삶이 보장된 귀족과 비참한 생활을 연명해 나가는 평민의 삶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극명하게 잘 묘사되어 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아니 국왕이나 귀족들이 전쟁을 일으키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큰 피해, 즉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것은 평민이다. 그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주겠는가...

이것은 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전방에서 추위, 더위에 시달리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의 대부분은 중산층이하의 사람들이다. 이른바 상류층의 자제들은 해외 유학, 영주권 취득, 병력 특례 등의 갖가지 방법으로 병력의 의무를 피해가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 않은가...

제정 러시아 말기의 피폐해진 사회에서 자란 한 무정부주의자, 펠릭스는 러시아에서 파견된 밀사를 암살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마주친 한 여자, 리디아로 인해 상처를 입고 도망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젊은 시절 정숙한 백작의 딸로 알려진 리디아와의 육체적인 향락은 어느날 그녀의 결혼과 함께 끝나버렸다. 비밀경찰에게 잡혀가 고문을 당했던 펠릭스로서는 영국에 월든백작 부인인 그녀를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과연 그의 암살 임무는 성공할 것인가와 여성참정권 모임에 참석했다가 봉변을 당하고 있는 샬롯을 구하면서 알게 된 진실 등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를 자아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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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아이들의 33가지 이야기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엮음, 노희성 그림, 김서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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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엮은 작가들은 101가지 이야기, 닭고기 스프 같은 단어로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나 부모님, 오빠 등 가까운 사람을 잃은 청소년들의 심정은 어떠한지 그들의 글을 통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문맥에 맞지 않게 쓴 듯한 글일지라도 책 읽는 이에게 주는 감동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혼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성장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다.

어려서부터 입양된 오빠와 함께 운동을 즐겨 하였지만, 오빠가 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불치병으로 28살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자 그를 기리는 '가렛대회'를 여는 미아 햄의 이야기는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를 기리는 대회를 열어서가 아니라 미아 햄의 부모님이 혼혈인은 입양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혼혈아들을 입양한 것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자기 친자식들이 있으면서도 말이다.. (영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지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생각할만한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아이가 던진 인종에 대한 질문에 '사과'라는 과일을 통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다 똑같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일화도 매우 인상 깊었다. 하지만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살게 된 여자아이가 새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이야기를 담은 23편과 병든 고양이를 깡통 속에 가스를 넣어 죽이는 이야기를 담은 24편은 나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초등학생과 청소년과 위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어른이 읽어도 그 감동이나 생각할 거리는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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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선물
줄리 가우드 지음 / 현대문화센터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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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네 살의 젊은, 아니 어린 네이선 제임스 세인트 후작은 두 집안의 화해를 주선한다는 명목을 내세운 국왕의 주선에 따라 앙숙 집안인 윈체스터 가문의 여식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신부인 사라 윈체스터는 식장에 내려가지 않으려고 앙탈을 부리다가 결국은 낡은 담요를 쥐고 아버지의 손을 피해 신랑의 품으로 뛰어든다.

이 때 그녀의 나이 네 살... 참 대단하구나 싶었다. 아무리 집안간의 정략적인 결혼이라고 하지만 겨우 네 살의 신부라니... 그 아기가 자라서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을 즈음에 네 살 이후로는 얼굴도 보지 못한 네이선은 신부를 납치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라의 행동으로 계획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그녀의 이모인 노라까지 떠맡는 신세가 된다.

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로맨스 소설이라고 말해야겠다. 사라가 네이선의 배를 타고 좌충우돌하며 엮어 내는 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줄도 몰랐다. 네살에 결혼하여 백마 탄 남편을 기다려 온 사라는 네이선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여자에게 마음을 다친 네이선은 사랑한다는 말을 결코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네이선이지만 아내가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는 것은 결코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참 멋있지만, 무뚝뚝한 남편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

한편 사라라는 인물은 너무나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 그녀의 양산때문에 빚어지는 사건들이나, 남편이 애용하는 채찍을 빨랫줄로 사용하는 대목에서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한 남자를 진실로 사랑하였기에 그 사랑이 보답받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덮었다. 작가의 유머가 곳곳에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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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포옹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서계인 옮김 / 도서출판 오상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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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중에 추리소설이 아닌 글을 로맨스 특선으로 묶어 출간한 책중 하나이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면, 남자와 여자가 등장한다 하여도 그 내용은 전혀 로맨스소설 같지 않다. 차라리 사람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소개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는 젊은 시절, 기차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한 여인(유부녀)과 사랑의 도피를 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해 불구가 된 한 중년남자이다. 어느날 그는 한 여성의 방문을 받고, 그 부인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한 남자,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게이브리엘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전시의 영국의 어느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세인트 루 성에 사는 한 여자, 이사벨라라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와 로맨스 소설의 남자주인공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게이브리엘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것은 전혀 로맨스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절망적인 사랑이었다.

더구나 이사벨라가 자신의 약혼자였던 사촌오빠 세인트 루 경을 저버리고 게이브리엘이라는 남자를 따라 마을을 떠나버린 사건은- 나 역시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낭패스러운 일이었다. 태어났을 때 심술장이 요정은 하나도 참석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을 들을 만큼 모든 것이 완벽한 남자, 잘생기고, 예의바르고, 어릴 적부터 결혼하리라 약속했던 루 경.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만한 루 경을 두고 협잡꾼에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이브리엘을 선택하다니...

그에 비해 게이브리엘은 흉한 다리를 가지고 아름다운 눈만 빼면 볼 것이 하나도 없는 못생긴 외모를 지녔다. 평민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지만 왜 이사벨라는 그 사람을 따라 떠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토록 죽음을 두려워했던 이사벨라가 총탄으로부터 게이브리엘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린 것으로 그녀의 사랑을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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