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구두 - 창비소설집
김인숙 지음 / 창비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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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내용보다는 제목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 싶다. 유리구두,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 자신을 왕자의 짝임을 증명해 주는 유리구두를 갖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무조건 비판하기 보다는 그렇게 되도록 만든 세상을 먼저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 아이들만큼은 더 이상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 책을 읽을 때 저자인 김인숙의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거울에 관한 이야기'와 자전거에 관한 이야기인 '그 여자의 자전거'가 98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추천 우수작으로 실려 있었다. 글만 기억나고 그 글을 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 미안해졌다.

이 책에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위의 글 이외에도'문'이라는 글이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소음때문에 못 살겠다며 아랫층에서 날마다 올라오는 편집광적인 노인과 그 노인때문에 점점 이상해져 가는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없을 때마다 올라오는 노인때문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놀지도 못하고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아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해 간다.

결국 남편은 사무실에도 나가지 않고 일부러 숨을 죽이고 있다가 문을 두드리는 노인을 만나 한마디하게 된다. 그 이후로 노인의 고의적인 벽치기가 시작된다. 결국 노인에게 져서 이사를 가게 되는 결말인데, 이웃간에 소음때문에 신경전을 벌이는 현대인들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오늘 아침 프로그램에서 윗층, 아랫층간의 소음때문에 이웃간에 마찰이 일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 분도 계시다는 이야기를 보고 그녀의 '문'이라는 작품이 영 허왕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쓰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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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름으로
미우라 아야꼬 지음 / 동흥문화사 / 199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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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점'을 쓴 작가(미우라 아야꼬)의 최초의 미스테리 장편이라 하여 관심이 가서 읽었다. 그런데 끝까지 읽어 보니 미스테리라는 부제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예술적인 고뇌와 불륜으로 취급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남자가 한적한 야외로 스케치를 하러 나갔는데, 한 남자는 계곡물에 빠져 죽고 한 남자만 살아 돌아왔다. 그런데 그 남자는 죽은 남자의 아내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다. 과연 죽은 남자는 자살을 한 것인가, 친구에 의해 살해된 것일까? 이러한 플룻으로 진행되는데, 물론 누구나 그것이 살인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끝에 가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친구의 보험금을 탐낸다는 오해를 하고 친구의 아내, 미에꼬를 범하는 신이찌로우는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책을 덮으면서 가장 안된 것은 성공하진 못했지만 결국 자살을 결행한 신이찌로우의 아내인 유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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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5-03-2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아 미우라 아야꼬의 책이 요새도 나오는가보지요!
음... 옛날 책이로군요, 출간 날짜를 보니. 빙점에서 시작해서, 이 작가의 것을 '어렸을 때' 굉장히 많이 읽었거든요. 깊이 없고 재미있는 책들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도 '빙점'만은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고, 가끔씩 떠오르곤 해요.

아영엄마 2005-03-2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십 년도 더 된 아주 옛날~ ^^ 저는 본 책이 없어서 이 작가의 책을 좀 더 찾아서 읽어봐야 할까 봅니다.
 
사랑을 위하여
슈밀러 / 풀빛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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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사이에 두고 친구처럼 지내던 남매와 한 여자. 어릴 때는 스스럼없이 지낸 그들도 자라면서 전혀 다른 환경- 교수님 집안과 도둑 집안- 때문에 조금씩 멀어져 간다. 로티의 오빠 카메론은 어렸을 때부터 엘리자베스를 오랫동안 사랑해 왔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다른 남자와 결혼한 후 남편의 바람때문에 친정으로 와 카메론과 한 때의 정열적인 로맨스를 즐긴다.

결국 보모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엘리자베스는 남편에게로 돌아가고, 교통사고를 냈던 카메론은 엘리자베스의 결별 선언에 더욱 충격을 받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로티는 로티대로 남편과 전처의 딸, 집 분위기 때문에 우울한 상태... 아들과 예전에 살았던 집을 수리하면서 카메론과 엘리자베스 문제로 동분서주 하기도 한다. 로맨스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여성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잘 묘사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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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듀락
아니타 부르크너 지음 / 당그래 / 199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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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여주인공인 어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하여 자의는 아니지만 잠시 휴양을 목적으로 고풍스럽지만 한적한 곳인 듀락 호텔로 오면서 만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성 작가의 글 답게 사람들의 심리, 장면 묘사들이 섬세하다. 비록 나이는 들었으나 화려함과 사람들의 관심을 받길 원하는 노부인과 그녀의 딸, 그리고 은근히 부르조아를 비하하는 태도를 보이는, 귀족 집안이라는 자긍심을 지닌 미모의 여성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솔직히 돈이 남아 돌아서 쇼핑 다니는 것이 낙인 사람들의 삶은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또한 아내가 있는 남편을 사랑하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지라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다. 글을 읽는 목적이 과연 여주인공에 무슨 일이 있었나를 알아보는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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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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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이 책은 그 두께가 좀 얇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어 보았다. 내용을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그림이나 이야기들이 새록 새록 읽는 재미를 주었다.주인공인 남자 아이가 늘어 놓는 어릴 때의 이야기들이 아기자기한 그림들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고, 오직 걷는 것으로 일관했던 좀머씨의 일생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과연 좀머씨는 폐쇄 공포증이었을까? 아니면 죽음이 두려워 도망쳐 다닌 중년인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걸음을 멈추면 자신이 죽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그토록 걷는 것에 집착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나무 위에서 지켜 본 좀머씨의 모습, 좀머씨가 호수 속으로 열정적으로 걸어 들어 간 모습 등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나도 나이가 들어 죽음이 두려워질지도 모르겠다. 그 때가 되면 좀머씨의 고난했던 삶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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