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허리 옛날옛적에 6
허은미 글, 이종미 그림 / 국민서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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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통했던 개미의 허리가 지금처럼 잘록해진 까닭을 재미난 이야기로 들려주는 작품으로 '옛날옛적에' 시리즈 여섯 번째 그림책. 특이한 외모를 지닌 동물, 곤충들이 그런 외모를 지니게 된 사연을 그럴싸한 이야기로 만든 유래담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 깃든 해학과 재치가 재미와 유쾌함을 선사한다.  작가(허은미) 이름이 낯익다 싶어 찾아보니 <우리 몸의 구멍>이라는 그림책의 작가이다. 맑은 수채화 그림도 이야기의 맛을 잘 살려주고 있는데 특히 개미들의 표정이 풍부하면서도 다양하며 익살스러움이 배여 있다.
 
 개미들이 땅이 아니라 토끼 등에 달라 붙어 피를 빨아 먹고 살 적에는 허리도 잘록하지 않고, 부지런하지도 않았단다. 자기 피를 빨아 먹으며 놀기만 하는 개미들이 얄미웠던 토끼는 이들을 쫓아낼 궁리를 하다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토끼가 개미들을 유혹하기 위해 내민 것은 구수한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밥 덩이! 토끼 몸에서 뽈뽈뽈~ 기어 내려 온 개미들은 뒷걸음질 치는 토끼를 따라 나선다. 떨어진 밥알 하나를 먹고 그 구수하고 단 맛에 매료된 개미들은 달아나버린 토끼가 돌아오길 마냥 손 놓고 기다리다 배가 등에 달라붙을 지경이 되는데...  

 이 책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도입부도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 나무 접시 소년 적에... "라는 식으로 길게 추임새를 넣어 옛이야기를 듣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그리고 개미 허리가 가늘어진 까닭 뿐만 아니라 부지런한 습성, 땅 속에 굴을 파고 먹이를 보관하는 습성까지 이야기 속에 포함시켜 놓았다. 배가 통통한 개미들이 토끼 등에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모습이며, 굶주린 모습,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는 모습 등 그림 보는 재미도 솔솔한 옛이야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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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큰 개구리 하하! 호호! 입체북
조나단 램버트 그림, 키스 포크너 글, 정채민 옮김 / 미세기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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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 큰 개구리>는 각 장면마다 동물들의 입체적인 모습(구체적으로 부리나 주둥이)을 볼 수 있으며 동물의 먹이 습성도 엿볼 수 있는, 유아들이 한 눈에 반할만한 입체그림책이다. 동물들이 나오는 부분에서 책장을 펼쳤다 오무렸다를 반복하면 동물들이 입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책을 읽어줄 때 이런 묘미를 느끼게 해주면서 읽어주면 다음에 아이가 혼자서 책을 볼 때도 책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볼 수 있다.  여러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분량이 너무 짧은 것이 아쉽게 여겨진다.

 아주 아주 입이 큰 개구리가 등장해 "저는 입이 큰 개구리예요. 저는 파리를 먹고 산답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개구리는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다른 동물들-깃털이 파란 새, 털이 복슬복슬한 갈색 들쥐, 무지무지하게 큰 초록색 악어-을 만나 무엇을 먹고 사는지 질문한다. 그런데 무시무시하게 큰 악어가 "입이 큰 개구리"를 먹고 산다는 대답에 입 큰 개구리는 기함을 하고 마는데...

 개구리가 그 커다랗던 입이 조그맣게 오므려져 말하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만다. 책을 읽어줄 때 이 장면에서 엄마가 개구리처럼 입을 오므려 조그맣게 읽어주면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넘어가곤 한다. 책의 내용과 비슷한 이야기를 예전에 들어 본 적이 있어서인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책장을 활~짝 펼치면 개구리가 연못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장면을 커다랗게 감상할 수 있다. 

 책장을 넘겨 펼칠 때마다 입체적인 그림이 튀어나오는 입체북의 매력은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어떤 입체북(가령 로버트 사부다의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입체적인 모습으로 놀라움과 탄성을 자아내며 절로 입이 벌어지게 만든다.(비싼 가격의 입체북을 혹여 아이가 망가트릴까봐 노심초사게 되는 부작용도 있지만...) 아이들도 입체북의 재미를 알게 되면 이런 책들을 계속 사달라고 조르게 된다. 입체북은 일반 책에 비해 가격 부담이 크긴 하지만 보고 즐길 수 있는 책들을 통해 아이들이 책에 빠져들게 되면 그 값을 충분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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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4-01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전 이제 팝업북 안 사려고요. 몇권의 책은 거의 너덜너덜해져서.. 보고만 있어도 속상해요. 윽,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고 흑흑. 이 책은 전 사지 않았지만 선물은 해 주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했다고 하더라구요.
 
더벅머리 페터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예순일곱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7
하인리히 호프만 폰 팔러슬레벤 지음, 엄혜숙 옮김 / 마루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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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지 못한 습관이나 행동을 한 아이에게 나쁜 일이 생긴다는 식의 다분히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그림책. 못된 짓을 한 아이가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고통을 겪거나 심지어 죽는 결말을 보여주기도 하는 짧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표지에 둘러진 띠지를 보니 <더벅머리 페터>가 출간된 지 150년이나 되었으며 유럽에서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채찍으로 개를 때리는 등 못된 짓만 하는 아이를 비롯하여 불장난을 한 아이, 흑인 아이를 놀려대는 소년들, 엄지 손가락을 빠는 아이 등등 못된 짓이나 어른이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불장난을 한 소녀는 옷에 불이 붙어 활활 타 버리고, 재단사가 가위로 엄지손가락을 싹둑 잘라버리기도 한다. 먹지 않는 아이는 몸이 점점 가늘어져서 죽고 말며, 하늘만 보며 걷는 아이와 폭풍이 몰아칠 때 바깥에 나간 아이도 일을 당한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어른들은 종종 누가(굴뚝청소부, 망태 할아버지 등) 아이를 잡아갈 것-또는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공포심을 주어 행동을 교정하려는 방법을 쓰곤 한다. 이 책도 그런 맥락으로 나쁜 일이 생기는 결말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여 나쁜 버릇이나 어른들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책을 처음 읽을 때 나는 끔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아이들은 의외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본문 뒤에 "더벅머리 페터는 어떻게 탄생했나?"에 작가가 이 이야기들을 쓰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으며, 이 책이 비판을 받기도 하는 부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부분도 있다. 이 그림책의 내용은 학대, 살인, 죽음, 신체 절단 같은 공포적인 요소와 교훈이 담겨 있는 전래 동화-빨간 모자나 백설 공주-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 2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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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잘 1 2 3 (양장) 사계절 아기그림책 2
이억배 지음 / 사계절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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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읽거나 보는 책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게 되는 책이라고 해야겠다. 문장을 읽어나가다 보면 저절로 노래를 부르듯이 책 내용을 '잘잘잘~' 부르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책 읽어주는 엄마도 흥에 겨워 잘잘잘~ 아이도 신이 나서 잘잘잘~. 이 책의 글(가사)과는 좀 다르지만 아이들과 가끔 "하나 하면 할머니가~ 두울 하면~ 두부 장수~ "하며 노래를 부르곤 했던 터라 이 책을 볼 때도 흥겨운 마음으로 노래하듯이 읽어주었다. 그리고 책을 처음 볼 때 화풍이 눈에 익다 싶더니 바로 <손 큰 할머니의 만두>의 그림을 그린 이억배님이 이 책의 그림을 그리셨다. 

 "하나 하면" 커다란 호박을 머리에 인 할머니가 길을 가시고, "둘 하면" 두 마리의 두더지가 땅굴을 파고, "셋 하면" 생선 장수 아주머니 세 마리씩 있는 생선을 파는 모습이 보인다. 하나에서는 할머니도, 호박도, 나비도, 벌도, 강아지도 하나이고, 둘에서는 두더지, 벌, 무, 꽃, 지렁이 등이 다 두 마리씩이다. 다섯에서는 다람쥐, 도토리, 새도 다섯이고 나무지붕, 컵, 풀이파리, 나무도 다섯을 그려 놓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여덟에서는 영감님이 여덟 마리의 염소를 끌고 가시는데, 길에 핀 해바라기도 똑같이 여덟 개이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물들이 숫자만큼 있는지 일일이 헤아려 보는 등 살펴 볼 거리가 많은 그림들 덕분에 책장이 금방 넘어가지 않곤 한다. 

 무엇인가를 외울 때 비슷한 어감의 단어를 아울러 노래를 부르면 금방 외워지고, 잘 잊혀지지 않는 것을 경험해 본 분들이 계시리라. "일, 이 삼, 사..."와 달리 "하나, 둘, 셋, 넷..."은 유아들이 쉽게 외우지 못하고 헛갈려 하기 쉬운데 바로 이 책처럼 노래를 부르며 익히다 보면 금방 익히게 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게 된다. 책에 나온 문장을 바꿔 보는 것도 아이들의 창의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나'에서 '할머니' 대신에 어떤 단어를 넣으면 어울릴지 아이랑 서로 의견을 내보고, 어떤 가사로 바꾸면 좋을지 의논하다 보면 아이의 문장력도 늘 것 같다.  

- 2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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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도 이야기를 좋아해 이야기 보물창고 7
사라 스완 밀러 지음, 최지현 옮김, 트루 켈리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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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심한 개(혹은 아이)를 즐겁게 해 줄 이야기 3편이 실려 있는 그림책. 조금은 멍청해 보이는-어른의 관점에서- 개의 순진하면서도 단순한 행동과 표정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다. 심심해 하는 개가 주위에 있다면 이 책을 읽어줘 보라~. 혹 개가 들을 마음이 없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된다. 엄마 옆에 바짝 붙어 즐거이 귀 기울여 들을 게다. 실은 우리집 아이들도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똥강아지"들이다. ^^ 전에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었던지라 아이들이 책을 보다가 그 때 이야기를 많이 하며 그리워한다. 

- 미국에는 개를 이용해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이 있다는데, 이 책도 거기에서 권장하는 도서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출판사 책 소개 글에 언급) 아이들이 문자를 습득하고 나면 읽기 능력도 키워줄 필요가 있다. 우선은 부모가 읽어주면서 많이 들려주고, 아이에게도 가끔 소리 내어 읽어 보도록 기회를 주자~. 각 이야기의 분량도 길지 않은 편이라 윗형제가 동생에게 읽어 주기에도 부담이 없을 듯 하다. 

 <도둑을 쫓다>는 쿵!쿵! 소리에 잠이 깬 개가 도둑이 문을 두드리는 줄 알고 마구 짖어 댄다는 이야기이다. 자기가 도둑을 쫓은 줄 알고 우쭐해 하는 모습과 표정을 그림으로 잘 드러나 있다. <뼈다귀 나무가 사라지다>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로, 개가 자기가 파묻은 뼈다귀를 못 찾고 헤매는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잠시 외출했다 돌아 온 친구를 열렬하게 환영하는 개의 모습을 보니 예전에 함께 살았던 강아지가 가족 중 누군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용케 알아채고 문 앞에 나가서 기다리곤 했던 모습이 생각난다.

 <들개가 될 거야!>는 집 안에만 있는 게 지겨워 자유를 누리기 위해 밖으로 나가 보지만 들개로 사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 개밥 타령을 하고, 실컷 먹고 뻗어 자는 모습이 조금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바로 그런 모습들이 낯설지 않아지라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예전에 <강아지가 된 앤트>라는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깨달은 건데, 어른이 보기에는 이게 무슨 이야기야 싶을 정도로 단순한 내용이지만 아이들은(유아~ 저학년) 그런 책들을 재미있어 하고 자주 읽어달라고 했다. 이 그림책도 바로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 2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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