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나비와 박주가리 자연과 나 9
헬렌 프로스트 지음, 이윤선 옮김, 레오니드 고어 그림 / 마루벌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쫓아다니던 시절이 있어서인지-학부시절에 공부했던 지식이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다른 곤충들보다) 나비와 관련된 책에 관심과 애정이 간다. 제왕나비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오가며 생활하는 종으로, 왕복으로 자그마치 오천 킬로미터를 이동한다고 한다. 그 얇디얇으면서도 가냘픈 나비의 날개를 생각해 본다면 그 먼 거리를 어찌 날아가는지, 이동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제왕나비"를 검색해 보니 [제주왕나빗과(科)의 나비의 일종]이라고 나오던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종류는 이 책에 나오는 나비와 비교해 보니 날개 무늬나 색이 다르다. 박주가리를 먹이로 하는 점은 동일하다.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와 박주가리(Milkweed)의 생활환을 다룬 이 그림책은 초반과 후반에 박주가리의 성장과 제왕나비의 활동 모습을 책장 양 쪽으로 나누어서 보여 주고, 중반 부분은 이 둘의 관계가 잘 드러나 있다. (실은 이 그림책을 보기 전까지 박주가리가 식물인지, 곤충인지조차 몰랐다. ^^*) 앞면지와 뒤면지에 계절에 따른 제왕나비의 이동경로를 지도에 화살표로 표기한 그림이 실려 있다. 표지의 화풍도 그렇고, 그림을 그린 이의 이름(레오니드 고어)이 낯설지 않아 검색을 해보니 <햄릿/미래 M&B>이라는 그림책에서 아크릴과 파스텔을 이용해 작품의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린 그림을 선보여 인상 깊게 다가왔던 그림 작가이다.

 



 봄기운이 감도는 시기에 박주가리가 자라기 시작하는 무렵이면 제왕나비는 바람을 타고 북쪽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박주가리에 새잎이 돋고, 자주색 꽃망울이 맺히는 동안 제왕나비는 다른 식물의 꿀을 빨아 먹고 날아오르는 일을 반복하다 박주가리 꽃에도 내려앉는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니 제왕나비가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온갖 종류의 박주가리가 자란다고 한다. 박주가리 잎사귀는 쌉쌀한 맛이 나는데 이를 먹고 자란 제왕나비와 애벌레도 같은 맛이 나서 새들이 잡아먹지 않는다고 한다. 맛은 없겠지만 생존을 위한, 매우 지혜로운 먹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제왕나비는 박주가리 한 그루에 잎사귀 뒷면에 알을 하나 낳는다. 수 백 개의 알을 낳는 것도 힘든 일일 텐데 한 곳에 몰아서 낳지 않고,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면서 한 그루에 딱 하나씩만 낳는 이유는 뭘까? 이 또한 자손들의 생존을 위한 현명한 방식으로,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이 다른 애벌레들과 먹이 경쟁을 벌이지 않고 충분히 먹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감성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진 본문 글에 알을 깨고 나온 애벌레의 크기, 먹이를 먹는 과정, 애벌레의 형태적인 특징, 허물을 벗고 번데기를 만드는 생활환 등의 설명도 잘 녹아 있다. 번데기를 가르고 세상 밖으로 나온 제왕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모습을 크게 잡은 그림이 책장을 가득 채우며 부각되어 있다.

 



 박주가리는 제왕나비의 먹이가 되어 주는 반면, 제왕나비는 박주가리의 번식에 보탬이 되는, 서로에게 이득을 제공하는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제왕나비 세대가 세상 밖으로 나올 무렵에 박주가리는 여기 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꼬투리 속에 다음 세대를 이어갈 씨앗이 여물어 간다. 한반도 길이의 세 배나 되는 거리를 날아 멕시코에 갔던 제왕나비가 돌아올 무렵이며 꼬투리를 벗어나 솜털에 실려 대지에 자리를 잡은 박주가리 씨앗도 새싹을 틔우는, 생태계의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작가의 말'을 보면 제왕나비가 어떻게 돌아가는 길을 찾고, 한 세대가 한 번에 날아갔다가 돌아올 때는 여러 세대에 걸쳐 날아오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말미에 관련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도 실려 있다). 이 지구상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이 많이 있을 텐데, 이런 책들이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려 일으켜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과학자로 인도할지도 모르겠다. 
 

- http://100.naver.com/insect/detail.php?masterno=779412

(참고로 이 사이트 주소에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나비목의 네발 나비과의 곤충들을 살펴볼 수 있다. 라틴어로 붙여진 학명이 아닌, 우리말로 붙여진 나비의 이름들이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날개 무늬나 형상과 잘 맞아 떨어지게 지어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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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전람회 쪽빛그림책 5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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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하늘 아래 살아요.
때론 울고, 때론 웃고, 때론 생각하고, 가끔 감기에 걸릴 때도 있지요.
하늘에도 바람은 불고, 구름은 매일 하늘의 지도를 바꿔 놓아요.
구름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고 기분에 따라 액자 없는 그림 전시회를 열어요.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에 틈새는 없나 찾아보곤 해요.

                                                                                     - 이세 히데코

 책의 띠지에 적혀 있는 작가의 글이다. (띠지가 없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리뷰에 적어 둠.) 저 글 중에 "액자 없는 그림 전시회"라는 표현이 참 근사하다. 지금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하루가 지나도록 하늘 한 번 쳐다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어렸을 때나 젊은 시절에는 옥상이나 계단 한 쪽 구석에 혼자 앉아 하늘에 떠 있거나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속으로 구름 모양에서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의 이름을 읊조려 보곤 했었다. 별스러운 취미인지는 모르겠으나 반복되는 벽지 무늬나, 타일 무늬 혹은 깨져서 타일에 파인 자국을 멍하니 보며 그 속에서 특정한 형상을 짚어 내곤 한다. 그런 것을 즐겨서인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볼 때도 그 모양과 닮은 특정한 것을 생각하게 된다. 




 구름의 다양한 형태와 색감을 화폭에 담은 이 그림책은 '이세 히데코'라는 작가 이름만으로 관심이 간 작품이다. 앞서 보았던 <를리외르 아저씨>와 <형 빈센트>, 이 두 작품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었던 터라 다른 작품 또한 기대치가 높았던 탓일까, 별다른 스토리 라인이 없는 이번 그림책은 생각보다는 조금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하늘을 바라보듯 장면 하나 하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빛과 구름이 빚어내는 오묘한 색감과 절묘한 표현에 입 안에서 감탄사 알맹이가 톡톡~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그림이 만들어 내는 하늘의 모습이 양 쪽 책장에 걸쳐 펼쳐진다. 각 장면마다 그림 하단에 흰 여백을 길게 두고, 그림을 적절하게 표현한 제목과 짧은 글을 담고 있다. 글만 읽자면 책장이 금방 금방 넘어가버리겠지만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내 눈에 그 하늘이 들어온다. 계단 모양의 구름을 보며 어떻게 저런 모양을 만들어 내나 신기해하고,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하늘에 때로는 흰 양들이 떼를 지어 지나가는 모습은 종종 본 적이 있는 듯 친숙해 보인다. 




 <빛의 플랑크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그림은 파란 바탕에 눈 결정, 깃털, 해파리, 잠자리 날개 같이 아주 얇으면서도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들이 투명한 느낌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 그림을 보고 있자니 생뚱맞게도 눈을 -특히 맑은 하늘을 보며- 깜박일 때면 눈 속에 부유물이나 벌레 같은 것이 움직이거나 흘러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했던 일이 생각난다. (나중에 알아보니 '비문증'이라는 병의 증상이더라는... -.-) 떠다니는 것들 중에 해파리가 있어서인지 하늘보다 바다의 느낌도 드는 그림이다. 




 이 그림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두 그림을 꼽으라면, <구름 커튼>과 <보리밭>이다. 구름들 사이에 햇살이 커튼처럼 내려오는 광경은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어서 더 근사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액자 없는 그림'이라는 표현처럼 자연이 하늘을 캔버스 삼아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앞에서 보여주었던 다양한 하늘의 모습을 모두 모아 놓았다. 그림책에는 대게 쪽 수를 표기하지 않는데 이 책에는 오른쪽 책장에 쪽수를 기재해 놓았기에 별스럽네, 하고 넘어갔는데 마지막 장에 가서야 쪽수를 표기할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 일종의 정보 페이지로, 앞에서 보여주었던 구름의 모습에 일반적인 명칭과 과학적인 명칭(예: 꽃구름/고적운>을 표기해 놓았다. 

 예전에는 아이들과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며  '저건 강아지~, 저기 고래도 있네, 거북이랑 나비 있고, 공, 하트....' 하며, 누가 더 많이 모양을 찾아내나 내기를 펼치곤 했었는데 요즘은 구름을 보면 '또 구름 꼈네. 비가 올까, 우산 안 가져갔는데...'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 그러나 이제는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변화무쌍하고 아름다운 하늘의 모습을 어쩌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겨 하늘을 좀 더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하늘과 구름의 모습에 이름을 붙여보는 놀이도 재미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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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5-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이라는 단순한 소재를 참 다양하게 표현했지요.
이 작가는 색이 부담 없는 거 같아요. 언제나 들춰봐도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오늘 잘 먹었구요. 그래서 밥 굶기로 했어요.
애들은 대강 챙겨주었으니깐 애아빠 밥이나 해야겠어요. 밥 먹고 올 것이지...
 
영원히 사는 법 그림책은 내 친구 22
콜린 톰슨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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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곳곳에서 컬트가 된 작가, 콜린 톰슨. 그의 작품들을 보면 열정적인 찬사를 받을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나 역시 그의 작품들을 전작하고 싶은 욕망에 불타오르기 시작했으니까. 지인이 쓴, 콜린 톰슨의 <Castles>의 리뷰에 올린 그림들을 보고 반해서 이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책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에 한글판으로 나온 작품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 뒤로 어느 블로그에서 이 책의 원서(How to live forever) 이미지 사진을 올린 글을 보면서 한글판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터라 더 없이 반가운 작품이다. 






 책과 다양한 소품으로 가득한 표지 그림에서부터 매력을 폴폴~ 풍기는 이 작품은,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은 꼼꼼한 세부 묘사와 더불어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매혹적이다. 작품의 배경은 도서관.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도서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랴~. 더구나 지금까지 출판된 모든 책이 꽂혀 있는, 방이 천 개나 되는 이 도서관은 곳곳에 비밀의 공간을 숨겨 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도서관  책상 위와 서랍 속에 작은 집들이 들어서 있고, 책상 밑에는 골동품 서점이 불을 밝히고 있다. 상자나 책에 노란 불빛이 비치는 작은 창이 나 있고 서류함을 비롯하여 곳곳에 작은 계단들이 나 있어 마치 소인국 세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바닥에 놓인 도서관 열쇠가 판타지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처럼 보인다. 모든 책이 있다는 이 도서관에 없는 한 권의 책, <영원히 사는 법>. 누군가가 그 책의 기록 카드를 숨기고 책은 조용히 사라진 상태.

- 그림 오른쪽에 있는 서랍함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른손잡이 상자 종이로 가득 차 있음"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상자 옆에 "왼손잡이 상자 종이로 가득 차 있음"이라는 글자가 뒤집힌 글씨로 적혀 있는 딱지가 붙은 상자가 나란히 꽂혀 있다. 작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자신이 왼손잡이라고~. 






 보는 순간 홀딱~ 반할 만큼 매혹적인 한 장면만으로도 소유하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책들이 종종 있다. 이 작품에서는 책장 가득 책들-뿐만 아니라 나무를 비롯한 온갖 것들이 모습을 드러낸-이 꽂혀 있는 그림이 이에 속한다. 도서관 문이 닫히고 경비 아저씨가 잠들고 난 후 살아난 책장에는 새로운 세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선명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는 이 장면이 얼마나 근사했으면 -일부러 보여준 것도 아닌데- 등에 업고 있던 막내까지도 그림에 반해서 펼쳐 보고 있던 책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버릴까. 색감도 너무 근사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보물창고처럼 볼거리들을 가득 담고 있는 그림이라 개인적으로 사랑해 마지않는 장면이다.

- 그런데 이토록 멋진 그림으로 가득한 작품을 선보인 그가 색맹(!!!)이라니, 믿을 수 있겠는가! 

  이 장면이 오래도록 눈길을 사로잡아 두는 요인은 여러 문학작품과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재치 있는 책 제목들이다. 달과 육면체, 베니스의 화성인, 88분간의 세계일주, 리치왕, 두 접시 이야기 등등... 많이 들어본 작품 제목과 어딘가 비슷~하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책장에 꽂힌 책들의 실제 제목이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책의 마지막 장에 실제 작품의 제목과 저자를 죽~ 적은 목록을 실어 놓아 일일이 검색해서 찾아보는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

 책들은 구역별로 배치되어 있는데 "채털리 부인의 오버"는 "타이 대왕", "나바론의 장갑"과 같은 칸에, "채털리 부인의 골프채"는 "당구대 위로 날아간 새", "큐대 길들이기", "테니스의 상인"과 같은 칸에 꽂혀 있다. 모르고 보아도 큰 상관이 없지만 알고 보면 더 위트가 넘치는 요소라 하겠다. 번역을 거친 제목들인지라 원서에는 어떤 제목으로 표기되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요리책 책장 'ㅁ'부분의 한 책 속에 가족과 살고 있는 피터라는 남자 아이이다. 피터는 자기 고양이를 따라 갔다가 <영원히 사는 법>의 기록 카드를 발견하고는 없어진 이 책을 찾기로 결심한다. 피터가 이 책을 찾으려는 목적은 영원히 늙지 않고 살기 위해서이다. 피터는 책을 찾아 여러 곳을 헤매 다니다 오래된 중국 책들 앞에서 네 명의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들이 피터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을 보면 '시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제목들이 눈에 띈다.





 피터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책을 받는 장면도 볼거리가 많은데 중국과 관련된 소품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림에서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작은 판다도 찾아보시길~. <영원히 사는 법>이라는 책에는 "초보자를 위한 영생"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영생"하면 생각나는 인물이 한 명 있지 않는가.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을 꿈꾸며 불로초를 구하고자 한 진시황. 소파에 앉아 있는 중국 황제로 보이는 인물 옆에는 기계로 작동하는 새와 진짜 새가 함께 있는 것이, 안데르센의 동화를 모티브로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피터는 노인들이 책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늙은 것을 의아해 하자 노인은 보여줄 것이 있다며 그를 이끈다. 단순화된 평면적인 그림과 빈 여백, 푸른색 계열의 색채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화풍과 확연히 구분되는 이 장면은 중국식 정원을 묘사한 그림이다. (어울리지 않게도 중국식 건물에 "맥스 카페"라는 작은 간판-두어 장면에서도 등장하는-이 걸려 있는데, "맥스"는 작가의 개의 이름이라고. 노란 불빛을 배경으로 작은 그림자로 그려진 개의 모습도 여러 그림에서 찾아 볼 수 있음.) 

 노인을 따라간 곳에서 영원한 아이를 만난 피터는 그 책을 숨긴 이유를 듣게 된다. 피터가 책을 읽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은 짧고 함축적인 글로 마무리된다. 그런 탓에 아이들에게는 이 책에 담긴 철학적인 메시지가 난해하게 다가오거나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다 보면 더 이상 늙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아주 가끔은 젊은 날의 모습으로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도 있지만 영원한 아이가 들려준 말처럼 "끝없는 내일들 뿐"인 삶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 여겨진다. 현재의 시간에 충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생에 대한 최선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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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4-2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근데 저는 지금까지 비싸게 모은 거 속상하다는...
알라딘 문자 다 써서 여기가 쓸께요.
다음 저 발레리나 치마 입고 갈지도 몰라요^^
기대해 주세요^^

아영엄마 2010-04-27 11:19   좋아요 0 | URL
이번에 두 권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네요.
조금 아까 막내가 낮잠 자기 시작해서 잠깐의 여유가 생기네요. 오늘은 시어른들 댁에 안 가고 집에서 좀 쉬면서 한숨 좀 돌려도 되겠어요. (^^)>
 
위에서 아래에서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8
수 레딩 지음, 이미영 옮김 / 마루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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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상하 수평으로 책장의 공간을 구획하여 위, 아래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를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특히 선명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가로잡는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레고블럭 인형이나 동물 같으로 연출한 것 같은 그림들이 펼쳐지는데, 앞 쪽 단면이 드러나 있는 인형 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림들이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풍부하여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책장 한 면당 글은 한 줄로, 위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글을 읽어주는 책이라기보다 아이와 함께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책으로 보면 좋을 듯 하다.




 우리는 연극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만 보지만 그 뒤, 혹은 아래에서는 소품 담당자들이 의상이나 무대장치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물들을 산책시키기 위해 거리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지하에 있는 지하철을 타기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바다 위에서는 선원들이 휘몰아치는 폭풍우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지만 바다 아래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고요함만이 존재한다. 여객선 갑판 위에서는 사람들이 웃음 띤 얼굴로 항해를 즐기고 있는 반면 갑판 아래에서는 선원들이 쉴새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웃음을 주는 요소들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아기가 고양이 꼬리를 물려고 하거나, 공연자가 무대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보이고 원숭이 두 마리가 컵전화를 들고 있기도 하다. 토끼들이 농장판(?)에 구멍을 뚫어 채소를 빼내가기도 하고, 골프장에서는 땅다람쥐들이 골프공으로 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림을 하나 하나 살펴보며 이런 장면들을 포착하는 것도 책을 보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가족들(동물도~ 사람도~)이 서로를 보담으며 잠자리에 드는 마지막 장면은 따뜻함을 전해준다.

 이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드러나 있는 곳 뿐만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또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진행되고 있다. 백조를 예로 들어보자면 물 위를 미끄러지듯이 떠다니는 우아한 자태와 달리 물 속에서는 두 다리를 열심히 놀리고 있지 않던가. 내가 보지 못하는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상상해 보게 되는 책으로, 유아들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줄 수 있는 그림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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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0-04-0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예전에 아영엄마님 리뷰 읽고 샀어요. 이 책 얼마나 애들이 신기해하는지 몰라요. 지금은 커서 예전과 같은 반응은 안 보이는데.....저도 이 책 강추에요.
 
아이들을 사랑한 유대인의 영웅 - 유대인 대학살과 야누시 코르착 이야기 인문 그림책 7
데이빗 A.아들러 지음, 임후성 옮김, 빌 판즈워스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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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예루살엠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가면 "코르착과 게토의 아이들"이라는 동상이 있다고 한다. 아이 10여명을 끌어 안고 있는 어른이 바로 폴란드에서 태어나 존경 받는 지도자이자 어두운 역사를 헤쳐 나간 '야누시 코르착'이라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독일인이 자신을 알아본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죽음의 길에 동행한 코르착의 일대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코르착의 삶과 그의 일기의 한 부분, 독일군의 침략으로 폴란드가 무너지고, 유대인들이 강제수용소로 보내지게 되는 등의 유대인들이 겪은 고통의 역사도 담겨 있다. 한 인간의 비뚤어진 생각과 그를 따르는 인간들의 주도 하에 얼마나 많은 유대인들이 희생되었던가. 이 책에 의하면 유대인 대학살이 자행되는 사이에 150만 명의 아이들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굶주림과 질병으로 절망적인 나날을 보내다 죽어간 사람들을 고통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여 어린이 병원에서 근무하기도 한 코르착은 유대인 고아원 원장이 되어 아이들을 돌보며 동화도 쓰고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아 유명해진다. 나치 점령하에 게토 안에서도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는데 나중에 나치 사령관이 그를 알아보고 풀어주려고 하지만 코르착은 이를 거부하고 아이들과 기차에 오른다. 아이들을 사랑한 '대머리 의사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언제나 아이들 곁에 있겠다고 한 말을 끝까지 지킨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기차의 문 판자 사이로 작게 보이는 아이의 붉은 색의 옷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등장하는 한 장면-흑백 영상 속에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던 붉은 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아이-을 떠올리게 한다. 실은 코르착이 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식의 결말이 아니어서 조금은 실망했다. 그러나 비록 그가 쉰들러처럼 많은 목숨을 구한 슈퍼 히어로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고 돌본 삶 또한 숭고하게 다가온다. 본문 뒤 속지 부분에 코르착과 아이들이 끌려가는 장면을 본 한 목격자의 기록은 이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을 아프게 한다. 

-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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